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영풍 측에 "원료 공동구매·공동영업 해지" 통보

고려아연 "비용 절감 위해 공동 구매 않기로"
영풍 "구매력 더 약해질 뿐, 자체 구매할 것"

[사진=뉴시스] 동업 관계인 영풍 장형진 고문과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사진=각사 제공) 2024.03.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고려아연이 영풍과 함께 진행했던 '원료 공동 구매 및 공동 영업'을 끝낸다.

양사는 아연 등 주요 품목에 대한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 과정에서 공동 계약을 맺어왔는데, 고려아연이 계약 기간 만료 이후 이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에선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홀로서기에 속도를 높이는 차원이라고 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영풍 측에 원료 공동 구매 및 공동 영업의 종료를 통보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향후 원료 구매 및 제품 판매 영업과 관련해 각 거래처들과 개별적으로 협상을 할 것"이라며 "더이상 고려아연과 영풍이 공동으로 원료를 구입하거나 판매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근 비철금속 시장은 경기 침체로 인해 원료 수급과 제품 판매에 큰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대내외적인 불확실성과 경영 환경 악화로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고려아연은 실적 개선과 비용 절감을 위해 이번 조치를 단행했다.

고려아연은 특히 영풍 석포제련소의 생산량 감소에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영풍 석포제련소가 환경 및 안전 리스크에 휘말리며 조업 차질과 생산량 감소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고려아연과 영풍이 맺고 있는 공동 계약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양사에 필요한 원료 확보가 쉽지 않아 더 비싼 가격으로 원료를 공동 구매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라는 진단이다.

고려아연은 이밖에 ▲차별화된 영업·판매 전략 필요 ▲공동 영업·판매에 대한 고객사 불만 지속 ▲공급 감소로 인한 납품 차질 시 손해배상 위험 등을 공동 계약을 중단하는 근거로 꼽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계약 해지는 기업가치 제고와 실적 향상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며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이번 공동 계약 해지 통보가 최근 경영권 분쟁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영풍 관계자는 "공동 구매를 종료하면 영풍뿐 아니라 고려아연도 구매력도 줄어 가격 협상력은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고려아연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공동 구매를 종료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석포제련소 생산량 감소에 대해서는 "기존 생산량보다 20% 감소한 것은 맞지만, 조업 차질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영풍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원료 구매 및 영업 부서 인력이 있기 때문에 이번 계약 해지에 따른 생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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