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참패' 마음 급해진 정부…내심 기대 의료계 '사분오열' 난감

이훈철 기자 2024. 4. 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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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여소야대' 민심…정부, 일방적 압박 통할까
모처럼 주도권 잡을 기회…의료계 내분 수습부터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단체 행동으로 수업을 미뤄온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이달 중 대부분 수업을 재개한다. 교육부는 9일 브리핑을 통해 전날 기준 16개 대학이 수업을 운영 중이며 23개 대학이 수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9일 서울 소재 한 대학교 의과대학. 2024.4.9/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이훈철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여당의 참패로 끝이 나면서 의과대학 증원 문제 해결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정부로서는 선거 패배에 대한 부담과 함께 총선 이후 의료 공백 사태가 지속할 경우 자칫 윤석열 정부 후반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기에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총선 후 갖기로 했던 합동 기자회견이 의견 불일치로 무산된 의료계는 향후 정부와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내홍 수습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관건이 될 전망이다.

◇ 의정, '의대 증원' 논의에 총선 결과가 미칠 파장 주목

11일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범야권이 190석 안팎의 의석을 차지한 반면, 여당은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조금 넘는데 그쳤다. 민심이 압도적으로 야당을 지지하면서 정부여당의 정국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 중심에 의대증원 문제가 놓여 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가 50일 넘은 상황에서 총선 참패의 성적표를 받아든 정부로서는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강경파 의료계 지도부의 등장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정부에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을 제시한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달 말 활동을 마무리하고 임현택 당선인 체제로 운영된다.

임 당선인은 당선 후 정부를 향해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며 복지부 장차관 해임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또 총선 전 낙선 운동을 언급하는 한편 윤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가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서는 '내부의 적'이라는 표현을 써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달을 넘기게 될 경우 협상 주도권이 의협 비대위에서 '강경파'인 임 당선인으로 넘어가게 되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다음 달까지 이어질 경우 의정 갈등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의협 비대위는 의대 증원을 1년 유예한 후 대화하자고 정부에 제안하고 있지만, 임 당선인은 저출산 등을 이유로 의대 정원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오른쪽)이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 당선인 왼쪽은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2024.3.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의료계, 여당 참패가 주도권 찾을 기회?…정작 '사분오열'

의사들 사이에서는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의대 증원에 대한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와 의사들의 반대가 '밥그릇 챙기기'로 비치면서 그간 수세에 몰렸던 의료 단체 등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국면 전환을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야당 승리와 여당 참패를 계기로 의대증원 국면에서 의사들이 주도권을 가져오고자 했던 기대가 컸다. 결과론적이지만 의료계는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요인 중 하나로 의대증원 문제에 있어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여준 불통을 지적하는 의료계 인사들이 많다.

하지만 의료계는 전공의, 의대 교수, 개원의 등으로 뿔뿔이 흩어져 심각한 내홍에 휩싸여 있다.

강경파 임현택 당선인과 대화파인 김택우 현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의료계 합동 기자회견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2000명 증원 재논의 전제 조건으로 의료계의 통일된 안을 제시해달라고 제안했다. 사실상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2000명 증원 고집을 꺾고 의료계의 안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의료계도 이에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었으나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이 "합동 브리핑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한데 이어, 임 당선인이 비대위 해산과 자신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나서면서 총선 후 기자회견은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임 당선인이 '정부와 비대위가 물밑 협상을 하려 한다'고 주장하면서 의협 비대위가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실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을 제안했던 의협 비대위가 "정부와 협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 의정 간 합의안 도출도 안갯속으로 빠져들었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의료계 내분에 대해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교수들은) 이 사태를 끝내기 위해 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자는 입장"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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