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반도체 특별시’ 꿈 머잖아… 타임라인 최소 6개월 앞당길 것”
日 구마모토 TSMC에 압도적 우위
구축 땐 생산유발 효과만 480조원
글로벌 반도체 전쟁은 속도가 핵심
당초 2026년말 부지공사 착공 계획
보상·이주기간 최대한 단축이 관건
화성 양감∼안성 일죽 고속道 추진
경강선 연장 반도체 국가철도 비전도
반도체 행보에 노조도 이례적 지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세계 1위 기업 대만 TSMC가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현지 제2 공장 건립 계획을 6일 공식화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가 그 현장에서 일본 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을 약속했다. 제1공장에 최대 4760억엔(약 4조2473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2공장에도 최대 7320억엔(약 6조5316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과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산업 판도를 바꾸기 위한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반도체 전쟁 시대’다. 이 와중에 한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 주도권 확보 ‘골든 타임’을 놓친 것 아니냐는 걱정이 많다.
이 우려와 의문에 답할 이를 찾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을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용인은 윤석열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구축 사업의 핵심 포스트다. 이 사업은 정부 주도의 국가산단과 용인시의 지방산단을 중심으로 꾸려지고, 이 시장은 이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인물이다.
그는 “구마모토 TSMC 1공장 부지 면적은 약 21만㎡다. 이에 비해 용인 이동·남사읍에 들어설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 면적은 747만㎡, 원삼면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면적은 415만㎡”라며 “규모 면에서 용인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에 향후 20년간 약 360조원을,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에 12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용인특례시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약 622조원 규모의 투자 중 500조원가량이 용인에 투자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국가 전체의 50년, 100년 먹거리를 확실하게 책임지는 투자가 용인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삼성전자 국가산단과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용인의 반도체 생태계와 경쟁력은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용인이 특례시를 넘어 세계 시장을 지배할 ‘반도체 특별시’가 되려 한다는 뜻이다.
이 시장은 “이젠 시야를 넓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TSMC 1공장은 불과 1년 10개월 만에 준공됐다. 7000여명의 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일했다고 한다. 반도체 산업을 되살리려는 일본의 엄청난 지원으로 가능했던 것”이라며 “미국, 일본 등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선 대기업에 특혜를 준다는 식으로 시비를 거는 이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시장은 보조금과 별개로 용인시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우선 과제는 속도전을 띄는 글로벌 반도체 전쟁에 맞춰 시스템반도체 국가산단 착공 타임라인을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다.
당초 계획은 올해 1분기 내로 국가산단 계획 신청을 마무리하고 내년 1분기까지 이를 승인, 2026년 말 부지조성공사 착공을 추진하는 것인데, 이 시장은 이 기간을 최소 6개월 이상 줄이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 고층건물 건축 허가 등 광역 단체 승인 사항을 특례시 권한으로 이양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산단 조성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다. 이 시장은 이에 더해 경기도의 지방산단 심의 권한도 이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산단을 조성하려면 70여개 기업 또는 공장을 이주시켜야 하는데 경기도가 지방산단 심의 권한을 쥐고 있어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까 걱정”이라며 “지방산단 승인 권한은 특례시에 넘어왔는데 심의 권한은 그대로 도에 남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과의 원활한 소통도 타임라인을 앞당길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이 시장은 이와 관련 “용인시엔 반도체 전문 인력만 50명이 넘는다. 반도체 전담 부서(국)가 두 곳이나 있는 곳은 지자체 중 용인시가 유일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의 협의 창구로 일원화해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인허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것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이름에 걸맞은 제반 시설 지원이다.
용인시는 교통·전력·용수·주거 인프라 구축, 인재 육성 등 전방위에 걸쳐 지원책을 마련 중이다.
특히 교통망 구축은 이 시장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다. 이 시장의 선거 공약이기도 한 ‘반도체 고속도로’는 최근 윤 대통령이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가시권에 들었다. 기흥의 삼성전자 미래연구단지, 이동·남사읍의 국가산단, 원삼면의 반도체클러스터를 횡으로 연결하는 데 필요한 도로다. 건설 시 국가산단 및 배후 신도시에 거주할 주민과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전문 인력의 출·퇴근, 원활한 물류 이동을 위한 교통 인프라 등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다.
이 시장은 “국토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반도체 고속도로의 시작점, 종점을 정했다. 화성 양감∼용인 남사·이동∼안성 일죽에 이르는 고속도로를 민자로 건설할 계획”이라며 “7월 적격성 조사가 완료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도체 국가철도’ 비전도 있다. 국가철도 경강선을 반도체 국가산단까지 연장하는 내용으로, 반도체 특화도시인 이동읍 신도시를 지나게 된다. 용인시는 국토부가 내년 중순에 발표하는 ‘제5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신규 사업에 경강선 연장을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매 5년 단위로 중장기 철도 사업 계획을 발표한다. 제5차 계획은 당초 2026년 7월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시장이 줄기차게 주장한대로 1년여 앞당겨졌다.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기대 효과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국가산단의 생산유발 효과는 480조원, 직·간접 고용 효과는 192만명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국가산단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두 곳에만 200여곳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설계 기업이 들어서고 산단 주변 지역에도 반도체 장비 기업이 입주를 추진 중이다.
반도체에 ‘미친’ 이 시장의 가장 큰 후원자는 시청 직원과 시민이다. 용인특례시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해 3월 정부가 남사·이동 국가산단 지정을 발표한 당시 성명을 내고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된 이후 수많은 용인 정치인들이 있었지만 이만한 성과를 가져온 정치인이 있을까 싶다”고 했다. 성명은 계속해서 “1983년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본격 진출을 선언한 뒤 기흥에 64K D램 메모리 공장을 준공하고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열었다. 그로부터 40년 뒤인 2023년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발표가 어제 있었다”며 “40년 전 기업인 이병철 회장이 있었다면 40년 후 정치인 이상일 시장이 그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이 시장을 치켜세웠다. 건전하더라도 늘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관리자와 노조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반도체 산업 유치가 가져다줄 막대한 이익을 시청 직원, 시민이 누구보다 잘 이해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소감을 묻자 이 시장은 “개인적으로 영광이고 보람을 느낀다”고 짧게 답했다.
대담=나기천 산업부장, 정리=이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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