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기 [크리틱]

한겨레 2024. 4. 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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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기(색인, 인덱스)는 책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배열하고 그것이 어느 페이지에 있다고 알려주는 책의 한 구성 요소이다.

그러다 '책 순서에 구애받지 않는 내용 표시', 즉 찾아보기가 별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서양 중세 말이었다고 한다.

백과사전은 존재하는 모든 책에 대한 찾아보기였던 것 같다.

어떤 항목에는 수십 개, 어떤 항목에는 한두 개만 붙은 페이지 숫자들을 보면 그 책이 배분한 관심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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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니, ‘신중국지도’(1655)의 찾아보기 첫 페이지. 위키미디어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찾아보기(색인, 인덱스)는 책에서 논의된 사항들을 배열하고 그것이 어느 페이지에 있다고 알려주는 책의 한 구성 요소이다. 주로 비소설과 학술서 끝에 들어간다. 소설에 들어간 경우는 없나? 있기는 하다. 나보코프의 소설 ‘창백한 불꽃’(1962)은 네 부분으로 되어 있다. 1)편집자 서문. 2)존 셰이드의 장시 ‘창백한 불꽃’ 전문. 3)주석. 4)찾아보기. 물론 셰이드는 가공의 인물이다. 이런 ‘가공의 책’ 설정이 새롭지는 않다고 해도 찾아보기가 들어간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설정에 선수였던 보르헤스조차 찾아보기까지 만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아마 생각은 했는데 귀찮았을지도 모른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니 말이다. 이 소설의 의미는 나보코프가 이 문학적 장난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데 찾아보기를 필수적인 장치로 느꼈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느낄지는 알 수 없다. 얼마전 서점에서 신간을 구경하다가 어느 두툼한 평론집에 찾아보기가 없는 걸 알았다. 다른 책들도 살펴보았는데, 찾아보기가 달려 있는 신간 평론집은 한 권도 없었다. 평론집은 좋은 예가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는데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이런 비평서는 이론적인 성격과 동시대 문학에 대한 자료집으로서의 성격을 다 갖고 있으므로 찾아보기의 필요성이 오히려 두 배가 되는 것 아닐까.

컴퓨터는 가나다(알파벳)순으로 된 것들을 모두 쓰러뜨려 왔다. 전화번호부, 종이 사전에 이어 찾아보기의 차례가 된 건지 모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컴퓨터는 아직도 찾아보기 실무를 자동화시키지 못했다. 찾아보기에는 늘 번거로운 수작업이 있고 마감 직전에 곡예하듯 마쳐야 한다. 실수 없기가 힘들다. 그러나 독자 편에서는 좋은 점도 있다. 찾아보기를 넣었다는 것은 잘 팔릴 것 같지 않은 책(주로 그런 책에 찾아보기가 달린다)에도, 그 밖의 일에도 출판사가 성의있게 임했을 거라는 암시가 된다.

원래 이런저런 내용이 책 몇 페이지에 있다고 알려주는 것은 차례의 역할이었다. 그러다 ‘책 순서에 구애받지 않는 내용 표시’, 즉 찾아보기가 별도로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서양 중세 말이었다고 한다. 주로 신학과 법학 도서 끝에 붙어 있었다고 하는데 분명 시험공부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알파벳순 찾아보기가 확립된 것은 16~17세기이다. 그리고 18세기에 낱말 사전과 백과사전의 시대가 도래한다. 정말로 차례가 찾아보기를 낳고 찾아보기가 사전을 낳은 것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이게 논리적인 순서처럼 보이는 건 사실이다. 백과사전은 존재하는 모든 책에 대한 찾아보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백과사전은 지금 우리 주머니 속 단말기에 들어 있다.

오늘날 세상의 정보 전체를 검색할 수 있다는 느낌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책 한 권에 국한된 찾아보기는 시시해 보인다. 그러나 검색의 유토피아에서 사는 듯한 느낌이 이전 세기에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검색은 찾아보기가 필요없을 정도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그런 날이 올지도 의문이다. 그날이 온다면 문제가 되는 것은 찾아보기가 아닌 책의 종말일 것이다.

가끔 찾아보기는 신비스러운 성분 분석표이자 그래픽 정보처럼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항목에는 수십 개, 어떤 항목에는 한두 개만 붙은 페이지 숫자들을 보면 그 책이 배분한 관심이 보인다. 그냥 느껴진다. 찾아보기가 사라진다면 접할 수 없게 될 정보이다. 앞서 말한 ‘출판사의 성의’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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