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상공인 대상 일부 정책자금 부실률 20% 육박

정윤성 기자 2024. 4. 9.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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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초저금리에도 못 받은 정책자금 3600억원 넘어
2년 새 6배 늘어난 소진공 부실률…금융권 연체율의 8배
“채무조정 강화”에도 불경기 장기화로 부실 악화 우려↑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정부가 소상공인들에 내준 정책자금 대출의 부실률이 급증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서 시행한 직접대출 중 일부 정책자금의 부실률은 2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소상공인들의 상환능력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자금을 빌려준 소진공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1월29일 소상공인 경영 애로 완화를 위한 저신용 소상공인 자금 신청을 접수했다. ⓒ연합뉴스

1%대 저리에도 대출 못 갚는 소상공인

9일 시사저널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인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와 '희망대출 사업'의 부실률이 각각 19.76%, 16.6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로 피해를 받은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금 대출을 시행한 바 있다. 소진공에서 관리하는 소상공인진흥기금을 통해 소상공인들에게 자금을 융자해주는 '직접대출' 방식이다. 5개의 관련 정책자금을 위해 편성된 예산만 8조5000억원 규모였다.

이 가운데 1조원 예산이 편성된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의 부실률은 19.76%에 달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대출잔액 8468억원 중 부실금액은 1673억원이다.

2021년 7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된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는 최대 500만원까지 현금 지원된 '버팀목자금 플러스'를 받은 업체와 매출이 20% 이상 감소한 업체 중 나이스개인신용평점(NCB) 744점 이하의 저신용자가 신청 대상이었다. 업체 당 최대 1000만원까지 고정금리 연 1.5%의 초저금리로 대출이 가능했다. 이를 통해 6만6047개 업체가 자금을 수혈 받았다.

저신용 소상공인들의 피해 회복을 위해 진행된 '희망대출 사업'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해당 정책자금의 지난해 대출잔액은 1조183억원으로 부실금액은 1696억원, 부실률은 16.66%에 이르렀다. 희망대출은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받은 업체 중 NCB 744점 이하가 대상으로 업체 당 최대 1000만원까지 연 1%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밖에 2021년 11월부터 이듬해 9월까지 진행된 '일상회복특별융자'의 부실률 역시 통상 기업 연체율보다 높은 4.96%를 기록했다. 일상회복특별융자는 1%의 초저금리로 2000만원까지 지원하는 방식이었다.

소진공은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과 회생, 파산, 공적채무조정 등 기한이익상실금액을 포함한 부실금액이 연도말 대출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부실률로 관리하고 있다. 예컨대, 저신용 소상공인 융자의 경우 지난해 말까지 상환된 636억원을 빼고 남은 대출 잔액의 20% 가량이 부실 채권으로 분류되고 있는 셈이다. 통상 금융회사에선 이 같은 부류의 부실채권은 상환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장기연체나 채무불이행 등으로 규정·관리한다.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중부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소진공 부실금액 8000억원 넘어…국회도 재정건전성 경고

문제는 해당 정책자금의 부실률이 소진공 전체 부실률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1.58%에 그쳤던 소진공의 정책자금 부실률은 2022년 2.79%로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는 9.98%까지 치솟았다. 2년 새 부실률이 6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덩달아 2021년 857억원에 불과하던 부실금액도 2022년엔 2195억원으로, 지난해엔 8240억원으로 급격히 불어났다.

소진공의 부실률은 금융권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전 금융권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1.24%로 소진공 부실률(9.98%)이 8배 이상 높았다.

해당 정책자금들이 소상공인진흥기금을 통해 이뤄지는 만큼 소진공의 재정 건전성 악화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1년과 2022년 결산 분석 보고서를 통해 소진공 기금의 재정 건전성을 개선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특히 "2021년엔 코로나19 지원을 위한 직접대출 규모가 커지면 연체·부실이 증가할 우려가 있어,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소진공 관계자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高) 장기화로 소상공인 경영 상황이 악화하면서 소진공의 대출 부실률이 오른 측면이 있다"며 "중·단기 연체의 경우 콜센터 안내, 현장 실태 점검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장기 연체의 경우 새출발기금 등 채무조정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경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부실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정책대출에 대한 상환 유예 등을 진행하며 사후 관리를 했지만, 불경기가 장기화되다 보니 부실률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책금융 대부분이 대출인 만큼 경기가 계속 안 좋으면 부실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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