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영구결번 고요한 "가문의 영광…소금 같던 선수로 기억됐으면"

김도용 기자 2024. 4. 10. 0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서만 20년 뛴 '원클럽맨'…13번 달고 13일 공식 은퇴
오산고 코치 부임 "경기 후 맥주가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FC서울 18세 이하팀인 오산고 코치를 지내고 있는 고요한. /뉴스1 ⓒ 뉴스1 김도용 기자

(서울=뉴스1) 김도용 기자 = 고요한(36) 오산고 코치는 인터뷰 내내 여유와 미소가 넘쳤다. 현역 시절 투쟁적이고 호전적이던 얼굴이나 몸짓과는 딴판이었다. 20년 간 오직 FC서울 유니폼만 입고 상암벌을 누볐던 그는 이제 FC서울 구단 산하 축구팀이 운영되고 있는 오산고에서 유망주들을 가르치며 또 다른 축구의 재미를 찾아가고 있다.

지난 2004년 창원 토월중을 중퇴한 고요한 코치는 그해 FC서울에 입단했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20년 동안 서울의 유니폼을 입고 활약하다 '원클럽맨'으로 은퇴했다. 그는 서울 구단 최다 출장(446경기)과 유일한 3시즌 연속 주장 등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축구화를 벗었다.

서울은 팀에 헌신한 고요한을 위해 그가 2014년부터 달았던 13번을 영구 결번으로 확정했다. 영구 결번은 서울 구단 최초의 결정이다.

또 구단의 18세 이하(U18) 팀인 오산고의 코치로 선임, 지도자 인생의 시작을 지원하고 있다. 더불어 오는 13일 펼쳐지는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를 'ONE CLU13MAN 고요한데이'로 지정하고, 공식 은퇴식과 13번에 대한 영구결번식을 진행한다.

은퇴식을 앞두고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난 고요한 코치는 "이제는 선수보다 코치라는 호칭이 편하다"면서 "은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력이 안 되면 언제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구단의 은퇴 권유에 당황하고 서운하기도 했지만 구단으로부터 20년 동안 받았던 많은 것을 생각하면 잘 정리한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아직은 어렵고 어색한 점이 많지만 고요한 코치는 지도자 생활에 빨리 녹아들면서 하나둘 재미를 찾고 있다.

고 코치는 "아직은 어색한 점도 있고 힘든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재미있다. 예전처럼 못 뛰는 나 대신, 내 지시를 받은 어린 선수들이 팔팔하게 뛰는 것을 보면 대리 만족을 느낀다. 지도자의 재미를 하나씩 느끼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지난해 현역 시절 고요한. /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이어 "지난 2월 백운기 때 경기가 끝나고 코칭스태프 미팅을 마친 뒤 맥주를 한잔씩 했다. 그때 '아 이런 행복이 있구나'라고 느꼈다"면서 "너무 좋아서 이후에도 하루 스케줄이 모두 끝나면 감독, 코치님들께 '오늘은 맥주 안 하나요?'라고 물어본다. 몸 관리를 해야 하는데, 맥주를 한잔씩 먹는 것 때문에 쉽지 않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현역 시절, 하고 싶은 것들을 참으면서 뛰었다는 뜻이다. 지난 20년 동안 서울에서 모든 것을 쏟았던 고요한 코치는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고, 구단 최초의 영구 결번의 주인공이 됐다.

고요한 코치는 "은퇴를 결심한 상황에서 구단이 '영구결번'에 대해 언급했다. 구단 최초의 일인 만큼 너무 감사했고,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한다"면서 "K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고 고마웠다"고 밝혔다.

고요한 코치는 서울에서 20년을 뛰며 K리그1 우승 3회, FA컵(코리아컵) 우승 2회, 컵대회 우승 2회를 경험했다. 또한 2013년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준우승의 아쉬움을 겪기도 했다.

20년의 선수 시절을 돌아본 고요한 코치는 "모든 경기가 소중했고 기억에 남는다. 그중 2016년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ACL 16강 때 연장에서 내가 골을 넣고 승부차기로 가서 승리했던 경기가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면서 "아쉬웠던 것은 2013년 광저우 헝다(중국)와의 ACL 결승이다. 2경기 모두 비겼는데, 다득점으로 우승하지 못한 것이 아직도 아쉽다"고 선수 시절을 떠올렸다.

FC서울의 첫 영구결번 주인공이 된 고요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 시절을 돌아 본 고요한 코치는 "팬들에게 '고요한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기억되길 바란다. 어린 시절 서울에 입단한 이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스스로 팀을 위해 희생해야한다고 다짐하면서 주연보다 조연 역할을 많이 했다"라면서 "눈에 확 띄는 선수도 좋지만 '소금'처럼 팀에 없으면 불안했던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고요한 코치는 끝으로 "결국 서울에서 은퇴할 운명이라 생각하고 뛰었다. 그동안 이적 제의가 여러번 있었지만, 그때마다 '서울을 등지지는 말자'라고 생각하며 팀에 머물렀다"고 회상한 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지금의 고요한이 됐다. 20년 동안 많은 힘이 돼준 구단과 팬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dyk060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