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할 때

2024. 4. 11. 02:4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달 3일, 한국·필리핀 수교 7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실제로 2023년에 144만명의 한국 관광객이 필리핀을 방문해 필리핀 제1의 관광시장이 되었고, 20만7000명의 필리핀인이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에 이주한 필리핀인의 주된 목적은 취업이었다.

그런데 필리핀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3일, 한국·필리핀 수교 75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필리핀 클라크 국제공항에서는 한국과 필리핀 공군이 공동으로 우정 비행을 했다. 비록 TV를 통해서 본 것이지만 참으로 흐뭇한 광경이었다.
한국이 필리핀과 수교한 것은 1949년이다. 필리핀은 대만, 미국, 영국, 프랑스에 이어 한국의 다섯 번째 수교국이 되었다. 이는 당시 필리핀의 위상이 상당하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필리핀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3개월 후 육군을 파병해 주었다. 5년간 총 7420명을 파병했는데, 그 규모로 보면 16개국 중 여섯 번째였다. 이 과정에서 116명의 젊은이가 한국을 위해 귀한 목숨을 잃었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
1960대만 해도 필리핀은 한국보다 잘사는 나라였다. 1960년 필리핀의 1인당 소득은 254달러로, 79달러에 불과한 한국의 세 배가 넘었다. 건축 기술도 한국보다 앞서 있었다. 1961년 광화문 네거리에 들어선 미국대사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건물(일명 ‘쌍둥이 건물’)은 미국 회사가 지었지만, 시공과 감리는 필리핀이 했다. 1963년 문을 연 장충체육관도 설계는 한국인이 했지만, 시공과 감리는 필리핀 기술자의 도움을 받았다. 1966년 필리핀 마닐라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을 만난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도 당신들만큼 잘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필리핀은 잘사는 나라였다. 그해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30달러였고, 필리핀은 299달러였다.

참고로, 한국이 필리핀을 1인당 국민소득으로 추월한 것은 1970년부터이다. 필리핀은 문화적으로도 강한 나라였다. 1978년 프레디 아길라(Freddie Aguilar)가 Anak(아들)라는 노래를 불러 큰 인기를 얻었다. 타갈로그어로 된 이 노래는 세계 56개국에서 27개 언어로 번안돼 수백만 장의 앨범이 팔렸고, 당시 아길라는 아시아 최고의 가수였다.

이처럼 한국과 필리핀의 외교관계는 매우 일찍 시작되었고, 한국전을 통해서 혈맹수준으로 공고해졌고, 기술 협력으로 확대되었고,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를 넘어 문화와 관광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3년에 144만명의 한국 관광객이 필리핀을 방문해 필리핀 제1의 관광시장이 되었고, 20만7000명의 필리핀인이 다양한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지난 30여년 동안 한국에 이주한 필리핀인의 주된 목적은 취업이었다. 이들은 체류자격과 상관없이 단순노동에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다. 2000년대에는 결혼 목적의 이주가 증가했으나 요즈음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학업 목적 이주가 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필리핀 가사·육아도우미 100여명을 들여오기로 했다. 이들에게 가사뿐만 아니라 육아까지 맡기려고 한 것은 이들이 영어를 구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리핀인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은 것 같다. 공장과 가정에서는 한국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고 이래저래 무시하고 차별한다. 다행히도 필리핀인의 한국에서의 삶의 만족도는 다른 이주민 집단에 비해 높다고 한다. 이들은 공동체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편이고 사회적 연결망도 비교적 잘 구축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인이 이런 그들에게 조금만 더 우호적으로 대해 준다면 양국의 관계는 더욱 좋아질 것 같다. 지금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는 것이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