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185] 진도 간재미회무침
간재미는 홍어의 찰진 맛이나 삭힌 맛을 기대할 수 없다. 다행스럽게 식감은 나쁘지 않다. 그래서 양념이나 손맛이 간재미의 맛을 결정한다. 여기에 어디에서 잡느냐도 중요한 요소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진도를 간재미 맛 명소로 꼽을 만하다. 진도에서도 ‘서촌 간재미가 제일이지라’며 꼽는다. 진도 청룡리 서쪽에 있는 마을이다.
국립생물자원관은 간재미를 비롯한 상어가오리, 홍어, 묵가오리 등을 분류학상 동일 종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홍어’라고 명명했다. 널리 알려진 흑산홍어는 참홍어로 분류했다. 그래도 여전히 진도에서는 간재미, 태안과 서천은 갱개미, 옹진에서는 팔랭이라 부른다. 모두 홍어의 다른 이름이다.
이들 지역 공통점은 좋은 갯벌이다. 진도에서도 소포리, 수유리, 군내리, 둔전리 등은 갯벌이 좋다. 진도가 식량을 자급할 수 있었던 것은 그 갯벌을 농지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농지뿐만 아니라 염전도 많았다. 지금도 진도, 신안, 해남 사이 시아바다는 펄이 좋고 조류 소통도 잘되는 최고 어장이다. 그 바다에서 잡는 간재미가 진도 서촌 간재미다. 겨울부터 봄까지 서해 다른 지역보다 이른 시기에 간재미를 잡는다.
잡는 방법도 다르다. 다른 지역은 그물이지만 진도는 생새우를 미끼로 낚시로 잡는다. 일반적으로 어가를 매길 때 그물로 잡은 것보다 낚시로 잡는 것을 더 쳐준다. 수백 미터 긴 줄에 100여 개의 낚시를 매달아 잡는 ‘간재미 주낙’이다. 또 진도의 토질은 파·마늘·깨 등 양념 채소 농사에 알맞다. 여기에 남도 어머니들 손맛까지 더해져 간재미회가 만들어진다.
반찬으로 목이버섯무침, 시금치무침, 어리굴젓, 백김치, 묵은 김치, 토란대나물이 올라왔다. 이 정도 반찬을 올려야 진도에서 밥 장사를 한다. 비교 불가다. 진도 사람들도 오일장에서 ‘어디 간재미요? 서촌 간재미요?’라고 물어보고 산다. 서촌 간재미가 다 팔려야 다른 간재미가 팔린다. 간재미회무침은 진도울금막걸리와 궁합이 좋다. 홍주까지 탐하면 진도에서 하룻밤은 머물러야 한다. 맛에 빠져 일어나지 못하는 앉은뱅이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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