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강원 - 특별함 있는 강원도 농어촌살이] ④ ‘사진작가와 문어잡이 어부’ 고성 귀어인 이진수

지산 2024. 4. 10.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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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고 호흡하며, 사진작가와 어부로 사는 나의 제2의 인생은 보람 있고 행복하다." 올해로 인생 2막 10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사진작가이자 초보 어부인 이진수(66) 씨는 이렇게 말했다.

"낚시줄을 당겼을 때 묵직한 손맛이 느껴질 때면 짜릿한 흥분이 느껴진다. 빠르게 줄을 당겨야만 문어를 물 밖으로 꺼낼 수 있다. 손맛으로 느껴지는 이 묵직함, 꽤 큰 놈이 걸렸다." 어부가 된 이진수 씨는 "60대 중반에 어부가 됐는데 내 체력이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문어를 잡기 위해 바다와의 거친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는 열정이 내 심장을 뛰게 한다"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도와주고 있는데 전시 비용 일부를 지자체 관련기관에서 도와준다면 더 많은 작가의 전시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예술의 향기를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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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사람·삶 한가득…만선 어부의 인생네컷
33년 공직생활 은퇴 2017년 고성 정착
광주·이천·삼척·동해 등 사진강사 활동
2020년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 개관
아카데미 운영·국내외 유명 작품 전시
대한민국 최초 ‘해남’ 사진전 개최도
어민 삶 작품에 녹이고자 ‘어부’ 결심
7개월 차 초보 무색 문어잡이 한창
“60대 나이 체력 아직 괜찮다고 생각
바다와의 싸움·열정이 심장 뛰게 해”

“고향 사람들과 함께 부대끼고 호흡하며, 사진작가와 어부로 사는 나의 제2의 인생은 보람 있고 행복하다.” 올해로 인생 2막 10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 사진작가이자 초보 어부인 이진수(66) 씨는 이렇게 말했다.

▲ 이진수 사진작가가 ‘해남(海男)’들의 생생한 삶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 인생 2막 사진작가 이진수

1982년부터 2015년까지 33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친 이진수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 관장은 제2의 인생 목표를 사진작가와 어부로 설정했다.

“취미 활동으로 하던 사진 작업을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었다. 사람, 사물, 자연을 관찰 후, 그 느낌과 생각을 나만의 방식의 사진작품으로 만들어 예술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 활동 무대로 내가 어린 시절을 보낸 이곳 고성군 대진을 선택했다.”

사진 기술에 대한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이 관장은 2015년부터 이듬해까지 중앙대에서 사진 공부를 마쳤다. 이후 그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 소속돼 경기도 광주, 이천 그리고 강원도 삼척, 동해시 등지에서 사진 강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2017년 대진에 터를 잡고 정착했다. 이후 강사와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모인 사진들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 최북단 고성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기 위한 갤러리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 관장은 3년 공사를 직접 진두지휘하며 마침내 2020년 7월 24일 사진 및 미술을 위한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를 개관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을 위해 개인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지식과 기술을 공유했다. 아카데미를 통해 실력과 경험을 쌓은 지역 작가들이 틈틈이 작업한 사진들을 모아 아트센터에서 개인 및 단체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이영숙 씨는 서울에서 살다가 제2의 인생을 위해 양양에 거주하는 지역 사진작가다. 이 작가는 “그저 사진을 좋아해서 카메라를 들고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진수 관장을 만나 사진 예술에 대한 세심한 기술과 통찰력을 사진에 담아내는 방법을 배우고 터득했다. 내가 찍은 사진들을 갤러리에 전시했을 때의 그 짜릿한 감동은 지금도 나를 흥분시킨다. 이 관장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 관장의 갤러리에는 많은 지역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전시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유명 사진 및 미술 작가들의 전시회를 통해 주민들과 지역 작가들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불러일으켰다.

▲ 고성 저도어장, 거센 파도에 맞서 삶을 이어가는 어부들의 주름진 이마 너머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다.

# 대한민국 최초 ‘해남(海男)’ 사진전 개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대진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 우리 아버지들은 뗏마를 이용해 고기잡이 했다. 그 시절, 무동력선인 작은 뗏마는 사람이 밀고 끌고 하면서 해변에서 바다로 이동시켰다. 고기잡이가 끝나면 다시 해변으로 뗏마를 끌고 올라와야 했다. 여름방학이면 해변에서 놀다가 뗏마가 들어오면 뒤에서 밀어 주곤 했다. 만선이 돼 돌아온 어부들은 쥐치, 도루묵 등의 생선을 뗏마를 밀어준 대가로 주기도 했다.”

고향에 돌아온 이진수 씨에게 거친 바닷속을 누비며 사는 해남들의 모습은 그의 시간을 행복했던 과거로 되돌려 놓았다. 그래서 그는 더 늦기 전에 이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9월 이 관장은 대진 저도어장의 수심 깊은 곳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아가는 바다 사나이들의 진한 삶의 현장을 담은 사진 25점을 ‘해남(海男)’이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갤러리에서 전시했다. 그들이 작업 하는 배에 승선해 사진 작업을 할 때면 그들의 작업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또 바닷가 마을에 사는 작가의 삶은 어부들의 삶과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졌다. 지역의 어민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생생한 삶의 현장을 통해 리얼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그는 어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 관장은 지난해 9월 2.6t 문어잡이 어선을 구매하고 10월부터 문어잡이를 시작해 마침내 어부가 됐다.

▲ 문어잡이 초보 어부 이진수 씨가 바다에서 막 끌어올린 문어

# 인생 3막 문어잡이 어부 이진수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 칼바람을 헤치고 한 어부가 부두로 향한다.

그는 ‘오늘은 문어를 몇 마리나 잡을 수 있을까’하는 부푼 기대를 안고 거친 바다로 향한다. 초보 어부는 동이 트기 전 뱃머리를 저도어장으로 돌린다. 어느덧 7개월 차가 된 이진수 어부는 제법 능숙하게 배를 몰아 요즘 한창 문어잡이 맛을 본 그만의 바다 낚시터로 향한다. 항구에서 동쪽으로 3~4㎞ 떨어진 수심 45~50m 해저에 바위들이 많은 곳이다.

본격적으로 문어를 잡기 위해 인공 새우를 미끼로 한 ‘지가리(갈고리의 방언)’를 바다 속 깊은 곳으로 던져 놓는다. 바다 어장을 여기저기 누비며 미끼를 던져 놓은 후에도 파도에 떠 있는 부표로 그 위치를 알 수 있다. 초보 어부는 문어잡이가 제법 몸에 익었는지 여기저기 수십 개의 지가리를 바닷속 바닥에 깔아 놓는다. 30개의 지가리를 넣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이제부턴 처음 놓았던 곳으로 돌아가 문어가 입질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어부가 된 후 처음 작업할 때는 운전이 서툴러 낚시 줄이 배 스크루에 걸리기 일쑤였다. 낚시 줄이 스크루를 칭칭 감고 있으면 배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바다에 팔을 넣어 칼로 줄을 끊어야 한다. 파도가 몸을 덮칠 때면 놀라 뒤로 자빠질 때도 여러 번 있었다.”

어느덧 여유가 생긴 어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첫 번째로 내린 지가리에 문어가 입질하는지 살펴보기 위해 뱃머리를 돌렸다. 그 시각 거센 파도에 맞서 삶을 이어가는 어부들의 주름진 이마 너머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고 있었다.

▲ 문어잡이 초보 어부 이진수 씨가 바다에서 막 끌어올린 문어

대진항에서 어장으로 나간 지 어느덧 3시간이 흘렀다. 잠잠했던 바다에 서서히 파도가 일며 서풍도 조금씩 불기 시작했다. 쉴 새 없이 여기저기 지가리를 살피던 초보 어부가 드디어 낚싯줄을 힘차게 당겼다.

“낚시줄을 당겼을 때 묵직한 손맛이 느껴질 때면 짜릿한 흥분이 느껴진다. 빠르게 줄을 당겨야만 문어를 물 밖으로 꺼낼 수 있다. 손맛으로 느껴지는 이 묵직함, 꽤 큰 놈이 걸렸다.”

어부가 된 이진수 씨는 “60대 중반에 어부가 됐는데 내 체력이 아직은 괜찮다고 생각한다. 문어를 잡기 위해 바다와의 거친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는 열정이 내 심장을 뛰게 한다”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도와주고 있는데 전시 비용 일부를 지자체 관련기관에서 도와준다면 더 많은 작가의 전시를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예술의 향기를 전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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