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투자+韓감성 한 스푼… K크리처물 흥행몰이

최지선 기자 2024. 4.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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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신작 '기생수: 더 그레이'가 5일 공개 후 전 세계 TV 시청 1위에 올라서며 초반부터 뜨거운 반응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 삼아 세력을 확장하는 기생 생물에 대한 이야기.

'기생수: 더 그레이'에 앞서 지난해 말 공개된 '경성크리처', '스위트홈' 시리즈까지 'K크리처물'이 최근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주인공 수인(전소니)이 기생 생물과 몸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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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기생수’ 공개후 세계 1위
얼굴서 촉수 뻗는 특수효과 강렬
K크리처물, 공존-인간성 녹여내
“한국적이면서 시대정신 담아 호응”
드라마 ‘스위트홈’ 촬영 현장. 김설진 안무가가 특수 제작한 괴물 슈트를 입고 연기하고 있다(왼쪽 사진). 드라마 ‘경성크리처’에서 괴물과 채옥(한소희)이 대면하는 모습. 모성을 갖고 있는 괴물은 채옥을 향한 공격을 멈춘다(가운데 사진). 드라마 ‘기생수:더 그레이’에서 수인(전소니)이 기생생물 하이디와 공존하며 촉수를 드러내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신작 ‘기생수: 더 그레이’가 5일 공개 후 전 세계 TV 시청 1위에 올라서며 초반부터 뜨거운 반응이다. ‘기생수: 더 그레이’는 인간을 숙주 삼아 세력을 확장하는 기생 생물에 대한 이야기. 1988년부터 1995년까지 연재된 이와아키 히토시의 일본 만화 ‘기생수’가 원작이다. 연출은 영화 ‘부산행’(2016년) 등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이 맡았다.

드라마의 백미는 쪼개진 인간의 얼굴에서 촉수를 뻗어내는 크리처(괴생명체)들이다. 불가사리처럼 얼굴이 갈라지며 단숨에 길고 축축한 촉수로 변하는 모습은 기괴하고 강렬해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 앞서 지난해 말 공개된 ‘경성크리처’, ‘스위트홈’ 시리즈까지 ‘K크리처물’이 최근 세계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 글로벌 OTT로 날개 단 크리처물

그동안 한국에서 크리처물 영화는 종종 만들어졌지만 드라마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제작 허들이 높았기 때문이다. 마니아층이 뚜렷한 장르라 방송 편성이 쉽지 않고, 까다로운 시각특수효과(VFX) 작업이 필요해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뛴다. 자연스레 투자금이 잘 모이지 않아 좋은 대본이 있어도 제작으로 이어질 수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자금력을 바탕으로 크리처물 투자를 시작했고, 처음 빛을 본 작품이 드라마 ‘스위트홈’이다. 2020년 12월 시즌1 공개 당시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중 처음으로 세계 시청 3위에 올랐다.

‘스위트홈’이 성공하자 크리처물 제작에 불이 붙었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으로 ‘경성크리처’ ‘기생수: 더 그레이’ 등 K크리처 드라마가 줄줄이 제작됐다. 자연스레 한국 VFX 기술 수준도 한 단계 성장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 VFX 작업을 맡은 덱스터 스튜디오의 진종현 이사는 “과거 한국의 VFX가 할리우드를 쫓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할리우드가) 우리 디자인을 보게 만들겠다는 스탠스로 바뀌었다”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스튜디오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작업하고 있다. 이미 우리 기술력이 그들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 공존과 이해, 인간성 담긴 ‘한국적 괴물’

‘K크리처물’의 독특한 특징은 한국 특유의 감성을 작품에 녹여 냈다는 점이다. 할리우드 크리처가 압도적인 힘을 바탕으로 인간에게 해를 끼치거나 더 강한 크리처가 살아남는 식의 서사가 대부분이었다면 한국식 크리처물은 공존과 이해, 인간성을 바탕으로 한다. ‘기생수: 더 그레이’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주인공 수인(전소니)이 기생 생물과 몸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한다. 드라마 속 수인이 기생 생물로 변하는 몸짓은 우리 농악의 ‘상모 돌리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스위트홈’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 괴물 모습으로 변한다는 콘셉트로 성형 중독, 자살 충동 등 한국적이면서도 전 세계 시청자들이 공감할 만한 심리적 문제를 담았다. ‘스위트홈’의 주인공 차현수(송강) 역시 괴물로 변해도 인간성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제강점기 인체 실험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 ‘경성크리처’에서는 괴물이 여전히 모성애를 갖고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국 콘텐츠는 아주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시대정신을 갖고 있다”며 “서구와 같은 고민을 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한국적이고 동양적이다. 공동체를 중시하고 이해, 공감을 바탕으로 하면서 세계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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