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이 애국자”… 삼성이 만든 ‘1200명 보육’ 전국 최대 어린이집

이정구 기자 2024. 4. 1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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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수원에 4번째 어린이집 개원… 4곳 모두 합쳐 보육 정원 1200명

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 디지털시티(수원사업장) 정문 사거리. 보안 이유로 지도 앱에 구체적으로 표시되지 않는 삼성전자 본사 등 대부분 회색인 약 130개 건물 사이로, 외벽을 노랑·주황·파랑·초록색으로 각각 칠한 건물 4동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 중 초록색 건물은 이날 개원 행사를 연 수원사업장 제4어린이집이었다. 이날 오후 2시쯤 찾은 어린이집은 원아 낮잠 시간으로 어두웠지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9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디지털시티(수원사업장) 제4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다. 4어린이집은 정원 300명으로, 근처에 있는 기존 1~3어린이집과 합하면 총정원 1200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4어린이집은 3월 초 개원하고 약 한 달간 아이들 적응 기간을 마치고 이날 개원식을 열었다. 보육 정원 300명, 건물 연면적 5884㎡(약 1780평) 규모다. 4어린이집 주변에 단독 건물로 조성된 기존 1~3어린이집도 각각 정원 300명으로 총 보육 정원 1200명, 건물 연면적 약 2만㎡(6080평)이다. 단일 사업장 기준 전국 최대 규모 어린이집이다. 건물 4동 하나하나가 웬만한 초등학교 규모다.

새로 문을 연 4어린이집은 임직원 수요가 많은 만 1·2세반 특화 어린이집이다. 3층 건물 어린이집 1층에는 1세(7개반), 2세(2개반) 원아 보육실, 상담실, 놀이방인 ‘유희실’이 있다. 2층에는 2·3·4세반이 각 2개반씩, 5세반은 1개반이 있고, 3층에는 실내 운동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강당과 교재교구실, 조리실, 세탁실이 준비돼 있다. 식당은 1·2층에 한 곳씩 있고 3층 조리실에서 만든 요리를 엘리베이터로 옮겨 시간을 나눠 배식한다. 원장을 포함해 교사 35명, 보건교사 1명, 영양사 1명 등 총 44명이 일한다.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아이들을 맡아준다.

원아들이 낮잠을 자는 보육실은 모두 남향으로 배치해 따뜻한 환경을 조성했고, 만 1·2세반이 있는 1층 보육실은 내부 통창을 개방하면 보육실에서 바로 놀이터와 텃밭을 향할 수 있게 설계됐다. 놀이터에는 어린이집에서 보기 어려운 70m 길이 원형 트랙까지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었다.

9일 열린 삼성전자 디지털시티 제4어린이집 개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직장 어린이집은 1996년 정원 94명으로 처음 문을 열었다. 삼성전자가 ‘꿈의 반도체’로 여겨졌던 1기가(G)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해였다. 이후 삼성전자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수원사업장도 커지고 임직원도 늘면서 디지털시티 어린이집은 28년 만에 1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현재 교직원만 240명으로, 교사 한 명당 4.6명 원아를 돌보고 있다. 교사 인원도 수백 명에 달하다 보니 어린이집 바로 앞에 전용 주차장도 운영하고 있다. 경기 화성시(2곳)·기흥·평택, 서울 서초구, 충남 온양, 경북 구미 등 전국 12개 어린이집을 3100명 정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만 1세반에 아들을 맡기고 있는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강동욱(39) 프로는 “양가 부모님이 멀리 계셔서 아이 키우기가 막막했는데, 새로 생겨 시설이 깨끗하고 좋은 4어린이집에 배정받아 너무 만족한다”고 했다. 삼성 디지털시티 근무 인력(약 3만2000명)의 30%인 9600여 명이 영유아 자녀를 키우고 있어, 직장어린이집 수요가 계속 꾸준했다고 한다.

특히 만 1·2세반은 민간 어린이집뿐 아니라 직장 어린이집에서도 입소 대기가 가장 길어 임직원들의 시설 확충 바람이 가장 컸다. 4어린이집은 기존 1~3어린이집 운영 경험을 살려 만 1·2세반 정원을 기존 대비 늘렸다. 2세 남아를 수원사업장 어린이집에 맡기는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 임은주(38) 프로는 “사외 어린이집 대비 이른 등원 시간(아침 7시), 삼성웰스토리가 만드는 먹거리 제공 등 아이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양육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여성 인재의 능력 발휘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확대하는 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강조해온 부문이다. 김태완 미국 카네기멜런대 경영윤리 교수는 이를 ‘탁아소의 윤리학’이라고 평가했다. 이건희 선대 회장이 과거 달동네에 탁아소·유치원 설치를 추진하고 직장 어린이집도 확대하는 등 여성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면서 결국 기업과 개인이 모두 이익을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이재용 회장도 ‘워킹맘’ 직원과 간담회에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직원이 애국자”라며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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