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그만 싸우고 일 좀” “민생 반전 희망을”…총선 민심 온도는?

변문우 기자 2024. 4. 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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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투표 당일 훈훈한 ‘봄날씨’ …정오 시간에도 사람들 몰려
‘민생’ 시름은 여전…“코로나 때보다 못해” “기대 없으나 의무로 투표”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오전 유권자들이 서울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 제4투표소에서 투표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4년 만에 돌아온 22대 국회의원 선거 본투표날인 10일. 벚꽃이 만개한 봄날씨와 함께 많은 시민들이 각 지역 투표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사저널이 서울 서대문구 충현동의 미동초등학교 투표소를 방문한 정오 시간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투표를 위해 줄을 서있었다. 인근에 주택가와 직장이 밀집한 만큼, 점심식사 후 투표하러 온 사람들도 다수 보였다.

이날 투표소에는 나들이 복장으로 어린 자녀나 가족들과 함께 투표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은 선거 직후 자녀들과 함께 투표소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기기도 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온 학부모 정아무개씨는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지 않나"라며 "쉬는 날 아이들과 나들이도 하고 현장 공부도 시키고, '일석이조'"라며 미소를 지었다.

일부 투표자들은 지정투표소를 잘못 찾아와 당황한 경우도 있었다. 이 일대가 타 지역구인 중구·마포구와 맞닿아있기도 하고, 투표소도 인근에 여러 곳이 있어서다. 한 선거안내원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투표소를 잘못 찾아왔다"며 "관내에만 여러 투표소들이 있고, 사전투표처럼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다고 착각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본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민등록상 거주지 지정투표소 한 곳에서만 투표할 수 있다.

일부 고령층 투표자들은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온 경우도 있었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서대문구 주민 김정철(72)씨는 "4년 전인 '코로나 총선' 때보다 더 못한 선거가 돼버렸다"며 "경제 위기 때문에 우리 아들을 비롯한 자영업자들이 전부 골골대고 죽을 맛인데 정부나 국회나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번 국회에선 제대로 된 사람들이 입성해서 정권을 옳은 방향으로 심판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족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사저널 변문우

양당을 비롯한 정치권 전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표자들도 있었다. 종로구 체부동의 서울생활문화지원센터 투표소에서 만난 6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그냥 의무적으로 항상 하던 대로 투표소에 왔다"며 "정치판이 옛날이랑 똑같다. 투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모든 정치인들의 자질이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종로구 세 후보들이나 말만 번지르르하지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했냐"고 직격했다.

투표를 마치고 경복궁역으로 걸어가던 30대 남성 황아무개씨도 "이번 선거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범죄자 심판' 대 '정권 심판'"이라며 "결국 네거티브만 판치는 두 최악 속에서 국민들은 차악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역사에서 배운 대로 국민들을 위해 같이 일해야 할 때는 뭉치고 융합돼야 하는데, 서로 양보도 안하고 당파싸움만 한다"며 "대파니 초밥이니 말로만 싸우지 말고 국민들을 위해 일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선 이번 국회를 통해 민생이 더 나아지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던 50대 여성 전아무개씨는 "내 한 표가 꼭 우리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6일에 사전투표를 했다"며 "그래도 최근 경제위기 때문에 국민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언론에서 연일 나오는 만큼, 이번 국회도 국민들의 고통을 반전시켜줄 희망을 주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총선 투표율은 56.4%를 기록했다. 전체 유권자 4428만11명 중 2497만 4380명이 투표를 마친 것이다. 이는 지난 5~6일 진행된 사전투표, 거소(우편을 통한)투표, 선상투표, 재외투표가 포함된 수치다. 지난 총선 동시간대 투표율보다 3.7%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전국 시·도에서 현재까지 투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61.6%), 가장 낮은 곳은 대구(52.7%)와 제주(52.7%)다.

이날 선거는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유권자들은 신분증을 지참하고 주민등록지 관할 투표소에 가서 투표하면 된다. 중앙선관위가 공식 발표하는 시간대별 투표율은 253개 시·군·구선관위에서 취합된 투표 현황을 기준으로 한다. 선거 개표 결과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공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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