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언제나 처음 같은 마스터스 토너먼트!

방민준 2024. 4. 10.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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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출전하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오거스타 내셔널에서 연습라운드를 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매년 열리는 데도 처음 열리는 대회 같다. 그래서 선수는 물론 골프 팬들을 더욱 흥분시킨다. 매년 4월 둘째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이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에 있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 코스로 쏠리는 이유다. 마스터스는 골프 선수라면 누구나 평생 한 번이라도 참가하는 것을 최대 영광으로 여기는 '꿈의 무대'다. 4대 메이저 중 가장 늦게 출범했음에도 선수들은 그린재킷을 입는 마스터스를 최고로 친다. 



 



마스터스의 이런 독보적인 존재감은 대회 창립자인 구성(球聖) 바비 존스(1902~1971)의 골프철학, 신들의 정원을 방불케 하는 골프 코스, 특별한 스폰서나 후원기업 없이도 최고의 흥행을 약속하는 비법 등이 합작으로 빚은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골프 사가들은 바비 존스를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꼽는다. 당시 4대 메이저, 미국과 영국의 오픈 및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13차례 우승한 그를 골프 사가들은 '골프의 황제' '구성(球聖)'이라고 칭송한다. 그의 기록이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는 4대 메이저에 출전했던 기간은 겨우 13년, 그것도 9년은 고교와 대학 시절로 평생 출전한 대회 52개 중 23개 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지성파 골퍼로 유명했다. 미국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 후 하버드대에서 영문학, 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 에모리대에서 법률을 전공해 변호사자격까지 획득했다. 프랑스어, 독일어, 영국사, 독일문학, 고대문화사, 비교문학 등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의 골프 전성기는 학업에 열중하던 시기와 일치, 운동과 학문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육군 소령으로 참전해 활약하기도 했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부모에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11살 때 그는 새로운 골프 철학과 운명적으로 만난다. 계기는 1913년 US오픈. 이 대회에는 '스윙의 시인'이란 명성을 듣고 있던 영국의 해리 바든(Harry Vardon), 그리고 같은 영국의 테드 레이(Ted Ray)가 출전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당시 19세의 미국 아마추어 프란시스 위멧(Francis Ouimet)이 두 영국 프로와 동타가 되어 연장전에 들어가 우승했다. 



 



어린 존스는 이 경기야말로 진정한 경기라고 생각했다.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아름답고 부드러운 스윙에 견실한 플레이, 모든 홀에서 파를 목표로 주변과 초연한 자세로 경기하는 해리 바든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존스의 눈에 바든은 경쟁자나 갤러리들을 잊은 채 다른 그 무엇과 플레이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골프란 어느 사람에 대해서가 아닌 그 무엇과 플레이하는 것이다." '그 무엇'이란 바로 파(PAR)였다. 홀마다의 파와 경쟁한다는 것인데 그는 그 무엇을 '올드 맨 파(Old Man Par)'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의인화하고 외부의 경쟁자가 아닌 내부의 '올드 맨 파'와 경기하는 철학과 지혜를 터득한다. 



 



1925년 US오픈에서 그는 골프사에 회자되는 일화를 남긴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차 선두를 유지, 우승을 목전에 둔 존스는 러프에서 어드레스 하려는 순간 볼이 움직이자 아무도 본 사람이 없었지만 경기위원회에 자진 신고했다. 이를 두고 매스컴이 칭송하자 존스는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이다. 당신은 내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칭찬하려는가?"라는 반응을 보여 다시 한번 골프 팬들을 열광시켰다.



 



1930년 디 오픈과 브리티시 아마추어챔피언십, US오픈과 US 아마추어챔피언십을 독차지하는 사상 초유의 그랜드 슬램(한 해에 4대 메이저를 우승하는 것, 생애에 걸쳐 우승하는 것은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데 US 아마추어챔피언십 경기 중 한 레스토랑 주인으로부터 격려 전보를 받았다.



 



거기에는 'E TONE E PISTAS'라는 그리스어가 쓰여 있었다. 영어로 'With it or on it'(함께 아니면 그 위에)라는 뜻이다. 옛날 스파르타의 한 노모가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방패를 닦고 있는 아들에게 한 말로, '이겨서 방패와 함께 무사히 귀환하든지 아니면 죽어서 방패 위에 실려 돌아오라'는 뜻이다. 존스는 이 경기에서 이겨 전무후무한 그랜드 슬램의 대기록을 세웠다.



 



그는 1930년 11월 28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매스컴은 그가 은퇴를 선언하자 '존스 없는 골프는 파리 없는 프랑스와 같다'는 말로 슬픔을 표했다. 그는 은퇴 후 금융계 친구 클리포드 로버츠(Clifford Roberts, 1894~1977)와 함께 1934년 조지아 주 오거스타에 오거스타 내셔널코스를 만들어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개최함으로써 골프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바비 존스의 골프철학과 '마스터스에서는 무엇이든 완벽하고 최고여야 한다'는 클리포드 로버츠의 발상으로 탄생한 아름다우면서도 난이도 높은 골프코스는 마스터스의 명성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코스는 신들의 정원을 방불케 한다. 왕들의 연회, 사냥, 위락을 위해 만들어진 우리나라 창덕궁의 후원인 비원(祕苑)을 연상하면 적절할 것 같다. 야간에 비원을 돌아본 적이 있는데 인간 세상이 아닌 듯했다.



 



오거스타 내셔널코스는 조성할 때부터 자연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난이도를 높여 골퍼들의 도전욕을 자극한다. 대회 두 달 전부터 출입을 완전 통제하고 대회가 끝난 뒤 5월부터 11월까지 코스 보수를 위해 문을 닫는다. 좁은 페어웨이와 유리알 같은 그린, 특히 11, 12, 13번 홀로 이어지는 '아멘코너'는 오거스타 내셔널코스의 백미로 마스터스 출전 선수들에게 생애 최고의 추억을 안긴다.



 



마스터스는 설립자 바비 존스의 뜻에 따라 철저하게 비상업주의를 고집, 타이틀 스폰서나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컷오프 탈락자에게도 상금이 돌아가고 지역에 미치는 경제효과도 어마어마하다.



 



마스터스는 갤러리를 4만여 명에 이르는 후원자(patron)로 제한한다. 갤러리 입장권 및 기념품 판매, 중계권료 등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이 기간 오거스타 인구(20여만 명)보다 많은 30여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려든다. 지난해 상금 규모가 1800만 달러, 우승상금 324만 달러였으나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스터스는 출전 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메이저 대회 출전 선수는 보통 150여 명이지만 마스터스는 100명 내외다. 올해는 89명이 출전한다.



 



주최 측인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 정한 20개 출전 조건 중 한 가지를 충족해야 출전할 수 있다. 역대 마스터스 챔피언은 평생 출전권을 받는데 디펜딩 챔피언 존 람을 비롯해 프레드 커플스, 조던 스피스,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애덤 스콧(호주) 등이 초청장을 받았다. 그린재킷을 5차례나 입었던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나온다.



 



LIV 골프 선수 중에는 더스틴 존슨, 필 미컬슨, 패트릭 리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찰 슈워젤(남아공) 등이 역대 우승자 자격으로 출전한다. 디오픈과 US오픈, PGA 챔피언십 등 메이저 대회에서 최근 5년간 우승한 선수도 출전하는데 브룩스 켑카, 브라이슨 디섐보, 저스틴 토머스, 콜린 모리카와, 개리 우드랜드, 캐머런 스미스가 해당된다.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는 3년간 출전 자격을 얻는다.



 



전년도 메이저 대회 상위권자, 최근 1년간 PGA투어 대회 우승자, 연말 또는 4월 7일 자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들면 마스터스 티켓을 받는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배려해 2023년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1위와 2위,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 라틴아메리카 아마추어 챔피언, 미국 미드 아마추어 챔피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나올 수 있다. 이밖에 특별 초청으로도 참가할 수 있는데 호아킨 니만(칠레), 토르비욘 올레센(덴마크), 히사쓰네 료(일본) 등이 초청장을 받았다.



 



한국 선수로는 2020년 마스터스 준우승자 임성재와 김주형, 김시우, 안병훈 등 4명이 티켓을 받았다. 매킬로이의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 타이거 우즈의 완주 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꿈의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감상하면서 설립자 바비 존스가 남긴 "좋은 스윙의 첫째 조건은 단순함이다. 스윙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임팩트 순간 불을 끝까지 쳐내는 것(hit through)이다. 결코 볼을 때리는 것(hit at)이 아니다."라는 명언을 되새겨보자.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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