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또 산불이 나는 건 아닐까"…봄바람 불자 떠오른 그날의 기억
지난해 강릉시 경포 일대를 태운 대형 산불이 난지 1년이 지났습니다. 나무를 심고 건물을 다시 짓고 있지만, 피해민들 상처는 아물지 않았습니다.
조승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아침 나절 시작한 불은 금세 번져나갔습니다.
초속 30m 바람을 타고 민가와 펜션이 모인 경포 쪽으로 번졌습니다.
한나절 만에 축구장 170개 면적 산림을 태웠습니다.
274세대 551명이 집을 잃었고, 274억 원 재산피해를 남겼습니다.
1년 만에 찾은 강릉 산불 현장. 활짝 핀 벚꽃 너머 산이 벌거벗었습니다.
소나무 숲 87ha를 베어내고, 그보다는 불에 강한 활엽수를 이제 심고 있습니다.
[전제용/강릉시 산림과장 : 대부분 어린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숲으로 복원되기는 30~40년 정도 예상이 (됩니다.)]
100세대 넘는 이재민은 아직 좁고 불편한 임시주택에 머물고 있습니다.
44살 최영주 씨도 그 가운데 한 명입니다.
내 집 아닌 곳에서 처음 맞은 겨울은 추웠습니다.
[최영주/강릉 산불 이재민 : 조금 틀다 보면 금방 따뜻한 물이 원활하게 안 나오고 그런 게 좀 힘들었어요. 씻고 그러는 게.]
초등학생 아이들 생각해서 다시 집을 지어야 하는데 여력이 없습니다.
최씨 집에서 멀지 않은 펜션 단지로 가봅니다.
완전히 탄 건물을 새로 짓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나마 일부만 피해를 본 곳은 고쳐서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손님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많은 업주들이 생계였던 펜션을 포기했습니다.
[강릉 산불 피해 펜션 업주 : 또다시 지었을 때 예전처럼 되진 않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에 엄두를 못 내는 거죠.]
봄바람 불기 시작하자, 피해민들은 잊고 싶은 그 날 기억이 떠오릅니다.
[강릉 산불 이재민 : 다 그러니까, 서로 위안을 하니까 이렇게 살았어. 만약에 내 집만 그랬다면 못 살 것 같아.]
울창했던 숲, 평범했던 삶.
한순간의 산불이 앗아간 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범야권 200석' 땐 대통령 거부권 무력화·탄핵소추도 가능해져
- [돌비뉴스] 윤영석 "'직이다'는 다의적 표현"…문재인 좋다는 뜻?
- '나라살림 성적표' 발표 11일로 미뤄…총선 악영향 의식?
- "페미니스트는 맞아야"…'편의점 폭행' 심신미약 인정한 법원
- [단독] "신고 취하해 줄 테니까…" 음주 차량 쫓아가 돈 뜯다 '들통'
- 22대 국회 '첫 주말'…서울역 향한 야권 "특검으로 수사하라"
- 트럼프 '유죄 평결' 후 미 여론조사…바이든 2%P 앞서가
- 한일, 초계기 갈등 재발방지 대책 합의…국방대화 활성키로
- [속보]합참"북한 오물 풍선 또 살포...낙하물 주의"
- [단독] "노래방 같은 데 가볼래?" 다가온 남성…한강서 끌려간 아이들, 유흥업소에 갇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