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모두에겐 모두의 자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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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세 개의 책상이 있다.
책상과 길게 연결된 책장들이 그려내는 간결하고 명료한 선이 좋아 가구점에서 그걸 본 뒤 나는 오래 고민했다.
내게 있는 책상 중 가장 작은 것이지만 60×120이니 웬만한 것은 늘어놓을 수 있다.
어떤 책상은 너무 낮아 목을 길게 늘어뜨려야 했고 어떤 책상은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아 앉기 전에도 앉은 후에도 눈치를 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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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처음 시작했을 무렵부터 불과 몇 년 전까지, 나는 마치 유랑하듯 타인의 책상 위를 떠돌았다. 어느 곳에서든 나는 타인의 책상을 빌려 써야 했다. 도서관 열람실 책상일 때도, 프랜차이즈 카페 테이블일 때도, 문학관 책상일 때도 있었다. 어떤 책상은 너무 낮아 목을 길게 늘어뜨려야 했고 어떤 책상은 좀처럼 자리가 나지 않아 앉기 전에도 앉은 후에도 눈치를 봐야 했다. 어떤 책상은 너무 소란한 곳에 놓여 있었고 어떤 책상은 내 형편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이 들었다. 노트북과 충전기, 잡다한 자료가 든 가방을 걸머메고 나는 이곳저곳을 떠돌았다.
돈도 시간도 없는 날에는 쇼핑몰이나 지하철역 간이 테이블에 몸을 밀어 넣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들이 전부 스쳐 갈 뿐이라는 데서 기이한 안도감을 느꼈다. 동시에 궁금한 마음도 들었다. 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나. 저 사람들에게는 저들만의 자리가 있나. 내게도 나만의 자리가 필요해. 그런 말들을 웅얼거리며 이십 대를, 삼십 대를 보냈다.
사십 대가 된 지금도 나는 여전히 책상에 집착한다. 작은 집 이곳저곳 책상을 두고 인장 찍듯 물건을 부려놓는다. 이곳만큼은 내가 옮겨 가지도 쫓겨나지도 않아도 될 나만의 자리라고 증명하듯 말이다. 하지만 그러는 게 어디 나뿐일까. 무거운 가방을 메고 유리창 너머를 기웃대는 이들이, 낡은 어깨와 무거운 손을 내려 둘 자리를 찾는 이들이 어디에든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책상 모서리를 있는 힘껏 움켜쥐고 만다. 간절한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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