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대만 지진과 지정학적 리스크

경기일보 2024. 4. 1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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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호 한양대 ERICA 중국학과 부교수

지난 4월3일 대만에서 규모 7.2의 지진이 발생하자 국제사회의 관심은 유명 반도체 기업인 TSMC에 집중됐다. 이번 강진(强震)으로 인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TSMC의 일부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가 복구 중이라는 소식이 들렸기 때문이다. TSMC 측은 피해가 크지 않고 조만간 조업이 재개될 것이라고 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전쟁이나 정치불안 등과 같은 비경제적 요인이 글로벌 경제와 기업 비즈니스에 미치는 위험을 말한다. 북한 핵•미사일 도발의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최근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정세의 불안정, 그리고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글로벌 통상 질서에 대한 영향 등이 지정학적 리스크의 대표적 사례다. 세계경제포럼(WEF)의 2024년 보고서는 ‘국가 간 무력 충돌’을 글로벌 공급망과 경제적 안정성을 뒤흔들 단기 리스크로 지목했고 영국은행(Bank of England)의 2024년 설문조사도 기업 비즈니스에 대한 가장 큰 도전으로 지정학적 리스크를 꼽았다.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주요국의 대응도 매우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2022년 8월 ‘반도체 과학법’을 제정해 인텔과 삼성을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고 대만 지진 발생 이후 4월8일에는 TSMC가 애리조나주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는 데 총 116억달러 수준의 보조금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이미 2021년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을 수립해 반도체 강국으로의 부활을 선언한 상황에서 TSMC와 일본 구마모토현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대만 지진 이후 4월6일에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TSMC 1 공장을 방문한 데 이어 TSMC의 일본 내 2공장 설립 및 대규모 보조금 지급 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연합(EU) 역시 2023년 9월 ‘유럽반도체법’을 제정해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의 20%를 역내에서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대규모 보조금 지급 및 투자지원 방안을 마련했고 이번 지진을 계기로 대만에 집중된 반도체 공급망의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소위 ‘리스크(risk)’는 확률적 개념이며 결코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에서 이를 잘 완화할 경우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대만 지진을 계기로 재점화되고 있는 지정학적 리스크 및 반도체 공급망 다각화 추세에 대해 우리 정부가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지, 주요 국가들의 보조금 지원 및 반도체 기업 유치 전략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등을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기업 차원에서도 현지국 내부와 지역적 차원 및 초국가적(transnational) 리스크에 대한 평가를 통해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시장 다각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기업외교(Corporate Diplomacy)’를 좀 더 적극적으로 펼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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