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은 이재명의 대권 가도…2027년 대선까지 독보적 영향력

김종일 기자 2024. 4. 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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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민주당’ 완성하며 친명 체제 구축…당권 확보도 가시권
대권도 당권도 경쟁자 없다…‘사법 리스크’와 ‘당내 화합’은 변수

(시사저널=김종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월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유권자들은 4·10 총선을 통해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고 있는 윤석열·한동훈·이재명 세 남자의 정치적 운명을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압승으로 크게 세 개의 정치적 자산을 얻게 됐다. 먼저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게 됐다. 당내 경쟁자들은 총선 과정에서 다소 힘이 빠졌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박용진 의원 등은 22대 국회의원직을 차지하지 못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도 낙선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원외에 머물고 있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당내 세력을 아직 구축하지 못했다. 

"이재명, 과거 대선후보 이회창이 누렸던 영향력 갖게 됐다"

이재명 대표가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차지하면서 대권 가도에는 탄력이 붙었다는 평가다. 그는 2027년 대선까지 야권에서 독보적 영향력과 존재감을 유지할 전망이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 이후 이 대표는 차기 대선주자로서 확고히 자리매김하게 됐다"라면서 "과거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이회창 대선후보가 누렸던 막강한 정치력에 견주는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당내 위상도 이전과는 달라지게 됐다. 이 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친명(親이재명)계를 대거 원내 입성시켜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이재명의 민주당'으로의 민주당 재편을 완성했다. 오랫동안 민주당의 주류였던 친문(親문재인)계를 밀어내고 드디어 친명계가 중심이 되는 것이다. 미래권력으로서의 위상과 현재권력으로서의 입지를 동시에 차지하면서 이 대표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재출마하라는 당원들의 요구도 끌어낼 수 있게 됐다. 사법 리스크라는 변수가 존재하지만, 현재로서는 당권과 대권 모두에 근접한 정치인으로 거듭나게 됐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이 대표는 오는 8월까지 임기인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당권 확보와 대선 준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차기 민주당 대표는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재출마하거나 이 대표가 미는 친명계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차기 원내대표 또한 친명계가 다수 원내에 진입해 이변이 발생할 여지는 적다.

민심은 4월10일 심판을 내렸다. 민심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주권자는 배를 뒤집음으로써 대한민국의 권력 지도와 정치 지형을 바꾸자 했다. 그렇게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의 운명도 요동치게 됐다. 현재 대한민국 정치를 명실상부 이끌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 이재명 대표의 앞날을 짚어보는 것은 한국 정치의 내일을 살펴보는 일과 같다. 4월10일 주권자가 내린 명령은 앞으로 한국 정치를 어떤 길로 이끌게 될까. 시사저널이 세 남자의 운명과 함께 미리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월8일 동작구 숭실대학교를 방문,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과 친명계는 운명공동체, 대여 총공세 나설 것"

"이 대표가 친명계 핵심을 전부 공천을 줬고, 대거 원내 진입하면서 이제 친명계와 이 대표는 운명공동체가 됐다. 지방선거를 넘어 대선까지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2년보다 더욱 강하게 대여(對與)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의 진단이다. 실제 당내에서는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당이 사실상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재창당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만큼 친문(親문재인)계 중심이던 민주당의 주류가 친명계로 교체됐고, 입지가 더 굳건해진 이 대표가 당을 완벽하게 장악하게 됐다는 뜻이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친명계가 조국혁신당과의 공조 아래 '김건희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 등을 고리로 여권에 총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입법권력을 확실하게 확보한 만큼 윤 대통령이 그간 반대해왔던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 재차 민주당 주도로 추진될 가능성도 크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성숙한 제1당의 모습을 보여야 수권 정당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거야(巨野)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고도 검찰 개혁을 무리하게 추진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내준 일이나, 2004년 총선 과반 승리 이후 대선과 총선에서 내리 패배한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거야의 폭주'가 아닌 '책임 있는 제1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총선 하루 전날인 9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성남FC·백현동 관련 재판에 출석하며 기자회견을 하던 중 울분을 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야의 폭주' 대신 '수권 정당' 모습 보여야"

이 대표는 대권 가도에 박차를 가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키우고 약점은 지우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의 가장 큰 강점은 다수의 강성 지지층이지만, 가장 큰 약점도 '비토 분위기가 크다'는 데 있다. 대선주자로서의 신뢰와 권위 확보와 함께 중도로의 확장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위해 '이재명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다시 세우는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과 당대표 임기를 거치며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특유의 추진력과 실행력이 반감됐다는 지적을 받는다. 핵심 브랜드였던 기본소득 등은 상황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일각에서 불안하게 바라보는 안보관과 경제관도 더욱 촘촘하게 세워 의문부호는 지우고 확장력은 키우려는 시도를 이어갈 전망이다.

예측하지 못했던 변수는 야권 내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 라이벌로 떠오른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의 경쟁이다. 역시 사법 리스크를 떠안고 있지만 조국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이 대표 입장에서는 뜻밖의 경쟁자가 생긴 셈이 됐다. 친문계가 조국 대표와 함께 문재인 전 대통령이라는 상징 권력을 구심점으로 해서 권토중래를 모색할 여지도 있다. 

이 대표에게 남은 숙제는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다. 이 대표는 현재 여러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사법부의 결론에 따라 이 대표의 입지는 뒤흔들릴 수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사법부도 여당을 압도하는 의석을 가진 제1야당 대표의 재판에 부담을 느낄 것이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어느 정도 털어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사법부가 어떤 결론을 낼지에 따라 돌발변수는 언제든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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