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데 없잖아" 물통·배변봉투 '휙'…벚꽃과 나뒹구는 양심[르포]

김지성 기자 2024. 4. 1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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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소들이 '벚꽃 쓰레기'로 몸살이다.

따뜻한 날씨에 나들이객들은 늘어났지만 거리에 쓰레기통은 부족해 각종 쓰레기가 벚꽃 위를 뒹군다.

서울시는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릴 계획이지만 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서울시는 쓰레기통 부족에 따른 시민 민원 등을 고려해 2025년까지 길거리 쓰레기통을 7500개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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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 11시쯤 석촌호수 산책로에 떨어진 쓰레기. 빈 플라스틱 물통, 마스크, 피로회복제 유리병, 탕후루 꼬치, 플라스틱 컵, 과자 상자 등이 벚꽃잎 위에 나뒹굴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 벚꽃 구경차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를 찾은 직장인 윤모씨(29). 음료를 마시다 흘려 가지고 있던 물티슈로 닦았지만 버릴 곳을 찾지 못했다. 다 마신 음료 컵과 물티슈를 들고 돌아다니다 결국 길 건너에 있는 쇼핑몰까지 걸어가 쓰레기를 버렸다.

서울 명소들이 '벚꽃 쓰레기'로 몸살이다. 따뜻한 날씨에 나들이객들은 늘어났지만 거리에 쓰레기통은 부족해 각종 쓰레기가 벚꽃 위를 뒹군다. 서울시는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릴 계획이지만 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지난 8일 밤 11시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산책로 곳곳에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걸어서 5분 거리인 석촌호수 동호 500m 구간을 돌아보니 빈 플라스틱 물통, 마스크, 탕후루 꼬치, 과자 상자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쓰레기통이 부족하다 보니 산책로 인근 보도블록에는 다른 사람이 버린 쓰레기 위에 또 다른 사람이 쓰레기를 버려놓고 간 흔적이 있었다. 석촌호수 길 건너편에 있는 쓰레기통은 가득 차 바닥에 치킨 박스, 맥주 캔 등이 뒹굴었다.

호수 주변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던 임모씨(42)는 "다른 사람이 버려둔 개똥 비닐을 주워 30분째 들고 다니고 있다"며 "개똥을 안 치우거나 비닐에 담아 근처 풀밭에 던져놓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 주변에 쓰레기통이 있으면 산책로 환경이 개선될 거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뿐 아니라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중구 명동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8일 낮 광장시장을 둘러보던 스웨덴인 모니카씨(76)는 "6일째 한국 여행 중인데 음식이 맛있고 가격도 좋아 만족스럽다"면서도 "쓰레기 버릴 곳이 없어 계속 들고 다녀야 해 아쉽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밤 11시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건너편에 있는 쓰레기통. /사진=김지성 기자


서울시내 쓰레기통은 1995년 쓰레기 종량제 제도 시행을 계기로 줄기 시작했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무단 배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쓰레기통을 철거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1995년 7067개이던 쓰레기통은 2007년 3707개까지 줄었다.

이후 2019년 6940개까지 증가했다가 쓰레기통 처리 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서울 시내 쓰레기통은 2020년 6242개, 2021년 5613개, 2022년 4956개 등 최근 4년 사이 2000개가량 줄었다.

서울시는 쓰레기통 부족에 따른 시민 민원 등을 고려해 2025년까지 길거리 쓰레기통을 7500개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 기후환경본부가 2021년 서울시민 31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3.3%가 서울 시내 쓰레기통이 적은 편이라고 대답했다.

쓰레기통 개수 증가 소식에 시민들은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도시 미관과 냄새 등을 고려한 세심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김모씨(54)는 "예전에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거리 쓰레기통에 버려 지금처럼 쓰레기통이 많이 없어진 걸로 안다"며 "날씨가 더워지면 악취도 심하다. 제대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8일 밤 11시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도보블록에 쓰레기가 쌓여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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