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농활'의 新비즈니스모델 '오테츠타비'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4. 4. 1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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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국내에서도 오래전부터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여기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농어촌 등 도심에서 떨어진 지방의 일손부족은 일본 역시 겪는 큰 고민거리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조처가 완화되고 '엔저'가 지속되면서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일본 여행업계는 이들을 맞이할 일손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유력매체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해결하고 싶은 3가지 사회문제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첫 번째, 일본 전역에 좋은 사람, 제품 및 지역에 대한 가시성, 관심 및 인식부족. 두 번째, 만성적으로 방치되고 해결되지 않는 지역의 계절적·단기적 노동력 부족. 세 번째,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만 교통과 숙박비용 부담 등이다.

이런 3가지 사회적 고민을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신개념 여행플랫폼 서비스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 출신 한 여성 CEO가 창업한 회사로 일본어로 도움+여행이라는 단어를 합성한 '오테츠타비'(おてつだび)라는 인력매칭 플랫폼이 그 주인공이다.

이 플랫폼의 주요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인력부족으로 곤란한 농가나 숙박시설 등에서 일정 시간은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여행도 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매칭서비스다.

해외 어학연수를 하면서 현지에서 일할 수 있는 위킹홀리데이 프로그램과 매우 흡사한 비즈니스모델이다. 어떻게 보면 예전 한국 대학가에서 진행한 '농활'과 일맥상통하는 점도 많지만 이 서비스는 국내에 국한하고 지역교류에 중점을 둔 것이 비즈니스로서 큰 특징이다.

여행자(근로 희망자)는 먼저 업종과 지역을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지원할 수 있다. 현장까지 교통비는 본인이 부담하지만 숙박은 무료며 식사도 현장의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기본 시급으론 900엔 이상 받을 수 있다. 숙박기간은 1주일 이상을 요구하는 곳이 많지만 본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하루 일정을 예로 들면 아침 8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일하고 이후는 주변 여행을 즐기는 자유시간이다.

지역사업자(숙박시설이나 농가 등)는 단기적·계절적 인력부족을 해결하고 여행자들은 '안 가본 지역에 가고 싶다!' '일하면서 현지생활과 여행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해결하는 동시에 지역은 관계인구를 형성해 지역산업과 관광에도 활력이 생긴다.

도쿄에서 6시간 정도 걸리는 어촌마을인 미에현 오와세시에서 태어난 이 회사 나카오카 대표가 도심에서 대학에 다닐 때 고향에 대해 문의가 오면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탓에 맛있는 음식, 좋은 공기, 명소가 있어도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렸고 그것이 사업아이디어의 원천이 됐다고 한다.

오와세시 인구는 약 1만6000명이지만 고령화가 45%로 이 상황이 계속되면 지역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 지역 활성화를 도울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한 것이다.

"놀아야겠다는 생각만 갖고 오면 곤란하다"는 비난을 뚫고 고향의 100여개 음식점을 돌고 나서야 첫 번째 식당이 입점한 지 벌써 5년째다. 현재 47개 도도부현에 1300개 사업장이 등록했고 약 5만2000명의 회원이 여행지와 일자리를 찾을 정도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다.

모집광고비를 일절 쓰지 않고 오로지 회원들의 댓글과 SNS로만 운영하는데, 특히 이 서비스를 경험한 회원들의 긍정적인 댓글이 넘쳐나고 일을 마치고 지역을 떠난 '임시직'들이 가족과 같이 재방문하고 이 지역의 특산물들을 인터넷으로 구입한다든가 하는 사례가 속속 알려지며 이 플랫폼에 가입하는 지역사업장과 유저가 늘었다.

전혀 모르는 지역에서 돈도 벌고 노는 것이 계기가 돼 그곳이 본인만의 특별한 두 번째, 세 번째 고향이 되고 친가로 귀성하는 것처럼 거기서 관계를 맺은 사람을 만나러 가게 해주는 '오테츠타비'는 새로운 유동인구를 창출하며 관계인구를 늘려가는 프로젝트다.

출생률을 높이는 것만이 인구감소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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