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패널 유통 재개 … 안전 우려 여전

양연호 기자(yeonho8902@mk.co.kr) 2024. 4. 10.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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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된 화재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부적격 샌드위치패널(복합자재)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편의를 위해 성능 인증을 간소화한 '복합자재 표준모델' 제도가 사실상 중소업체들의 불량자재 유통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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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화재참사 원인 지목돼
일시 사용정지 처분받았던
복합자재 생산·공급 재개
현장선 "안전강화 아직 미흡"
불량제품 다시 유통되기도
2020년 다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 연합뉴스

강화된 화재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부적격 샌드위치패널(복합자재)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 편의를 위해 성능 인증을 간소화한 '복합자재 표준모델' 제도가 사실상 중소업체들의 불량자재 유통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화재로 인한 참사의 주범으로 꼽히는 샌드위치패널에 대한 관리감독을 규제당국이 사실상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0일 매일경제 취재 결과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이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사용 인증을 부여받은 표준모델 '준불연 측면화재확산방지구조 스티로폼(EPS) 패널'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올해 초 '인정 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조합 측이 최근 행정소송을 걸면서 지난달 14일부로 집행이 정지된 상태다. 이 조합이 국토부를 상대로 낸 '표준모델 인정 취소처분 취소' 소송의 변론기일이 오는 6월 중순으로 잡히며 불량자재 유통이 적발됐던 중소 샌드위치패널 생산업체들은 국내 건설사와 사업장, 유통업체 등에 계속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고삐가 풀린 건 EPS 패널뿐만이 아니다. 한국폴리우레탄산업협회와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이 각각 사용 인증을 부여받은 '준불연 경질폴리우레탄폼 단열재'와 '준불연 포켓구조 EPS 패널' 등 샌드위치패널 표준모델 2건에 대해 국토부가 한시적으로 내렸던 '사용정지' 처분도 지난 2월 29일부로 해제됐다. 이들 단체 역시 화재 성능에 미달하는 부적격 자재 유통이 적발돼 '사용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근절할 재발방지 대책은 여전히 마련되지 않았다.

샌드위치패널은 철판 또는 판자 사이에 단열재인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을 넣은 건축자재다. 값이 싸고 시공기간이 짧으며 단열이 잘 되지만 화재에 취약하다. 작은 불씨에도 쉽게 불이 옮겨붙고, 한번 불에 타면 유독가스를 뿜어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이 접근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2020년 4월 이천 물류창고 화재 등 대형 화재가 잇따르자 샌드위치패널을 비롯한 건축자재의 화재 성능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700도에서 10분 동안 버티는 준불연 이상급 자재만 사용이 가능해진 것이 핵심이다.

성능 기준이 강화됐지만 정작 시험기관 부족으로 업체들이 인증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리는 등 부담을 호소하자 정부는 기업 편의를 고려한다는 이유로 기준은 동일하나 일부 절차를 간소화한 표준모델 제도(2023년 2월 최초 인증)를 2년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조합이나 협회 등 단체가 동일한 기준에 따라 화재 성능을 검증받으면 소속된 회원사들은 성능·밀도·시공 방식 등이 같을 때 개별 시험 없이 건축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제는 표준모델 제도를 제대로 운영할 역량을 갖춘 협회나 조합이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협회 관계자는 "개별 업체들에 대한 관리·감독 능력이 거의 없는데도 복합자재 인증 업무를 보고 있는 곳이 대다수"라며 "자율방범대 수준의 조직에 경찰력의 권한을 준 것과 같다"고 귀띔했다.

업계에서는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매일경제가 표준모델 인정을 받은 조합·협회 4곳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현재까지 국토부에서 현장 감사를 받은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저가경쟁 속에서 난연 성능 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부적격 제품을 생산해 유통해도 어떤 감시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며 "표준모델 제도 자체가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증업무로 업체당 수억 원을 받는 조합·협회들의 '시간 끌기' 전략에 제도가 무력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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