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국민연금 개혁 뇌관 소득대체율, OECD 평균보다 낮나?

서한기 2024. 4.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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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설계상 OECD 평균과 비교해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아"
"9% 보험료율 15%까지 올리고, 수급개시연령 상향·기금수익 강화로 보완해야"
연금개혁안 2개로 압축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당실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놓고 전문가들이 재정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쪽과 노후소득 보장을 강화하자는 쪽으로 갈려 대립하지만, 적어도 현재 소득의 9%인 보험료율 인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데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더 늦기 전에 보험료율을 올리긴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소득보장론 쪽에서 40%인 명목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 몇 퍼센트라도 함께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양측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현실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의 의제숙의단이 연금 전문가 등과 지난달 8∼10일 서울 한 호텔에서 2박 3일 합숙 워크숍을 열어 도출한 2가지 개혁방안에 집약돼 있다.

2가지 방안은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그대로 유지하는 안,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안으로, 대체로 재정안정론과 소득보장론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공론화위는 이들 방안을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여한 4차례 토론회(4월 13, 14, 20, 21일)에 다시 올려 숙의 과정을 거친 뒤 결과를 정리해 연금특위에 보고하고 그러면 국회는 이를 토대로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29일까지 개혁안을 완성할 예정이다.

이처럼 전문가들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부딪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연금개혁 논의에서 소득대체율 인상 여부는 늘 쟁점이었다.

국민연금은 1988년 도입 당시 소득대체율이 40년 가입 기준 70%로 높았다. 하지만 1998년 1차 개혁을 거쳐 10년 만에 소득대체율이 60%로 떨어졌고, 2차 개혁을 통해 2008년부터 60%에서 매년 0.5%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까지 2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40%까지 내려가게 돼 있다. 2024년 소득대체율은 42%다.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연금개혁안 2개 압축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

통계의 함정…'악마는 디테일에 숨어 있다'

소득대체율 인상론 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년마다 발간하는 연금보고서(한눈에 보는 연금)의 통계를 근거로 국민연금의 노후소득 보장 기능이 취약하다며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고 요구한다.

실제로 OECD는 작년에 공개한 2021년 연금보고서에서 한국은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공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31.2%로 회원국 평균(42.2%)보다 낮다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재정안정에 무게중심을 둔 전문가들은 이른바 '통계의 함정'을 들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9%에 불과한 국민연금 보험료율 수준을 고려할 때 지급받는 연금액은 다른 많은 OECD 국가보다 적지 않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불편한 연금책'이란 저서에서 무엇보다 "우리와 OECD 다른 국가들은 비교 기준이 다르기에 통계 해석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 교수에 따르면 첫 번째로 가입기간 가정이 다르다.

OECD는 '22세부터 그 나라가 정한 가입기간 종료 연령까지'를 가입기간으로 본다. 우리의 가입 상한 연령은 59세까지로 따라서 22세부터 59세까지 38년이 가입기간이 된다.

하지만 OECD 대다수 국가는 보험료를 부을 수 있는 연령이 66세 정도로 각 국가가 가정한 가입 기간을 평균하면 44년가량 된다. 우리보다 6년 정도 길다.

소득대체율 계산식은 '소득대체율 = 지급률×가입기간'이기에 우리는 가입기간이 6년가량 짧은 만큼 소득대체율도 떨어진다.

김 교수는 "우리의 가입기간을 늘려서 비교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소득기준이다.

소득대체율은 은퇴 뒤 받는 연금액이 일할 때 벌던 소득의 몇 퍼센트를 대체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소득기준을 얼마로 잡느냐가 중요하다.

OECD의 소득기준은 그 나라의 '전일제 상용 근로자 평균소득'으로, 2022년 기준 한국은 월 383만원(2020년)이기에 이로부터 31.2%라는 소득대체율이 산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연금에는 상시고용자만 가입해 있는 게 아니라 상용직 근로자보다 소득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 등도 들어 있기에 이들을 모두 포함한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은 월 244만원에 그친다.

게다가 다른 나라 공적연금은 완전 소득비례연금으로 재분배 기능이 없는 것과 달리, 한국 국민연금 급여에는 재분배 장치가 있어서 소득이 높으면 소득대체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OECD 기준에 따라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 대신 상용직 임금근로자 평균 소득으로 소득대체율을 계산하면 소득대체율이 상당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로 중요한 차이는 OECD가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액 계산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하고 국민연금만 넣었다는 점이다. 기초연금은 국민연금보다 수급자 수가 훨씬 많고 세금을 재원으로 하기에 당연히 공적연금이다. 다른 국가에도 우리처럼 조세 재원으로 저소득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연금이 있으며, 이는 공적연금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OECD가 산정한 한국의 공적연금 통계에는 기초연금이 빠져 있다.

김 교수는 "어떤 이유에서든 공적연금 계산에서 기초연금을 제외한 것은 부당하다"며 "다른 국가와 동일 조건에서 비교하려면 기초연금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가입기간을 지금보다 5년 연장해 65세 이전까지로 하면 소득대체율은 4.1%포인트 높아진다.

여기에다 2023년 기준 32만원이 조금 넘는 기초연금액을 소득대체율로 환산하면 평균 소득자 기준으로 7.5% 정도가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OECD처럼 가입기간을 연장하고 기초연금을 포함해서 소득대체율을 산출하면 지금보다 높아진다.

김 교수는 "물론 현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제도 설계상으로는 우리 연금체계의 급여 수준이 OECD 평균과 비교해서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 내고 더 받기', '더 내고 그대로 받기' 연금개혁안 2개 압축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현행 9% 보험료율 감안 때 소득대체율 40%, 외국과 비교해 낮지 않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내만복)'의 오건호 정책위원장도 "현재 9% 보험료율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는 외국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 아니다"며 김 교수의 분석에 힘을 보탰다.

오 위원장은 최근 공동 저자로 참여해 펴낸 '연금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이란 책에서 "현 세대가 적어도 받는 만큼은 낸다는 수입-지출 균형을 목표로 삼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연금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서구의 다른 나라들도 1980년대 들어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의 급변으로 보험료를 내는 인구(가입자)는 줄고, 연금을 받는 인구(수급자)는 늘면서 연금재정에 경고등이 켜지자 보험료를 크게 올렸다.

2022년 기준으로 OECD의 공적연금 평균 보험료율은 소득의 18.4%로 한국(9%)의 두 배가 넘는다.

보험료율만 올린 게 아니라 소득대체율도 깎았다.

독일은 1980년 총임금 대비 50.2%이던 소득대체율이 2022년 45%까지 하락했다. 독일은 현재 소득의 18.6%의 보험료를 내지만, 앞으로 감당하기로 합의한 최대 보험료율 상한선을 22%까지 정해놓았다.

독일은 2004년에는 가입자·수급자·실업자 수를 연금 계산식에 반영하는, 자동안정화 장치의 일종인 '지속가능성 계수'를 도입해 고령화·실업난으로 가입자가 줄어들면 이런 현실에 맞춰 연금을 깎는다.

2007년엔 수급개시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올렸다.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연금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것이다.

일본은 과거에는 지금의 한국과 비슷한 처지였지만, 하락하는 합계출산율과 상승하는 기대여명에 대응하고자 역시 보험료율 인상, 소득대체율 인하와 함께 '자동안정화 장치'를 채택했다.

2004년에 대대적인 연금개혁안을 통과시키면서 2003년 13.6%이던 보험료율은 2017년엔 18.3%로 뛰었고, 소득대체율도 59.3%에서 단계적으로 하락해 2023년엔 50.2%로 내려갔다.

일본의 소득대체율은 OECD 기준과 달리 가구주, 즉 가장(1명)의 국민연금에 부부(2명)의 기초연금까지 합친 수치인데, 우리처럼 1인 기준으로 계산하면 2060년대 일본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32.4%에 그친다.

'노인을 위한 나라'라는 통념과는 달리 보험료율이 18.3%(기초연금 기여금 포함)인데 비해서 노후소득 보장 수준이 높지 않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연금 수리학적으로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가입자가 명목 소득대체율 40%의 연금을 받기 위해 내야 하는 균형 보험료율은 약 20%이다.

그런데, 현재 가입자는 소득의 9%만 보험료로 내니 11%포인트는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넘어가며, 기금소진 이후에 연금급여 지출을 당해연도 보험료 수입으로만 충당할 때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 '부과식 보험료율'은 최대 35%대까지 올라간다.

오 위원장은 "이는 초고령화 시대의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 없거니와, 애초 자기 몫 이상의 책임을 지라는 요구이니 납득할 수도 없을 것"이라며 "현세대가 20%의 보험료율을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위원장은 이를 위해 "소득대체율 40%에 필요한 보험료율이 20%이므로 일단 현재 9%인 보험료율은 15% 정도까지 올리고, 나머지 5%는 수급개시연령 상향이나 기금수익 강화 등으로 메우는 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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