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거래로 먹고 사는 SI... 매출 호조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양진원 기자 2024. 4. 1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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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리포트-그룹 전산실로 전락한 SI]①안방 장사 여전히 압도적... 신사업으로 주가 부양 '절실'
[편집자주] 그룹 전산실에서 출발해 주식시장에도 상장한 주요 시스템통합(SI) 대기업들이 여전히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매출 대부분을 계열사 내부거래에 의존하며 해마다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안정적인 사업 구조는 자체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주가치 제고에도 나서야 하지만 그룹 내 자회사 상황에 따라 실적이 흔들린다. 해당 SI 기업들은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을 추진해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지만 투자 대비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매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내부거래 비중이 커 고민이 깊다. /그래픽=강지호 기자
▶글 쓰는 순서
①내부거래로 먹고 사는 SI... 매출 호조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②초조한 SI 4총사, 미래 먹거리 발굴에 사활… 희망 있을까
③갈고 닦은 SI 역량, 글로벌 진출 외치지만 여전히 안방 장사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이 지난해 대체로 선방했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실정이다. 고정적인 매출에도 불구하고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탓이다. 매출 실적이 조단위에 달하지만 식구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다. 꾸준히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해당 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데 부담이 따르고 수익도 장담할 수 없어 주가와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고민이 깊다.


SI 4총사 지난해 호실적 이면엔... 여전한 내부거래


롯데이노베이트 사옥 이미지. /사진=롯데이노베이트
대기업 SI 기업들은 지난해에도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별다른 부침 없이 그룹 내 자회사들로부터 안정적인 수주를 유치하기 때문이다.
LG CNS는 작년에 연결 기준 연매출 5조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매출은 전년과 견줘 13% 는 5조6053억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3% 증가한 4632억8200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으로 LG CNS는 2019년부터 매출과 영업이익을 4년 연속 경신했다.

포스코DX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4859억원으로 전년과 비교해 29%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106억원으로 71% 급증했다. 롯데이노베이트로 사명을 변경한 롯데정보통신은 같은 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4% 늘어난 1조1967억원, 영업이익도 66.3% 증가한 569억원이다.

삼성SDS는 부진했다. 같은 기간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보다 23% 준 13조2768억원, 영업이익은 12% 내려간 8082억원을 냈다. 다행히 IT서비스 사업부문 매출이 6조1059억원으로 전년보다 2% 늘었고 영업이익도 6% 증가한 6705억원을 달성한 것이 위안이다. 물류 부문 매출·영업이익 감소를 IT서비스로 어느 정도 만회한 것이다.

이들 기업 모두 조 단위 매출을 기록하지만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기준 LG CNS 59.7%, 삼성SDS 73.7%, 포스코DX 90%, 롯데정보통신 66.3%에 달한다. 그룹 계열사 및 관계사와의 거래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사업 비중도 낮다. SI나 시스템운영(SM) 등 IT 서비스를 제외한 사업들의 매출은 삼성SDS를 제외하면 10%도 안된다. 계열사의 '제 식구 챙기기'가 없다면 수익 창출이 안 되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계 유력 그룹은 보안상 이유로 SI 기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없어선 안 되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등 이슈로 자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체질 개선 가능할까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 전경. /사진=뉴스1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전기차 충전, 메타버스 등 여러 신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체질 개선이라고 부르기엔 미미하다. 추진 중인 신사업 역시 삼성SDS의 클라우드 정도를 제외하면 두드러진 실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내부거래 의존도가 높은 SI 기업 특성상 감안할 부분이지만 계열사 장사에 의지할수록 독립적인 사업 전략을 짜기가 어렵고 외연을 넓히는 데도 한계가 분명하다.

상장사로서 주주들을 챙겨야 하는 SI 기업들은 주가 부양이 하나의 과제다. 그렇기에 내부거래를 통한 IT 서비스에만 만족하면 주주가치 제고는 요원하다. 통상 그룹 내 IT 인프라 구축이 끝난 이후엔 성장성을 담보할 수 없어 주가가 반등할 원동력이 없는 까닭이다.

(기사 표출 때 주가 수정해야 함)롯데정보통신은 2018년에 기록한 3만원대 주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26일 한때 52주 최고가인 5만2900원에 오르기도 했지만 다음 거래일인 29일 4만3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 9일 3만46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여전히 3만원대다.

새해 초 코스피로 이사한 포스코DX는 지난 1월2일 종가 69600원이었지만 계단식으로 하락을 거듭해 지난 2일 4만7550원, 9일엔 4만4950원으로 장을 마감하는 데 그쳤다.

삼성SDS는 주가를 지키지도 못했다. 2014년 상장 직후 주가가 40만원을 넘기도 했지만 상장 이듬해 30만원대로 내려가더니 등락을 거듭하다 2021년 2월 20만원대가 무너진 이후 10만원선이 위협받기도 했다. 지난 2일엔 16만400원을 기록했지만 9일 15만4700원으로 하락했다.

LG GNS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만큼 성장성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다른 SI 업계 관계자는 "SI 기업들은 주가 변화가 적은 편"이라며 "주주들 돈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이상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원 기자 newsmans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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