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타고 날아다니는 ‘도깨비불’, 산불 확산 속도 26배 높인다

이종섭 기자 2024. 4. 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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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과학원 실험 결과
산림인접지 소각 행위 ‘위험천만’
강한 바람 속에서 ‘도깨비불’로 인해 발생한 대형산불 현장 모습.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지난해 충남 홍성과 금산, 전남 함평, 경북 영주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대형산불로 번진 데는 건조한 날씨 속에서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불똥이 날아다니면서 불이 빠르게 확산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강원 강릉 경포대와 2022년 강원 삼척·경북 울진에서 산불이 발생했을 때는 초당 순간 최대풍속 29m의 강한 바람을 타고 불똥이 산과 하천을 뛰어넘어 2㎞까지 날아가면서 대형산불의 원인이 됐다. 작은 불똥이 강한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날아가 산림을 집어삼키는 이런 현상은 ‘도깨비불’로도 불린다.

9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밝힌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일정한 경사지에서 초속 6m의 바람이 불 경우 산불 확산 속도는 최대 26배까지 빨라질 수 있다. 강한 바람과 날아가는 불똥으로 인한 피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풍동 실험을 진행한 결과다.

실험 결과를 보면 경사와 바람이 없는 조건에서 시작된 불은 분당 약 0.19m의 속도로 이동·확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도의 경사가 있는 조건에서 초속 6m의 바람이 불 경우 확산 속도는 분당 최대 4.94m로 빨라진다. 조건에 따라 불이 확산되는 속도가 26배나 차이가 난 것이다.

또 펠릿에 불을 붙인 뒤 초속 0∼10m 조건에서 불똥을 만들어 날려보내는 실험에서는 최대 621도의 불씨가 17m를 날아가 불을 확산시키는 과정도 확인됐다. 산림과학원 산불연구과 권춘근 박사는 “바람이 산불 확산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이번 실험을 진행했다”면서 “건조한 날이 지속되고 강한 바람이 불 때는 사소한 불씨로도 대형산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산림인접지역에서 논·밭두렁이나 쓰레기를 태우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림청은 봄철 영농 준비로 소각 행위가 빈번해지고 비가 자주 오지 않는 계절적 특성상 대형산불 발생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판단해 인천과 경기·강원 일부 지역에 내려져 있던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지난 8일을 기해 제주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 발령했다.

산림청은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일에는 등산과 영농행위 등 외부 활동 증가로 산불위험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산불 감시에 총력 대응할 계획”이라며 “당분간 비 예보가 없고 낮 기온 상승으로 대기가 건조해져 산불 발생 위험이 매우 큰 만큼 농·산총 지역에서 소각 생위를 금지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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