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할부지가 전한 근황
지난 3일 중국에 도착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본격적인 중국 환경 적응에 나섰다. 그 옆에는 2020년 7월 20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푸바오의 출생 때부터 곁에서 항상 푸바오를 돌봐온 ‘할부지’ 강철원(55) 사육사가 있었다. 강 사육사는 지난 2일 갑작스러운 모친상을 당했지만, 까다로운 이송 절차 때문에 사육사를 대체할 수 없어 중국행을 결정했다.
한국에 복귀한 직후 가족들과 모친을 추모한 뒤 최근 업무에 복귀했다. 강 씨는 중국에서 지내는 푸바오의 적응과 관련 “‘역시 푸바오는 푸바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적응하는 모습이 정말 푸바오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푸바오는 이착륙 과정에서 너무 밝은 표정으로 의젓하게, 편하게 앉아서 대나무를 먹고 있었다”며 “푸바오가 꼭 저에게 ‘할부지, 봤지’ 나 잘 할 수 있다고 했잖아.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또 “저를 완전히 신뢰하고, 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위로하는 듯한 행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강 사육사에게 푸바오의 적응 과정, 푸바오를 보낸 뒤 심경에 대해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 ‘할부지 나 괜찮아’...오히려 위로 건넨 푸바오
-푸바오의 적응 상태는 어떤가요?
“차량·항공기·판다 기지 내에서도 푸바오의 상태를 계속 확인했는데 ‘역시 푸바오는 푸바오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대처를 해 줬습니다. 특히, 차량이나 항공기에서 푸바오가 많이 긴장하고, 힘들어 할 것 같았는데, 그 안에서도 먹이를 먹으면서 조금은 긴장을 했겠지만 스스로 자리를 찾고, 잘 적응하는 모습이 정말 푸바오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바오가 중국 현지에서 계속 구르는 영상이 나오면서, 적응을 못하는 듯한 모습에 판다 팬들 걱정이 큽니다.
“푸바오가 구르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많이 접했을 텐데, 푸바오는 요구 사항 등이 있을 때 구르는 성향이 있습니다. 유채꽃 밭에서 구른다거나 아니면 남천나무 옆에서 구른다거나 기분이 좋을 때, 기분이 안 좋을 때, 요구 사항이 있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구릅니다.
아마 푸바오는 중국에서도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에서 요구하는 것을 들어달라는 의미로 구르는 행동들이 나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육사와 교감을 하기 원하거나 사육사에게 뭔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또는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느라고 구르는 행동들이 나오는데 크게 걱정을 해야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이·착륙 등 이동 과정에서 따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나요?
“비행기의 이·착륙은 사람들에게도 긴장이 되는 순간인데, 착륙을 하고 푸바오를 딱 만났는데, 푸바오가 너무 밝은 표정으로 의젓하게, 편하게 앉아서 대나무를 먹고 있었어요.그 모습을 보고 푸바오가 제게 꼭 ‘할부지, 봤지? 나 잘 할 수 있다고 했잖아. 걱정하지 마’라고 오히려 위로를 건네는 듯 했어요.
중국 선수핑 기지의 검역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고, 방역복을 갖추고 푸바오를 만났을 때, 푸바오가 안전하게 잘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죽순과 사과, 당근, 대나무 등 모두 품질이 좋은 것도 확인했기 때문에 팬분들이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푸바오가 잘 적응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푸바오를 보내는 전날 갑작스레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행을 결심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3일 전에 어머니를 만나러 병원에 갔었어요. 어머니께 중국에 잘 다녀오겠습니다고 인사를 했을 때, 중국에 잘 다녀오라고 말씀을 하시고, 큰 일을 하느라 고생을 한다고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그런 다음에 갑작스럽게 푸바오를 데리고 중국으로 가기 전날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때 상가에서 형님들과 누님들이 ‘당연히 가야지. 어머니도 그걸 원하셨고, 어머니도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셨기 때문에 네가 일을 무사히 마치고 오는 것이 아마 어머니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 같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래서 형님들과 누나들의 말씀을 듣고, 의연하게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할부지 못 알아볼 정도로 잘 적응하길”
강 사육사는 중국에서 돌아올 때 판다 모양 포스트잇에 짧은 편지를 남겼는데 “할부지가 너를 두고 간다. 꼭 보러 올거야”는 짧은 편지를 남기고 돌아왔다.
-푸바오를 보내면서 어떤 메세지를 전하셨을지요?
“이제 할부지는 갈 거야. 그런데 걱정하지 마, 여기에 할부지만큼 훌륭한 사육사들도 많고, 수의사들도 많이 있으니까 우리 푸바오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그리고, 검역이 끝나고 나면 할부지가 꼭 널 보러 올 거야. 그때 할부지를 못 알아보면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네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할 거야. 어쨌든 잘 적응해 줘. 푸바오 사랑한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줬습니다.”
-떠난 뒤 심정은 지금 어떠신지요?
“모든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하잖아요. 사실은 제가 늘 우리 푸바오의 팬 분들에게 있을 때는 열심히 사랑해 주고, 보낼 때는 응원하면서 밝게 보내주자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이별의 시기가 다가올수록 저조차도 그런 감정 조절이 잘 안돼서 많이 아쉽고, 서글펐습니다.
그런데, 우리 푸바오가 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중국에 도착해서 검역장에서 하는 행동들과 뭔가 믿음을 주는 행동들을 보고, 저는 역시 푸바오가 중국에서도 잘 적응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그 다음에 선수핑기지에서 판다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둘러봤는데, 정말 푸바오 및 판다들이 살기에 야생의 자연 환경과 정말 유사한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무엇보다 안심이 됐습니다. 푸바오가 잘 할거라고 응원하고, 또 푸바오는 잘 할거고요. 나중에 만날 때 밝게 잘 적응하고 있는 푸바오를 만날거라 생각합니다.”
-혹여라도 푸바오가 할부지를 못 알아본다면?
“좀 서운하겠죠. 왜냐하면 동물들을 키우는 사육사 뿐만 아니고, 반려 동물을 키우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자신의 동물들이 다른 사람 아무나 좋아한다거나 자신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못 알아본다면 굉장히 서운하거든요.
그래도 중국의 사육사, 수의사들이 잘 해 주셔서 너무 잘 행복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싶어요. ‘푸바오! 너 할부지를 못 알아본다고? 좀 서운한데? 그래도 장하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그런데 아마 푸바오는 알아볼 겁니다.”
-푸바오를 언제쯤 만나러 갈 예정인가요?
“푸바오를 보러 가는 건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사실은 검역이라는 과정을 똑같이 중국에서도 진행이 되고 있고요. 검역이 다 끝난다고 해도 푸바오가 새로운 공간에 적응을 할 시간도 필요하고요. 아마 시간은 한 달 이상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에 빨리 가게된다면 6, 7월 정도가 될 것 같은데 가능하면 빨리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사육사와 수의사들이 저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좋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아마 푸바오의 소식을 수시로 전해줄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어제도 담당 사육사가 푸바오가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 주셨고, 잘 부탁한다고 했더니 당연히 잘 해줄 거라고 믿음을 주더라고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선 업무에 복귀한 강철원 사육사는 아이바오·러바오 판다 부부,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후이바오를 돌보며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강 사육사는 “곧 푸바오를 보러 갈 건데, 그때까지 아마 푸바오는 할부지가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할부지는 잘 계시나? 아이고, 할부지는 마음을 잘 잡고 있나? 할부지는 힘들어하지 않나?’ 아마 이런 느낌을 네가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고 했다.
그는 강 사육사는 “푸바오는 잘 할거라고 믿고, 또 할부지가 당연히 널 보러 가는데, 네가 만약 기억을 못해 준다면 많이 서운할거야. 많이 서운한데, 그래도 네가 만일 잘 적응을 하고, 푸바오답게 중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 할 것이다”고 했다.
아래는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보내는 편지.
푸바오. 할부지가 널 두고 한국으로 빨리 돌아와야 했을 때, 할부지는 굉장히 힘들었어. 너의 상황도 있었고, 그리고 또 내 개인적인 일도 있었고.
어쨌든 네가 중국으로 이동을 하면서 차에서 항공기에서 기지에 도착을 했을 때, 할부지는 정말 확신을 갖고 돌아올 수 있었거든. 잘 할거라고. 그런데 지금도 역시 잘 한다고 중국의 사육사들이 연락을 주셔서 역시 푸바오는 푸바오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할부지도 널 보러 갈 건데, 그때까지 아마 푸바오는 할부지가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할부지는 잘 계시나? 아이고, 할부지는 마음을 잘 잡고 있나? 할부지는 힘들어하지 않나?’ 아마 이런 느낌을 네가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해.
왜냐하면 네가 그동안 그랬으니까. 그래서 잘 할거라고 믿고, 또 할부지가 당연히 널 보러 가는데, 네가 만약 기억을 못해 준다면 많이 서운할거야. 많이 서운한데, 그래도 네가 만일 잘 적응을 하고, 푸바오답게 중국에서 잘 지내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할거니까, 우리 푸바오는 적응을 잘하고.
중국에서는 대나무도 종류가 바뀌고, 또 사과나 당근도 맛이 조금씩 다를 거야. 너 검역장에서 죽순 안 먹고 있는 거 할부지가 다 봤거든. 근데 한국에서는 죽순을 5월 한철밖에 못 주잖아. 그런게 중국은 12개월 내내 죽순을 먹을 수 있어요. 죽순을 그렇게 많이 주는 걸 보고 할부지는 역시 푸바오는 행복할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 그래서 아마 네가 입 맛을 맞추고 나면 더 좋은 일들이 굉장히 많을 거니까 할부지 갈 때까지 잘 적응하고, 가면 그래도 잊지 말고, 할부지 아는체 해주면 좋겠다. 고마워.
푸바오~ 푸바오는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 판다야. 푸바오 사랑해.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주주 양도세 27.5%… 최태원, 분할금 내려면 주식 1조9000억 팔아야
- 50대50 재산 분할, 美 캘리포니아 등 9州 법에 명시… “판사의 재량 줄어”
- “SK, 노태우 덕에 통신 진출” “사업권 반납 후 YS때 받아”
- “신병교육대 훈련 실태, 병영 생활 긴급 점검”
- 수도권 원외 vs 영남·친윤 현역… 판 커진 ‘지구당 논쟁’
- 오물풍선 1·2차 1000개… 인천공항 이착륙 3차례 중단
- 與 “강경 대응 나서야” 野 “대북전단 방치 탓”
- K웹툰 기반 드라마·영화도 동남아 시장서 인기 질주
- 20년 덩치 키운 K웹툰, 나스닥 상장 나섰다
- 해상·공중 이어 사이버도 韓美日 훈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