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젊은 여성농업인 K-다육으로 세계시장 진출

김재근 선임기자 2024. 4. 10.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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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희망' 청년농업인 ① 세종 '바람꽃의 다육 식물원' 대표
종류만 2000여종… 충청 최대 전문 농장 운영
수출, 매출액 80% 이상 차지… 키핑장도 설치
세종시 '바람꽃의 다육 식물원' 채민정 대표는 한국산 다육이의 우수성을 내세워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사진=바람꽃의 다육 식물원

"일하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정시에 출퇴근을 하고… 매일 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 대신 일하는 날은 농부로서 열심히 다육이를 돌봅니다."

세종시 신도시와 인접한 금남면 황룡리 '바람꽃의 다육 식물원'은 다육 애호가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농장이다. 충청권 최대 다육전문 농장으로 웬만한 종류의 다육을 거의 다 재배하고 있다. 이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은 여성청년농업인 채민정 대표(28)이다.

온실에 들어서면 누구나 탄성을 지른다. 규모도 크거니와 온갖 종류의 다육이 빼곡하게 놓여 있기 때문이다. 동네 꽃집이나 소규모 온실만 봤던 사람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농장에서 재배하는 다육이는 2000종이 넘습니다. 자세히 세어보지는 못했지만 화분은 수만 개일 겁니다."

2000여 종이 자라는 첨단 스마트 온실은 다양하고 아름다운 다육이를 구경하고 감상할 수 있는 볼거리 명소이다. 김재근 선임기자

□ 충청권 최대 다육전문 농장… 2000여종 재배

다육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육'을 마치 사람처럼 '다육이'라고 부른다. 채 대표가 운영하는 1300여㎡(400평)의 온실 안에는 각양각색의 크고 작은 화분에서 다육이가 자라고 있다. 색깔은 베이지색에서 연두, 초록, 분홍, 회색도 있고, 모양도 연꽃이나 장미같은 것도 있고 국화처럼 무더기를 이룬 것도 보인다. 크기도 손톱만한 것에서 30-50cm에 이르는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대학에서 공공행정을 전공한 그가 다육이 재배에 입문한 것은 작고한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 고 김정란씨는 다육이 애호가로, 지난 2019년 세종시 금남면에 대규모 온실을 짓고 본격적으로 재배와 판매에 뛰어들었다. 대학 시절 일손이 부족한 어머니를 틈틈이 도왔고, 이때 다육이 재배와 관리 기술, 판매의 노하우를 익혔다. 지난해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뜨면서 자연스럽게 농장을 맡게 된 것이다.

아버지 채재학씨는 틈날 때마다 농장 일을 도와주는 든든한 후원자이다.

채 대표는 기존의 다육이 농가와는 결이 많이 다른 MZ세대 경영인이다. 내수보다는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해외 수출이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합니다. 거의 대부분을 미국에 판매하고, 영국이나 독일, 이탈리아, 일본에도 내보냅니다."

지난해 매출액이 4억원 정도였데 이중 대부분을 미국 등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경쟁이 치열한 국내시장보다 한국산 다육이의 우수성을 내세워 해외에서 활로를 찾은 것이다.

채 대표는 영어로 된 웹사이트를 개설하여 자신이 재배한 상품을 광고한다. 아름다운 한국산 다육이를 사진과 함께 올려 해외 고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다육이를 재배하는 것은 물론 사진을 찍어 올려 광고도 하고, 수주와 포장, 배송, 검역 등의 업무를 혼자서 해낸다. 1인 5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출하는 기다리는 다육이들. 김재근 선임기자

"한국산 다육이가 아주 아릅답습니다. 원산지는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등이지만 한국의 습도와 바람, 햇빛, 토질 등 재배환경이 좋아서 색도 아주 선명하고 건강하게 잘 자랍니다. 세계적으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습니다."

수출을 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주문을 받으면 다육이를 일정 기간 건조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통상 다육이를 화분에서 분리한 다음 1주일 정도 말려준다. 뿌리가 축축한 것을 신문지 등으로 포장하여 보내면 잎이 물러진다고 한다. 다육이의 잎이 공중의 수분을 흡수하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판매용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김재근 선임기자

□ 생산, 수주, 포장, 검역, 배송 등 1인 5역

수출 상품은 최소 12개를 한 세트로 하여 배송한다. 단가는 1세트당 100달러에서 1000달러이며, 배송비는 고객이 부담한다고 한다.

"다육이는 아주 아름답고 탐스러운 식물입니다. 꽃이나 난처럼 재배하는 게 어렵지도 않고요. 요즘은 가정이나 직장 사무실에서도 많이 키웁니다."

다육이는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먼로나 로라, 티피, 아리엘처럼 수천원 짜리도 있고, 3000만-5000만원에 이르는 고가의 상품도 있다. 예전에는 비싼 종류가 꽤 많았지만 요즘은 다육이 재배가 많이 이뤄지고 품종 보급이 널리 확산되면서 희소성 있는 상품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다육이들. 김재근 선임기자

현장에서 많이 팔리는 것은 1만원 이하의 상품이 대부분이다. 가격도 별로 부담스럽지 않고 키우기도 쉽기 때문이다.

채 대표가 운영하는 농장에는 다육이 애호가들은 물론 학생이나 각종 단체에서 견학도 온다. 온갖 품종의 다육이가 형형색색 아름답고 귀티 나는 모양을 뽐내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의 규모도 클 뿐 아니라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훨씬 높아 탁 트인 느낌을 준다. 한두 시간 눈을 호강시킬 만한 볼거리 명소이다. 특히 다육이 애호가나 전문가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애호가들에게 교육과 실습 기회도 제공한다.

최근에는 키핑장도 설치했다. 키핑장 규모는 2000여㎡(600평)에 이른다. 키핑장은 다육이 매니아들에게 공간을 임대해주는 곳이다. 다육이를 돌보고 기를 수 있도록 가로 350cm, 세로 120cm의 진열대 120개를 설치했다. 아파트나 집에서 십여 개를 기르는 것은 가능하지만 화분이 늘어나고 다육이에 대한 전문성이 높아지면 공간이 비좁을 수밖에 없다. 이러 점에 착안, 다육이를 기를 수 있도록 저렴하게 진열대를 임대해주는 사업도 시작한 것이다.

다육이 재배 애호가와 전문가에게 공간을 임대해주는 키핑장. 김재근 선임기자

□ 다육이 애호가에게 공간임대 키핑장도 운영

애호가들 중에는 여러 칸의 키핑장을 임대하여 다육이를 기르는 사람도 있다. 다육이 재배에 흠뻑 빠져 거의 매일 이곳을 찾아 시간을 보내는 이도 있다고 한다. 키핑장은 가정보다 훨씬 편리하고 건강하게 다육이를 키울 수 있다. 첨단 스마트 온실에서 습도와 온도, 바람, 햇빛, 온도 등을 최적으로 조절해주기 때문이다.

"다육이는 생존력이 매우 강합니다. 집안에서도 웬만큼 환경만 유지해주면 잘 자랍니다."

채 대표는 아파트나 단독주택에서 키울 때 창가에 둬 통풍과 햇빛을 잘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건조한 데서 잘 자라기 때문에 일반 화초처럼 자주 물은 주면 키만 껑충하게 웃자란다고 한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되고, 햇빛을 최대한 많이 쬐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풍을 적절하게 해주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관엽식물과 함께 키우면 다육이가 수분을 너무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분리하여 재배하는 게 좋다고 한다.

젊은 여성농업인인 채 대표의 최고 후원자는 아버지(채재학)이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가 틈날 때마다 와서 농장을 살펴보고 일을 도와준다고 한다. 채 대표는 아버지 덕분에 일주일에 하루 정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장래 희망에 대해서 묻자 그는 "아무래도 돈을 많이 벌어야겠죠? 매출이 늘어나서 직원도 좀 늘리고 안정적으로 농장이 돌아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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