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끝, 3개월 만에 폐업"…우후죽순 '탕후루' 가게, 지금은[르포]

김미루 기자 2024. 4. 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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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을 연 이 탕후루 가게는 올해 1월 가게를 내놓았다고 한다.

B 탕후루 가게에서 도보 10분 거리 안쪽에만 탕후루 가게 3곳이 더 있다.

A씨는 "지난해는 탕후루를 80꼬치 정도 만들어도 1시간이면 다 팔렸다. 과즙이 많은 탕후루는 잘 녹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놓지 못해서 없어서 못 파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은 한 번에 만드는 양이 30꼬치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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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지난달 폐업한 서울시내 한 대학가 탕후루 가게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 9일 낮 1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주택가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B 탕후루 가게 문이 굳게 닫혔다. 'CLOSED'가 적힌 팻말이 유리창 안쪽에 걸렸다. 불 꺼진 가게 내부, 탕후루를 담아뒀을 냉장고 전원도 꺼졌다. 냉장고 위 놓인 스투키 화분에 "돈벼락 맞으세요" "눈 떠보니 건물주"라고 적은 리본이 붙어 있었다.

지난해 문을 연 이 탕후루 가게는 올해 1월 가게를 내놓았다고 한다. 가게를 내놓은 후에도 간간이 영업하는 날이 있었다. 전날부터는 아예 문을 열지 않았다. 지도 앱(애플리케이션) 안내대로라면 한창 영업 중인 시간이다.

탕후루는 과일에 설탕 시럽을 발라 굳혀 먹는 중국식 간식이다. '식후탕(밥 먹고 탕후루)'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프랜차이즈도 폭발적으로 생겨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영업표지에 탕후루를 내건 프랜차이즈는 17곳이다. 지난해에만 9곳이 새로 등록했다.
유명 프랜차이즈 가맹점도 매출 1/3로 '뚝'…직원 홀로 근무
최근 '탕후루 열풍'이 한풀 꺾였다는 목소리가 높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폐업을 신고한 탕후루 업체는 지난해 상반기 24곳에서 같은 해 하반기 86곳으로 3배 이상 늘었다. 반면 신규로 문을 여는 가게는 줄고 있다. 지난해 3월 33곳 개점했던 탕후루 가게는 1년 뒤인 지난 3월 13곳 개업에 그쳤다.

B 탕후루 가게에서 도보 10분 거리 안쪽에만 탕후루 가게 3곳이 더 있다. 200m쯤 떨어진 유명 프랜차이즈 탕후루 가게도 매출 감소를 면하지 못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3분의 1로 떨어졌고 직원 수도 5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여름에는 평일 낮에도 직장인과 학생들이 줄을 섰지만 이날 낮 1시간 동안 매장을 찾은 손님은 10명이 채 안 됐다.

과일 꽂는 직원과 판매 직원으로 북적거렸던 가게를 이제는 직원 A씨(27)가 홀로 지키고 있다. A씨는 "지난해는 탕후루를 80꼬치 정도 만들어도 1시간이면 다 팔렸다. 과즙이 많은 탕후루는 잘 녹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놓지 못해서 없어서 못 파는 경우도 있었다"며 "지금은 한 번에 만드는 양이 30꼬치 정도로 줄었다"고 말했다.
과일 물가 직격탄…탕후루 매장 '급매' 글도
9일 오전 지난달 폐업한 서울시내 한 대학가 탕후루 가게 앞에 탕후루 모형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인기가 사그라든 가운데 과일 물가가 오르면서 가맹점은 직격탄을 맞았다.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본사는 탕후루 가격을 꼬치 하나에 3000~4000원대로 동결했지만 원재료인 과일 가격은 20%가량 올랐다. 가장 보편적이고 인기가 많은 재료인 딸기의 경우 한 알에 300원에서 최근 500원까지 올랐다고 A씨는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탕후루 매장을 급매하는 글도 나타났다. 한 커뮤니티 회원은 "이 작은 동네에 세 군데가 동시에 생기더니 3개월 만에 한 군데가 망했다"며 "나머지도 곧 없어질 것 같다. 바짝 당기는 건 음식 업계에선 안 통한다"고 전했다.

유모씨(28)는 "통귤 탕후루를 맛있게 먹었지만 지금은 먹지 않는다"며 "20대 당뇨병이 많아졌다거나 제로 슈거 열풍에 안 먹은 설탕을 탕후루로 다 먹는다는 얘기도 나와 찾지 않게 된다"고 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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