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과 원료 공동구매 종료··· ‘결별 수순’

남지원 기자 2024. 4. 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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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고려아연 제50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이 최대주주 영풍과의 원료 공동구매와 공동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두 기업이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사업상 연결고리까지 끊기며 고려아연이 영풍과 결별 수순을 밟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아연 등 주요 품목에 대해 영풍과 원료 구매, 제품 판매 과정에서 공동계약을 체결해왔으나 계약 만료에 맞춰 이를 종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수십년 전부터 20여건의 공동구매·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1∼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왔는데, 이날 영풍 측에 갱신기한이 도래한 공동구매 계약 일부를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올해 10여건, 내년과 후년에 총 10여건 등 만기가 도래하는 모든 계약에 대해 순차적으로 계약을 종료할 방침이다. 고려아연은 “향후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에 있어 각 거래처와 개별적인 협상·계약을 진행하며 사업을 영위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계약 종료가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기침체로 비철금속 시장에서 원료 수급과 제품 판매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경영환경 악화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신 등 언론 보도를 인용하면서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안전 리스크로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고 있고, 원료 구매의 불확실성으로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영풍과 함께 체결한 3자 공동계약으로 인해 공급 감소에 따른 납품 차질 시 손해배상 위험이 존재한다고도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계약 종료가 최근 두 회사의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2022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취임 이후 최 회장 일가와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 간 고려아연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지면서 두 회사는 최근까지도 경영권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달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 정책과 정관 변경을 두고 두 회사가 표 대결을 벌였고, 최근에는 고려아연이 현대차그룹의 해외 계열사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형태로 신주를 발행한 것을 두고 영풍이 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고려아연은 최근 45년간 본사로 사용하던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을 떠나 종로구로 본사를 옮기기로 하는 등 영풍과의 관계를 끊는 수순으로 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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