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할부지가 전한 근황

구아모 기자 2024. 4. 11.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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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차 강철원 사육사
‘푸바오’가 생후 4개월이던 2020년 10월. 경기 용인 에버랜드의 판다월드 내실에서 ‘푸바오 할부지’로 불리는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를 안고 있는 모습./강철원 사육사 제공

지난 3일 중국에 도착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는 본격적인 중국 환경 적응에 나섰다. 그 옆에는 2020년 7월 20일 경기 용인 에버랜드에서 푸바오의 출생 때부터 곁에서 항상 푸바오를 돌봐온 ‘할부지’ 강철원(55) 사육사가 있었다. 강 사육사는 지난 2일 갑작스러운 모친상을 당했지만, 까다로운 이송 절차 때문에 사육사를 대체할 수 없어 중국행을 결정했다.

한국에 복귀한 직후 가족들과 모친을 추모한 뒤 최근 업무에 복귀했다. 강 씨는 중국에서 지내는 푸바오의 적응과 관련 “‘역시 푸바오는 푸바오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적응하는 모습이 정말 푸바오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푸바오는 이착륙 과정에서 너무 밝은 표정으로 의젓하게, 편하게 앉아서 대나무를 먹고 있었다”며 “푸바오가 꼭 저에게 ‘할부지, 봤지’ 나 잘 할 수 있다고 했잖아. 걱정하지 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또 “저를 완전히 신뢰하고, 제가 돌아갈 수 있도록 위로하는 듯한 행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강 사육사에게 푸바오의 적응 과정, 푸바오를 보낸 뒤 심경에 대해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 ‘할부지 나 괜찮아’...오히려 위로 건넨 푸바오

지난 3일 중국 쓰촨성 워룽 선수핑 기지에 도착한 푸바오. /웨이보 캡처

-푸바오의 적응 상태는 어떤가요?

“차량·항공기·판다 기지 내에서도 푸바오의 상태를 계속 확인했는데 ‘역시 푸바오는 푸바오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대처를 해 줬습니다. 특히, 차량이나 항공기에서 푸바오가 많이 긴장하고, 힘들어 할 것 같았는데, 그 안에서도 먹이를 먹으면서 조금은 긴장을 했겠지만 스스로 자리를 찾고, 잘 적응하는 모습이 정말 푸바오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푸바오가 중국 현지에서 계속 구르는 영상이 나오면서, 적응을 못하는 듯한 모습에 판다 팬들 걱정이 큽니다.

“푸바오가 구르는 모습은 한국에서도 많이 접했을 텐데, 푸바오는 요구 사항 등이 있을 때 구르는 성향이 있습니다. 유채꽃 밭에서 구른다거나 아니면 남천나무 옆에서 구른다거나 기분이 좋을 때, 기분이 안 좋을 때, 요구 사항이 있을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구릅니다.

아마 푸바오는 중국에서도 그런 여러 가지 상황들에서 요구하는 것을 들어달라는 의미로 구르는 행동들이 나왔을 것으로 보입니다. 사육사와 교감을 하기 원하거나 사육사에게 뭔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또는 적응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느라고 구르는 행동들이 나오는데 크게 걱정을 해야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이·착륙 등 이동 과정에서 따로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나요?

“비행기의 이·착륙은 사람들에게도 긴장이 되는 순간인데, 착륙을 하고 푸바오를 딱 만났는데, 푸바오가 너무 밝은 표정으로 의젓하게, 편하게 앉아서 대나무를 먹고 있었어요.그 모습을 보고 푸바오가 제게 꼭 ‘할부지, 봤지? 나 잘 할 수 있다고 했잖아. 걱정하지 마’라고 오히려 위로를 건네는 듯 했어요.

중국 선수핑 기지의 검역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고, 방역복을 갖추고 푸바오를 만났을 때, 푸바오가 안전하게 잘 적응을 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죽순과 사과, 당근, 대나무 등 모두 품질이 좋은 것도 확인했기 때문에 팬분들이 걱정을 하지 않으셔도 푸바오가 잘 적응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푸바오를 보내는 전날 갑작스레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그럼에도 중국행을 결심한 이유가 있을까요?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3일 전에 어머니를 만나러 병원에 갔었어요. 어머니께 중국에 잘 다녀오겠습니다고 인사를 했을 때, 중국에 잘 다녀오라고 말씀을 하시고, 큰 일을 하느라 고생을 한다고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그런 다음에 갑작스럽게 푸바오를 데리고 중국으로 가기 전날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그 때 상가에서 형님들과 누님들이 ‘당연히 가야지. 어머니도 그걸 원하셨고, 어머니도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셨기 때문에 네가 일을 무사히 마치고 오는 것이 아마 어머니를 위해서도 현명한 선택 같다’라는 말씀을 해 주셨어요. 그래서 형님들과 누나들의 말씀을 듣고, 의연하게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할부지 못 알아볼 정도로 잘 적응하길”

강 사육사는 중국에서 돌아올 때 판다 모양 포스트잇에 짧은 편지를 남겼는데 “할부지가 너를 두고 간다. 꼭 보러 올거야”는 짧은 편지를 남기고 돌아왔다.

'푸바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가 작성한 편지. /웨이보

-푸바오를 보내면서 어떤 메세지를 전하셨을지요?

“이제 할부지는 갈 거야. 그런데 걱정하지 마, 여기에 할부지만큼 훌륭한 사육사들도 많고, 수의사들도 많이 있으니까 우리 푸바오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그리고, 검역이 끝나고 나면 할부지가 꼭 널 보러 올 거야. 그때 할부지를 못 알아보면 조금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네가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할 거야. 어쨌든 잘 적응해 줘. 푸바오 사랑한다. 이런 이야기를 전해 줬습니다.”

-떠난 뒤 심정은 지금 어떠신지요?

“모든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하잖아요. 사실은 제가 늘 우리 푸바오의 팬 분들에게 있을 때는 열심히 사랑해 주고, 보낼 때는 응원하면서 밝게 보내주자고 말씀을 드렸는데도, 이별의 시기가 다가올수록 저조차도 그런 감정 조절이 잘 안돼서 많이 아쉽고, 서글펐습니다.

그런데, 우리 푸바오가 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중국에 도착해서 검역장에서 하는 행동들과 뭔가 믿음을 주는 행동들을 보고, 저는 역시 푸바오가 중국에서도 잘 적응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그 다음에 선수핑기지에서 판다들이 살고 있는 공간을 둘러봤는데, 정말 푸바오 및 판다들이 살기에 야생의 자연 환경과 정말 유사한 적절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 무엇보다 안심이 됐습니다. 푸바오가 잘 할거라고 응원하고, 또 푸바오는 잘 할거고요. 나중에 만날 때 밝게 잘 적응하고 있는 푸바오를 만날거라 생각합니다.”

-혹여라도 푸바오가 할부지를 못 알아본다면?

“좀 서운하겠죠. 왜냐하면 동물들을 키우는 사육사 뿐만 아니고, 반려 동물을 키우는 분들도 마찬가지일 텐데요. 자신의 동물들이 다른 사람 아무나 좋아한다거나 자신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못 알아본다면 굉장히 서운하거든요.

그래도 중국의 사육사, 수의사들이 잘 해 주셔서 너무 잘 행복하게 적응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고 싶어요. ‘푸바오! 너 할부지를 못 알아본다고? 좀 서운한데? 그래도 장하다!’ 이렇게 얘기를 해주고 싶어요.그런데 아마 푸바오는 알아볼 겁니다.”

-푸바오를 언제쯤 만나러 갈 예정인가요?

“푸바오를 보러 가는 건 오늘이라도 내일이라도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사실은 검역이라는 과정을 똑같이 중국에서도 진행이 되고 있고요. 검역이 다 끝난다고 해도 푸바오가 새로운 공간에 적응을 할 시간도 필요하고요. 아마 시간은 한 달 이상 걸릴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에 빨리 가게된다면 6, 7월 정도가 될 것 같은데 가능하면 빨리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중국의 사육사와 수의사들이 저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좋은 친구들이기 때문에 아마 푸바오의 소식을 수시로 전해줄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어제도 담당 사육사가 푸바오가 잘 적응하고 있다고 저한테 메시지를 보내 주셨고, 잘 부탁한다고 했더니 당연히 잘 해줄 거라고 믿음을 주더라고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중국 잘 왔어요” - 지난 3일 한국을 떠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중국 쓰촨성 워룽의 선수핑(神樹坪) 기지에 도착한 모습. 해발 1700m에 있는 이곳은 실내 거처와 실외 운동장이 따로 있어 푸바오가 생활하던 ‘에버랜드 판다월드’와 비슷한 구조라고 한다. 2020년 7월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첫 자이언트 판다인 푸바오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보전협약(CITES)’에 따라 만 4세가 되기 전 중국으로 가게 됐다. /신화 연합뉴스

일선 업무에 복귀한 강철원 사육사는 아이바오·러바오 판다 부부,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 루이바오·후이바오를 돌보며 다시 바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강 사육사는 “곧 푸바오를 보러 갈 건데, 그때까지 아마 푸바오는 할부지가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할부지는 잘 계시나? 아이고, 할부지는 마음을 잘 잡고 있나? 할부지는 힘들어하지 않나?’ 아마 이런 느낌을 네가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고 했다.

그는 강 사육사는 “푸바오는 잘 할거라고 믿고, 또 할부지가 당연히 널 보러 가는데, 네가 만약 기억을 못해 준다면 많이 서운할거야. 많이 서운한데, 그래도 네가 만일 잘 적응을 하고, 푸바오답게 중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 할 것이다”고 했다.

아래는 강철원 사육사가 푸바오에게 보내는 편지.

푸바오. 할부지가 널 두고 한국으로 빨리 돌아와야 했을 때, 할부지는 굉장히 힘들었어. 너의 상황도 있었고, 그리고 또 내 개인적인 일도 있었고.

어쨌든 네가 중국으로 이동을 하면서 차에서 항공기에서 기지에 도착을 했을 때, 할부지는 정말 확신을 갖고 돌아올 수 있었거든. 잘 할거라고. 그런데 지금도 역시 잘 한다고 중국의 사육사들이 연락을 주셔서 역시 푸바오는 푸바오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할부지도 널 보러 갈 건데, 그때까지 아마 푸바오는 할부지가 걱정하는 것 이상으로, ‘할부지는 잘 계시나? 아이고, 할부지는 마음을 잘 잡고 있나? 할부지는 힘들어하지 않나?’ 아마 이런 느낌을 네가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하곤해.

왜냐하면 네가 그동안 그랬으니까. 그래서 잘 할거라고 믿고, 또 할부지가 당연히 널 보러 가는데, 네가 만약 기억을 못해 준다면 많이 서운할거야. 많이 서운한데, 그래도 네가 만일 잘 적응을 하고, 푸바오답게 중국에서 잘 지내고 있구나라고 생각을 할거니까, 우리 푸바오는 적응을 잘하고.

중국에서는 대나무도 종류가 바뀌고, 또 사과나 당근도 맛이 조금씩 다를 거야. 너 검역장에서 죽순 안 먹고 있는 거 할부지가 다 봤거든. 근데 한국에서는 죽순을 5월 한철밖에 못 주잖아. 그런게 중국은 12개월 내내 죽순을 먹을 수 있어요. 죽순을 그렇게 많이 주는 걸 보고 할부지는 역시 푸바오는 행복할 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거든. 그래서 아마 네가 입 맛을 맞추고 나면 더 좋은 일들이 굉장히 많을 거니까 할부지 갈 때까지 잘 적응하고, 가면 그래도 잊지 말고, 할부지 아는체 해주면 좋겠다. 고마워.

푸바오~ 푸바오는 할부지의 영원한 아기 판다야. 푸바오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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