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살해됐다, 승객은 떴고 현금은 그대로…범인은 18년째 '깜깜'

신초롱 기자 2024. 4.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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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송촌동서 칼에 찔린채 발견…DNA 나왔지만 미궁[사건속 오늘]
경찰 "승객과 다투다 가격당했을 가능성"…300여명 조사에도 허탕
ⓒ News1 DB

(서울=뉴스1) 신초롱 기자 = 부슬부슬 봄비가 내리던 2006년 4월 11일 오전 7시 27분 대전 대덕구 송촌동에서 택시 기사 김모(당시 56세) 씨가 자신의 택시 안에서 살해당한 채 발견됐다. 사인은 다발성 자창 및 절창에 의한 과다출혈이었다.

경찰은 택시 강도, 원한에 의한 범행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에 임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건 혈흔에 찍힌 족적과 부러진 칼날이 전부였다.

차 안에서 발견된 혈흔 가운데 피해자 외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DNA가 검출됐지만, 범인은 18년째 붙잡히지 않은 상태다.

◇ 심근경색 앓던 김 씨, 실종 신고 3분 만에 시신으로 발견

김 씨의 아내는 평소 새벽 4~5시쯤 귀가하는 남편이 아침이 돼도 돌아오지 않은 걸 이상히 여겼다. 심근경색을 앓았던 남편이 걱정돼 오전 7시 24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아내는 전화를 끊고 3분 뒤인 오전 7시 27분쯤 경찰로부터 남편이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다.

김 씨의 차는 대덕구 송촌동 대양초 부근 인적이 드문 왕복 2차선 도로에서 발견됐다. 택시 앞 범퍼 우측은 덤프트럭과 맞닿아 있었다.

전조등과 시동이 켜져 있고, 운전석 앞에 신발 한 짝이 떨어져 있는 걸 이상히 여긴 행인이 택시 안을 들여다보곤 경찰에 신고했다.

주변에는 택시와 덤프트럭 외에도 주차된 차들이 여러 대 있었지만 CCTV나 블랙박스가 보편화되던 때가 아니었고, 통행이 거의 없는 골목이었던 탓에 목격자도 없었다.

◇ 칼에 찔린 상흔 28곳, 얼굴 목에 집중 공격…방어흔 7개

발견 당시 김 씨는 뒷좌석에 상체를 기댄 채 엎드려 있던 상태였다. 택시 안은 온통 피로 얼룩져 있었다. 이 씨의 오른손 옆에는 피 묻은 휴대전화가 놓여 있었다.

김 씨는 몸 안에 피를 거의 다 쏟아내고서야 사망에 이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몸에서 발견된 상흔은 28곳이었다. 공격은 얼굴과 머리에 집중됐다. 손과 팔에는 흉기 공격을 방어한 듯한 흔적 7개가 발견됐다.

택시 미터기가 켜져 있었던 점으로 봐 택시 강도의 범행이 유력했다. 하지만 운전석 도어 포켓 속 지갑과 김 씨의 점퍼 안주머니에는 현금 18만 8000원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강도짓이 아니라면 김 씨에 원한을 품고 있던 이의 범행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겠지만, 경찰 조사 결과 김 씨에게 특별한 채무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에게 원한을 품을 만한 인물도 주변에 없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 김 씨, 고의로 트럭 박은 후 승객 습격당했을 가능성

택시 발견 당시 우측면이 덤프트럭에 닿아 있어 조수석 문과 오른쪽 뒷좌석 문은 열 수 없는 상태였다. 택시의 왼쪽 뒷좌석 문은 승객의 안전상 잠금장치를 걸어놓기 때문에 안에서는 열 수 없다. 택시가 정차한 뒤 택시 안에서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문은 운전석뿐이다.

경찰은 김 씨가 승객과 다투는 과정에서 살해된 걸로 추정했다. 김 씨는 뒷좌석의 승객을 내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 고의로 덤프트럭을 들이받은 후 뒷좌석 쪽으로 갔다가 승객에게 습격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얼굴과 머리에 공격이 집중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범인이 낸 상처들은 주요 혈관을 건드리지 않은 상태였다. 전문가들은 김 씨가 사망 전까지 항거 불능 상태는 아니었을 것이라 봤다.

칼에 찔린 상처 중 치명상이 없어 출혈은 느리게 진행됐고 피해자는 공격받은 뒤에도 상당 시간 동안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상태였을 수 있었을 것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김 씨는 택시 안을 빠져나오는 것은 고사하고 바로 옆에 놓인 휴대전화조차 잡지 못했다. 범인은 쓸 수 있는 흉기가 부러지는 바람에 김 씨가 움직이지 못할 때까지 누르고 있다가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현장을 벗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 News1 DB

◇ 혈흔서 범인 추정 DNA 검출…18년째 오리무중

경찰은 택시 운행기록 장치를 분석해 마지막 승객이 택시에 오른 시간과 승차 지점을 파악해 예상 승차 지점을 16군데로 압축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마지막 승객이 택시에 오른 시간은 오전 4시 27분 42초로 확인됐다. 직전 승객과의 승하차 간격이 단 16초에 불과했다. 택시는 27분부터 34분까지 약 7분간 3.4㎞를 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택시가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약 3.4㎞ 떨어진 곳에서 탑승했을 범인을 추적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장소인 농수산물 시장과 고속버스 터미널 부근을 집중적으로 탐문하고 해당 지역 일대의 통신 기록도 살펴봤지만 유의미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다.

범인이 유일하게 남긴 칼날과 족적의 출처도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병원, 약국으로 탐문 영역을 넓혔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러다 대전역 인근 중동의 세탁소 주인을 통해 유의미한 증언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세탁소 주인은 20대 초반 학생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피가 묻은 흰 티셔츠 세탁을 두 번이나 의뢰했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했지만, 더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했다.

이후에도 경찰은 택시 안에서 김 씨의 혈흔 외 다른 남성의 DNA를 추가로 확보해 해당 DNA와 동일 수법 전과자 등 300여 명의 유전자를 대조했지만 범인은 없었다.

ro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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