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유권자’ 두 번째 총선, 학칙 바뀌어도 정치활동은 여전히 ‘머뭇’
교육당국, 학칙 개정 등 점검·개선 나서
‘교실서 선거 교육엔 여전히 한계’ 지적
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는 2019년 고3 학생들(만18세)이 공직선거법상 유권자가 된 후 시행되는 두 번째 총선이다. 21대 총선에서는 학칙으로 정치활동을 규제하는 학교가 많아 현장 준비가 미비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후 교육당국은 관련 규정 개선에 나섰지만, 여전히 고3 교실에서 선거운동이나 관련 교육을 진행하기에 한계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취재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1일 관내 고등학교에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대비 학생 유권자 지원 상황반 운영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선거 관련 협조사항으로 “(피)선거권 및 정당 활동을 제한하는 학칙(생활규정·징계규정 등)은 개정 사항이 반영된 최신 학교 규정으로 현행화해달라”고 했다.
지난 총선과 대선 때는 공직선거법 개정에도 관련 학칙이 개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2022년 20대 대선을 앞두고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현 학생인권법 제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 이하 청시행)가 전국 217개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4.1%(139개)가 학칙으로 정치활동을 못 하도록 규제했다. 일부 학교는 정치활동에 관여하면 특별교육을 받도록 하거나 퇴학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교육당국은 학칙 정비에 나섰다. 교육부는 2022년 정치관계법 및 운용기준을 개정해 학칙과 생활규정을 점검하고 개정하도록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고등학교 321곳 중 학칙에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곳은 2022년 4월 13곳에서 지난해 4월 7곳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최종 점검에서는 학칙 개정이 100% 완료된 상태다. 적어도 학칙으로는 학생의 정당 가입 및 활동을 금지하거나, 피선거권·선거운동 등을 제한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27일부터 2주간 학생 유권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상황반을 운영하고 있다. 학습권을 침해하거나 모바일 메신저로 지지도를 조사하는 등 몇 가지 사례 외에 학내에서 선거운동을 진행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안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에서 제작한 선거 교육 콘텐츠도 전달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선거와 관련해 활발히 의견을 나누거나 토의를 진행하기 조심스럽다는 말들이 나온다. 입시 부담 등으로 선거교육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는 곳이 많고, 교사들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켜야 해 학생들이 선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창구도 많지 않다.
고등학생인 수영 청소년인권모임 내다 활동가는 “선거 전에 계기교육을 하더라도 정책 중심으로 뽑으라는 등 원론적인 이야기뿐이고, 논쟁적 주제를 꺼리다보니 학생들은 무엇을 보고 선택해야 할지 오히려 판단이 안 선다”며 “청소년 공약도 많이 배제돼 있어 정치적 효능감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고 말했다.
박지연 청시행 활동가도 “지지하는 정당 배지를 달고 학교에 간다든지, 교실 안에서 ‘넌 누구 찍을 거야’라는 식의 이야기가 나오면 교직원들이 제재하는 경우들이 있었다”라며 “학생들이 의견을 주고받으면 휘둘리기 쉬운 존재라고 간주하는 것이 학생들의 생각을 정리하기 더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ttps://m.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203061608001#c2b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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