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폐 위기 피한 제약·바이오 기업 주주 안심말라, 곧 ‘유증 폭탄’ 옵니다

이인아 기자 2024. 4.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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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보고서 제출 과정에서 부족한 재정 상태를 확인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바이오 분위기가 좋을 때부터 차환을 위해 메자닌 투자 의사를 묻는 바이오 기업이 많았는데, 기관 투자자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IR을 돌다가 안되니까 주관사와 협의해 메자닌 발행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약으로 돌린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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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보고서 제출 마무리...4월 본격적인 자금조달 나선다
과거 ‘바이오 붐’타고 메자닌 대거 발행...상환시기 도래
“차환용 메자닌, 기관 수요 없어...주주배정 유상증자 늘어날 것”

감사보고서 제출 과정에서 부족한 재정 상태를 확인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줄줄이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부터 차환용 메자닌 투자자를 구하기 위해 열을 올렸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꺼리는 탓에 주주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메자닌이란 채권과 주식의 성격을 모두 지닌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일컫는다.

코스닥지수가 연일 상승하고 있음에도, 바이오 관련주들은 '큰손' 외국인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최근 신라젠, HLB생명과학,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등 주요 바이오 회사들이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먼저 기존 주주에게 청약할 권리를 준 다음, 청약 미달이 생길 경우 남은 물량을 일반 투자자들에게 넘기는 방법이다.

그간 제약·바이오 상장사는 주로 메자닌을 발행해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과거 코로나19로 시중 유동성이 막대하게 풀린 상황에서 K바이오에 관심이 높아진 덕이다. 바이오 기술의 미래 가치에 베팅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많아 자금 조달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과거 발행한 메자닌의 상환 시기가 도래했지만, 성과를 낸 기업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바이오 분위기가 좋을 때부터 차환을 위해 메자닌 투자 의사를 묻는 바이오 기업이 많았는데, 기관 투자자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며 “IR을 돌다가 안되니까 주관사와 협의해 메자닌 발행에서 주주배정 유상증자 계약으로 돌린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신규 투자자를 찾지 못한 배경에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거래정지, 상장폐지의 단골로 꼽힌다. 엔케이맥스, 웰바이오텍, 뉴지랩파마, 제넨바이오, 셀리버리, 카나리아바이오, 세종메디칼, 제일바이오 등은 올해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의견 거절’을 받아 거래정지 위기에 놓인 상태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가 오른 점도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메자닌 투자를 꺼리는 요인이 됐다. 만약 전환사채에 투자해 이익을 보려면, 현재 주가가 더 오를 것이란 판단이 필요한데 고점이라고 보는 기관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유상증자한다면, 적은 주식을 발행해 더 많은 자금을 모을 수 있어 회사 측에 유리하다.

감사보고서 제출 시즌이 끝나면서 돈이 부족한 제약·바이오 기업은 본격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전망이다. 감사의견을 제때 못 받는 기업들이 많다 보니 금융당국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후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독려한다고 한다. 기업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곳간 사정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보통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인데, 발행 주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투자자들 스스로 기업 재무제표를 살펴야 유증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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