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년 6반 권순범 학생 누나 김소리씨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95]

박미소 기자 2024. 4. 10.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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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6반 권순범 학생의 누나 김소리씨(34)는 표정을 숨기며 살아왔다.

엄마들에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괴로울 때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울었다.

대인기피증 때문에 대부분 집에만 있었어요.

아마 그때 엄마 눈에는 제가 안 보였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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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6일은 세월호 참사 10년이 되는 날입니다. 〈시사IN〉이 그날까지 ‘세월호 사람들’ 100명을 만납니다.
2학년 6반 권순범 학생 누나 김소리씨가 카메라 앞에 섰다. ⓒ시사IN 박미소

2학년 6반 권순범 학생의 누나 김소리씨(34)는 표정을 숨기며 살아왔다. 엄마들에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괴로울 때면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울었다. 참사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남 일 듣는 것처럼 모른 척했다.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다.

“4월이 되면, 집 밖으로 나오기가 힘들어요. 이맘때쯤이면 노란 현수막이 거리에 많이 걸리죠. 동시에 확성기를 단 차량이 안산 일대를 돌면서 혐오 발언을 크게 틀어놓고 다녀요. 매년 반복이에요. 종종 안산을 떠나고 싶어지죠. 차라리 기억상실증에 걸리면 편할 것 같아요. 근데 이런 생각을 하면 동생한테 너무 미안한 거예요. 잊지 않겠다 해놓고, 제가 너무 힘들고, 살고 싶어서 잊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자체가 죄책감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동생한테 찾아가서 울면서 미안하다고 했죠.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혹시 동생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 페이스북에 제 연락처를 남겼어요. 끊임없이 장난 전화가 왔어요. 악의적인 말들과 혐오 발언들을 1년 내내 들었어요. 언젠가 광장에서 친구를 만난 적 있는데, 어떤 분이 저를 찍은 사진을 보내고는 ‘동생 죽어서 슬프다면서 왜 웃고 있냐’라는 메시지도 보냈어요. 무서웠어요. 동시에 ‘나는 웃으면 안 되는구나, 계속 이렇게 숨어서 살아야 하나 보다. 유가족은 힘들어야 하고, 아파야 하고, 불쌍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했죠.

32㎏까지 살이 빠졌었어요. 대인기피증 때문에 대부분 집에만 있었어요. 그런 제 모습을 보고 엄마가 다그쳤어요. 왜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냐고, 너는 아무렇지도 않냐고요. 그때 너무 화가 나서 제 티셔츠를 들춰 보였어요. 나 보이냐고, 밥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어요. 아마 그때 엄마 눈에는 제가 안 보였을 거예요. 이제는 이해가 가요. 엄마도 유가족 활동에 몰입해야 했던 거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을 테니까요.

저는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남편을 만나고는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남편한테 처음으로 ‘너 괜찮아?’라는 말을 들어봤거든요. 세월호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제 생각과 안부를 먼저 물어봐준 유일한 사람이에요. 동정하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너가 많이 힘들었겠다’고 했죠. 엄청난 위로였죠. 그래서 제가 프러포즈했어요. ‘마음고생 안 시키겠다, 열심히 살겠다, 그러니까 함께해줬으면 좋겠다’고요. 그러니까 남편이 ‘같이 행복해지자’고 했어요.

행복하게 ‘살자’가 되니까 동생한테 조금씩 떳떳해지고 있어요. 동생은 살고자 했지만 살 수 없었고, 저는 살 수 있는데 죽으려 했잖아요. 하지만 이제 열심히 살고 있으니 그 미안함은 없어졌어요. 미안한 게 너무 많지만 그래도 한 가지 미안함은 사라졌죠. 동생도 마음이 조금 놓일 것 같아요. 이젠 너무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고,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아요. 울고 싶을 땐 참지 말고 울어야 하더라고요. 이젠 ‘다 지나갈 거야, 괜찮아질 거야’라는 생각을 혼자서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김소리씨는 동생 사진이 담긴 목걸이를 매일 하고 다닌다. ⓒ시사IN 박미소

 

박미소 기자 psalms27@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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