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김형석이 말하는 음악의 가치 “노래=추억, AI·아이돌 음악에도 본질은 그대로”[SS인터뷰]

정하은 2024. 4.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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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김형석. 사진 |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사랑은 열병이 있고 이별은 아픔이 있는데, 추억은 아름다움만 남는다. 그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하고 위로받게 하는 게 음악의 힘 아닐까.”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 성시경의 ‘내게 오는 길’, 고(故) 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 등 작곡가 김형석(58)의 히트곡들이 하모니카 연주로 재탄생했다. 12일 발매되는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38)의 앨범 ‘그대, 다시’를 통해서다. 두 사람은 “이 음악들을 듣고 저희처럼 과거의 추억과 향수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 “하모니카, 사람의 호흡과 가장 가까운 악기…추억의 폭 넓혀줬다”

학창시절 김형석의 팬이었다는 박종성의 제안에서 출발한 협업이다. 늘 플레이리스트에 김형석의 노래들이 있었다는 박종성은 김형석의 히트곡 중 10곡을 엄선 후 직접 편곡 및 연주해 ‘그대, 다시’ 앨범에 담았다.

앨범에는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와’, 故박용하의 ‘처음 그날처럼’,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 故김광석의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비롯해 성시경의 ‘그대네요’, 유미의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보보 ‘늦은 후회’, 엄정화 ‘하늘만 허락한 사랑’, 김혜림 ‘날 위한 이별’, 나윤권 ‘나였으면’ 등이 하모니카 연주 버전으로 담겼다.

김형석은 수록곡 가운데 ‘사랑이라는 이유로’ 피아노 연주에만 참여했고, 선곡부터 편곡까지 전적으로 박종성에게 맡겼다.

하모니스트 박종성. 사진 |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사랑이라는 이유로’는 김형석을 발라드 작곡계 거장으로 만들어준 디딤돌이다. 1988년 김형석의 첫 작업물이기도 하다. 36년 만에 이 곡을 다시 들여다보며 김형석은 나이를 잊은 듯 작업에 몰두했다고 이야기했다.

“음악은 세월이 지나도 그 시대로 데려다 주는 힘이 있어요. 대학생 때 쓴 곡이라 그때 생각이 많이 났죠. 하모니카는 사람의 소리와 호흡에 가장 가까운 악기라 친숙한해요. 가사가 없다 보니 더 많은 추억의 폭이 생겼죠. 제 곡이지만 리메이크하니 다시 젊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박종성은 최대한 원곡의 감성을 해치지 않으려 애썼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편곡 스킬로 제 음악 색채를 드러내기에는 곡 자체가 명곡이다. 기교를 부리고 싶진 않았다. 다만 어린 시절에 이 곡을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 ‘AI 음악’의 발전, 작곡가의 위기? “방탄소년단과 아미처럼”

김형석은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 시장에서 다양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곡수만 1400곡이 넘는 그는 작곡 외에도 정보기술과 엔터테인먼트 등을 결합한 음악 서비스 회사 노느니특공대, 음악인 육성 교육기관 케이 노트 뮤직 아카데미 등을 운영하며 음악인들에게 다양한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협업도 그에겐 새로운 시도다. 그동안 수많은 아티스트와 작업했지만 피아노가 아닌 악기로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김형석은 음악인 그리고 창작자로서 마주한 음악 시장의 위기와 청사진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디지털, 아이돌, 인공지능(AI) 음악 등 많은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섬세한 감성을 건드리는 발라드장르에 대한 수요는 꾸준했다. 요즘 젊은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예전의 발라드를 리메이크하는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이제는 음악을 찾아 듣는 시대이기 때문에, 가수들의 리메이크 외 연주곡으로 다양화돼 작곡가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작곡가 김형석. 사진 |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작곡가 김형석. 사진 | 리웨이뮤직앤미디어, 노느니특공대엔터테인먼트, 뮤직앤아트컴퍼니


앞서 김형석은 자신의 SNS를 통해 ‘AI 음악’ 발전에 대한 놀라움을 고백하기도 했다. 거물 작곡가인 그가 AI가 만든 음악의 완성도를 인정했다는 것만으로도 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간은 빅데이터를 이길 수 없어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창작물을 내놓아야 할까요. 결국 ‘스토리’입니다. 스토리는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드라마가 생기죠. 결국 그 드라마는 인간의 불완전성에 기인해요. 어떤 창작물을 내어놓아야 할 것인가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고, 이런 스토리와 철학을 어떻게 음악 산업 마케팅으로 활용할지에 달렸어요.”

실례로 ‘흙수저 아이돌’로 불리며 성장 과정을 팬덤 ‘아미’와 공유해 온 방탄소년단을 꼽았다. 그는 “아티스트가 겪은 아픔과 성장통이 팬들의 마음을 울리고 이는 방탄소년단이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한 원동력이 됐다. 그 과정이 있기에 지금의 감동이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창작자들도 나의 진정성을 어떻게 담고, 커뮤니티화시킬지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박종성은 오는 5월 31일 오후 7시 30분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그대, 다시’ 앨범 발매 기념 공연을 연다. 이날 공연에는 김형석도 참석해 ‘사랑이라는 이유로’를 비롯해 피아노 연주를 선보일 예정이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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