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르’ 목련과 260만송이 튤립이 부른다

박미향 기자 2024. 4. 11. 10:3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미향의 미향취향 천리포수목원· 태안 장흥 튤립축제·화담숲
천리포수목원을 찾은 여행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천리포수목원 제공
미향취향은?

음식문화와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자의 ‘지구인 취향 탐구 생활 백서’입니다. 먹고 마시고(음식문화), 다니고(여행), 머물고(공간), 노는 흥 넘치는 현장을 발 빠르게 취재해 미식과 여행의 진정한 의미와 정보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만개한 꽃은 봄을 알리는 전령이다. 봄이 완연하다. 수선화부터 벚꽃, 목련 등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여행객을 기다린다. ‘꽃놀이’하기에 요즘만 한 때가 없다. 전국이 ‘꽃 축제’다.

충남 태안에 있는 천리포수목원은 21일까지 ‘사르르 목련’ 축제를 연다. 국내에서 목련꽃 축제를 여는 수목원은 이곳이 유일하다. 수목원은 ‘상시 관람’에선 제외했던 비공개 정원 ‘목련정원’과 ‘산정목련원‘을 축제 기간에만 공개한다. 해설 프로그램 ‘가드너와 함께 걷는 비밀의 정원‘도 운영한다. 인기가 많아 예약은 필수. ’목련정원‘과 ’산정목련원‘은 약 2만㎡ 규모의 목련 특화 정원으로 수려한 경관이 장관을 이룬다.

천리포수목원에 핀 꽃. 천리포수목원 제공
천리포수목원 정원 풍경. 천리포수목원 제공

천리포수목원은 국내 자생식물을 포함해 총 1만6872종(2024년 1월 기준)을 거느린 62만㎡ 규모의 식목원이다. 국내에선 가장 많은 식물종을 보유하고 있다. 잘 관리된 정원과 전문가들의 손길이 닿은 식재, 철마다 열리는 식물 학회를 포함한 연구 실적 등으로 국내에선 ‘식물 여행’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가 아시아 최초, 세계에서 12번째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지정했다. 수목원은 ‘밀러 가든’ ‘에코힐링센터’ ‘목련원’ ‘낭새섬’ ‘침엽수원’ ‘종합원’ ‘큰 골’ 등 7개 지역으로 나눠 운영된다. ‘밀러 가든’과 ‘에코힐링센터’만 상시 개방한다. 목련 926종, 동백나무 1096종, 호랑가시나무 566종, 무궁화 371종, 단풍나무 251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노루오줌, 복수초 같은 야생화도 볼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을 찾은 여행객들. 천리포수목원 제공
천리포수목원 정원 풍경. 천리포수목원 제공

규모와 보유 식물 종류만 살펴도 개인이 만든 식목원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천리포수목원은 ‘파란 눈의 나무 할아버지’로 불린 귀화 미국인 민병갈(1921~2002) 박사가 설립했다. 한국에 정착한 ‘귀화 미국인 1호’다. 그의 본명은 ‘칼 페리스 밀러’. 192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1945년 미 군정청 장교로 한국 땅을 처음 밟았다. 한국에 매료된 그는 고향에 돌아가지 않고 우리 땅에 정착했다. 그의 이름 ‘민병갈’은 한국은행 상근 고문으로 근무할 당시 인연을 맺은 민병도 총재의 이름에서 따왔다.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자를 아버지처럼 따랐다고 한다. 평생 독신으로 산 그는 4명을 입양해 키웠으며, 식물과 나무 사랑에 전 재산과 생을 바쳤다.

천리포수목원을 만든 민병갈씨. 천리포수목원 제공

그가 천리포수목원을 만들게 된 사연은 유명하다. 1962년 휴가차 찾은 천리포에서 한 주민의 부탁으로 산 해변 야산 2만㎡이 출발점이 됐다. 당시 주민은 자식 혼수 비용 마련이 어렵다며 야산을 사달라고 청했다고 한다. 딱한 사정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땅을 사드려 가꾸기 시작했다. 이 사연이 지역에 퍼지면서 땅 매입을 청하는 이가 많아졌다. 그들의 땅을 차례로 매입한 그는 1970년부터 수목원 조성에 나섰다. 지금은 누적 관람객만도 300만명이 넘는 한국 대표 식목원이 됐다.

지난해 열렸던 ‘태안 세계튤립꽃 박람회’ 풍경. 태안군청 제공
전남 장흥에서 열리는 ‘하늘빛수목정원 튤립축제’. 장흥군청 제공
전남 장흥에서 열리는 ‘하늘빛수목정원 튤립축제’. 장흥군청 제공

천리포수목원이 있는 태안에서는 다음달 7일까지 ‘2024 태안 세계튤립꽃 박람회’도 열린다. 안면도 꽃지해수욕장 인근에서 튤립 260만송이를 만날 수 있다. 21일까지 전남 장흥에서 열리는 ‘하늘빛수목정원 튤립축제’도 만개한 튤립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수선화 축제’가 열리는 화담숲. 화담숲 제공
‘수선화 축제’가 열리는 화담숲. 화담숲 제공

서울 근교에서 ‘꽃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경기도 광주에 있는 화담숲을 찾을 만하다. 4월 말까지 ‘화담숲 봄 수선화 축제’가 열린다. 화담숲 일대에 심어진 총 37종 10만송이 수선화를 관람할 수 있다. 산수유, 복수초, 풍년화 등 야생화도 장관을 이룬다. 총 5.3㎞에 달하는 화담숲 산책길도 걷는 맛이 일품이다. 봄을 만끽하는 데 더없이 근사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