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병원 공유해요” 진료 공백 길어지자 자구책 찾는 환자들

오유진 기자 2024. 4. 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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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갈등]

전공의가 병원을 비운 지 8주 차에 접어들면서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은 수술 가능한 병원을 정리해 공유하는 등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의정(醫政) 대치가 길어지면서 “정상화되기까지 무작정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오후 한 인터넷 카페에 ‘간 이식 가능한 병원 리스트업하고 있어요. 혹시 더 있을까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엊그제 아빠가 간경화(간의 염증이 오랫동안 지속되며 간 표면이 우둘투둘해지면서 딱딱하게 변한 것) 말기로 간 이식밖에 답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병원 파업으로 어느 지역이든 가릴 때가 아닌 것 같아서 서울 외 지역으로도 (간 이식이 가능한) 병원을 알아보려고 한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병원 22곳을 나열했다. 이 글엔 “서울 A병원에서 (관련) 수술을 하고 있다” “부천 B병원도 가능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장기 이식 관련 의료 기관을 정리한 목록을 공유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달 27일 한 30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뼈가 썩는 병) 환자는 인터넷 카페에 “빠르게 수술받을 수 있는 2차 병원을 찾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올 3월 초에 수술을 받기로 했으나, (의료) 파업으로 인해 4월 말로 수술이 연기됐다”며 “통증이 꽤 심해 2차 병원이라도 알아보려고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안양 C병원에서 2주 만에 수술했다” “서울 D병원에 지난달 5일 입원해 수술하고 재활 중이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환자들은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국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서로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정부와 의료계의 싸움 속에서 중증·희소 난치성 질환 환자들은 기다릴 시간이 없다”며 다음 달 4일까지 국민 동의 청원을 진행한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의료진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국회가 중재하고, 이번 같은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국회가 관련 입법을 추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전공의와 교수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 사태 장기화는, 중증·희소 난치성 질환 환자들에게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일부 환자는 차선책으로 2차 병원 등을 방문해 치료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암 환자들의 수술 일정은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암 환자들에게 수술 시기는 매우 중요하다. 암 진단을 받은 후 수술하기까지 두 달이 넘어가면 생존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내 암 수술의 약 13%를 차지하는 서울아산병원도 최근 수술 일정이 반 토막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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