[단독]퇴원 3일 만에 숨진 70대…유족 "의료공백 탓" 병원 "치료 적절"

박정렬 기자 2024. 4. 11.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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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70대 장폐쇄증(장 막힘) 환자가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 후 퇴원한 지 3일 만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체 검안 결과 장폐쇄증으로 인한 패혈증과 탈수가 사망원인으로 지목됐다. 유족은 환자 상태가 안정적이지 않음에도 무리하게 퇴원이 결정됐다며 전공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공백'과의 연관성을 주장한다. 병원은 수술을 결정하지 않은 것은 전공의 공백과 무관하며 치료 과정에도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건당국은 의사집단행동 피해센터를 통해 해당 신고를 접수하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11일 머니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75세 조모씨는 지난 2월 13일 복부 통증으로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정밀 검사 결과 장이 막혀 음식물·가스 등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장폐쇄증이었다. 앞서 2010년과 2014년 각각 장에 구멍이 뚫린 천공, 탈장으로 수술받은 조씨는 2021년에도 장폐쇄증으로 4일간 이 병원에 입원한 병력이 있었다. 의료진은 CT 검사 등을 종합해 다음 날인 2월 14일부터 조씨를 입원시키고 치료를 진행했다.

조씨는 보호자가 상주하지 않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치료받았다. 조씨의 간호기록을 보면 입원 후 그는 복부 통증과 불편감, 가스 배출 등 장이 막힐 때 생기는 증상이 불규칙하게 나타났다. 입원 첫날인 14일 오후 3시 40분 배에 찬 가스가 약간 배출됐지만, 복부 통증과 불편함은 그대로였다가 다음날 같은 시각에는 가스 배출이 잘 안되고 복부 팽창, 통증, 불편함을 호소했다. 16일에는 작은 밤만한 크기의 대변을 10개 정도 봤고 복부 불편함 없이 통증만 있었다. 17일에는 오전·오후 두 차례 대변을 봤고 불편함 없이 가스 배출도 원활했다. 18일도 두 차례 가스를 배출하는 등 호전되는 양상을 보였다.

조씨의 상태가 개선되는 듯 보이자 주치의는 그때까지 진행하던 금식을 해제하고 죽으로 식사한 뒤 이상이 없으면 조씨를 퇴원시키려 했다. 하지만 19일 오전 9시 40분, 회진을 온 주치의에게 조씨가 "배가 딱딱하고 아프다"는 이상 증상을 호소하며 퇴원이 미뤄졌다. 이날 밤 자신을 찾아온 간호사에게 조씨는 "배가 땅땅하다"며 통증은 없지만 불편함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20일 오전 8시 5분에는 딸꾹질과 함께 속이 매스껍고 복부 통증, 불편, 가스 배출이 잘 안되는 증상이 한꺼번에 찾아왔다. 주치의는 같은 날 오전 10시 조씨의 치료를 위해 완전 금식(NPO)을 결정했다. 하루가 지나 21일 오전 10시 소량의 물을 마시기 시작했지만 조씨의 상태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그러다 22일 오전 8시 53분 조씨는 "가스도 좀 나오고 배는 불편하지 않다"며 통증은 있지만 나아지는 것 같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9시 9분 주치의는 조씨를 찾아 "죽을 먹어보고 괜찮으면 내일 퇴원하자"고 했다. 이날 조씨는 대변은 보지 못했지만, 복부 관련 증상은 거의 없었다. 23일 오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던 조씨는 죽을 반 그릇 먹고 예정대로 오후 1시 퇴원했다. 그리고, 25일 온종일 연락이 안 돼 이튿날 26일 오전 11시 36분 집을 찾은 아들은 배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채 침대에서 숨을 거둔 아버지를 발견했다. 의사가 작성한 시체검안서에는 직접 사인으로 패혈증과 탈수, 이의 원인은 급만성 장폐쇄증으로 기록돼 있다.

/사진=유족 제공


조씨의 아들은 지난 10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아버지와 지금까지 700통 넘게 전화할 만큼 가까운 사이"라며 "일요일 온종일 전화를 안 받으신 걸 보면 퇴원한 지 40시간도 안 돼 주무시다 돌아가셨을 수도 있다"며 애통해했다. 유족에 따르면 조씨는 2022년에도 복부 통증 등을 이유로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두 차례 입원 치료를 받았는데 당시 의료진으로부터 수술을 권유받았다고 한다. 조씨의 아들은 "그때 수술을 결정하지 않고 큰 병원(이번에 입원한 상급종합병원)으로 모셔 외래 진료받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변비약만 처방받았다"며 "큰 병원에서 괜찮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후회한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조씨의 아들은 "아버지가 이전보다 더 오래 입원한 건 그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의료진이 면밀한 검사도, 적합한 치료 결정도 하지 못해 완전히 낫지 않았는데도 퇴원을 결정한 것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수술 집도를 꺼리는 소극적 자세로 아버지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전공의들은 조씨가 입원 중이던 19일부터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병원측은 "장폐쇄증으로 인한 수술은 장의 허혈(혈액 공급이 부족한 상태) 및 괴사(썩는 것)가 의심될 때 시행한다"며 "조씨의 경우 이미 수술을 여러 차례 받아 추가 수술이 추후 장폐쇄증의 재발 가능성을 더욱 높일 위험성이 있어 금식·수액과 같은 보존적 치료를 우선 시행하고 매일 복부 X선 촬영하며 경과 관찰했다"고 답했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산책하고 있다./사진=(뉴스1) 공정식 기자


병원은 평소보다 조씨가 오래 입원 치료를 받은 것이 전공의 공백과 무관하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퇴원 직전 시행한 혈액검사 상 정상수치를 보이며 증상이 호전돼 복통, 발열, 오심, 구토 등이 있을 경우 곧바로 병원으로 내원하시도록 안내했다"며 "퇴원 다음 날 유선 안부 전화를 드렸을 때도 복통이 없고 상태가 괜찮다고 하셨던 환자께서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 다만, 병원은 한마음으로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해드렸으며 치료 과정에 부족했던 점은 없었다는 점을 이해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장폐쇄증을 다루는 수도권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 교수는 "장이 썩으면 발열, 통증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이 경우 CT 검사를 진행해 장 상태를 확인하고 응급 수술을 결정한다"며 "초기 CT 검사에서 문제가 없어 입원 치료를 진행한 것"이라 추정했다. 그는 "X선 검사로 장에 가스가 차있는지 매일 체크하고 퇴원 직전 식사량과 대변량, 구토 여부, 혈액 검사 등을 종합해 퇴원을 결정한다"며 "다만 장폐쇄증 환자가 퇴원 후 3일 이내에 장폐쇄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지난달 말 아버지의 죽음을 조사해 달라며 보건복지부 의사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피해신고서를 제출했다. 복지부는 관할 지자체에 진료기록 등 조사를 의뢰했고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현장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복지부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민원은 지난 8일 오후 6시 기준 2215건으로, 이 중 수술·입원 지연과 진료 차질·거절로 피해신고서를 작성한 경우는 643건이다. 복지부는 현장 조사가 이뤄진 사례, 전공의 이탈과의 연관성이 검증된 사례 등 관련 통계는 개인정보 등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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