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또 산불이 나는 건 아닐까"…봄바람 불자 떠오른 그날의 기억

조승현 기자 2024. 4. 9. 20: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난해 강릉시 경포 일대를 태운 대형 산불이 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나무를 심고 건물을 다시 짓고 있지만, 피해민들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조승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아침 나절 시작한 불은 금세 번져나갔습니다.

초속 30m 바람을 타고 민가와 펜션이 모인 경포 쪽으로 번졌습니다.

한나절 만에 축구장 170개 면적 산림을 태웠습니다.

274세대 551명이 집을 잃었고, 274억 원 재산피해를 남겼습니다.

1년 만에 찾은 강릉 산불 현장. 활짝 핀 벚꽃 너머 산이 벌거벗었습니다.

소나무 숲 87ha를 베어내고, 그보다는 불에 강한 활엽수를 이제 심고 있습니다.

[전제용/강릉시 산림과장 : 대부분 어린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숲으로 복원되기는 30~40년 정도 예상이 (됩니다.)]

100세대 넘는 이재민은 아직 좁고 불편한 임시주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44살 최영주 씨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내 집 아닌 곳에서 처음 맞은 겨울은 추웠습니다.

[최영주/강릉 산불 이재민 : 조금 틀다 보면 금방 따뜻한 물이 원활하게 안 나오고 그런 게 좀 힘들었어요. 씻고 그러는 게.]

초등학생 아이들 생각해서 다시 집을 지어야 하는데 여력이 없습니다.

최씨 집에서 멀지 않은 펜션 단지로 가봅니다.

완전히 탄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나마 일부만 피해를 본 곳은 고쳐서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많은 업주들이 생계였던 펜션을 포기했습니다.

[강릉 산불 피해 펜션 업주 : 또다시 지었을 때 예전처럼 되진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거죠.]

봄바람 불기 시작하자, 피해민들은 잊고 싶은 그 날 기억이 떠오릅니다.

[강릉 산불 이재민 : 다 그러니까, 서로 위안을 하니까 이렇게 살았어. 만약에 내 집만 그랬다면 못 살 것 같아.]

울창했던 숲, 평범했던 삶.

한순간의 산불이 앗아간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