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위-유덕화 투 샷을 20년 만에…홍콩 누아르 ‘골드 핑거’

김은형 기자 2024. 4. 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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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앉아 '골드핑거'(10일 개봉)의 시작을 기다리는 중년 관객들의 마음은 지난해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마주하던 팬들의 설렘에 비견될 법하다.

80년대 이후 꺼졌던 홍콩 누아르의 마지막 불꽃을 되살린 '무간도' (2002)의 두 주인공 량차오웨이(양조위)와 류더화(유덕화)가 20년 만에 스크린에서 조우하는데다 감독은 '무간도' 세편의 각본을 쓴 장웬지앙(장문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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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봉
영화 ‘골드핑거’. 메가박스중앙 제공

극장에 앉아 ‘골드핑거’(10일 개봉)의 시작을 기다리는 중년 관객들의 마음은 지난해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마주하던 팬들의 설렘에 비견될 법하다. 80년대 이후 꺼졌던 홍콩 누아르의 마지막 불꽃을 되살린 ‘무간도’ (2002)의 두 주인공 량차오웨이(양조위)와 류더화(유덕화)가 20년 만에 스크린에서 조우하는데다 감독은 ‘무간도’ 세편의 각본을 쓴 장웬지앙(장문강)이다. 두 배우는 범죄자와 경찰로 다시 만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늘 아래 두 개의 ‘무간도’는 존재할 수 없다. ‘골드핑거’에서 환갑 넘은 나이에도 중국 영화계를 하드캐리하는 두 배우의 매력은 여전히 빛나지만 ‘무간도’에서의 차갑고 건조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연출, 절제와 강렬함이 공존하는 영상미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물량으로 밀어붙이며 어설프게 할리우드를 흉내 내면서 ‘국뽕’까지 끼얹어 중국 밖 관객들을 아연하게 만드는 최근 중국 상업영화의 수준에 머물지는 않는다. 금융허브로 홍콩이 성장한 역사의 그늘을 적당히 그려내며 누아르적인 긴장감이 곳곳에서 튀어나온다.

영화 ‘골드핑거’. 메가박스중앙 제공

1970년대 말 동남아에서 사업에 실패한 건축사 청위엔(양조위)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한창 발전하는 홍콩으로 온다. 일자리는 얻지 못하지만 우연히 대규모 부동산 거래의 바람잡이 역할을 하면서 부동산 투기에 눈을 뜬다. 돈놓고 돈먹기 식 사업방식을 배운 청은 부동산뿐 아니라 주식투자와 여행, 운수, 국외 석유개발까지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몇 년 만에 홍콩 최고의 재벌 중 하나로 거듭난다. 뇌물과 편법, 주가 조작 등으로 얼룩진 청의 성공에 유일한 방해자가 반부패수사국의 형사 류치위안(유덕화)이다. ‘골드핑거’는 쫓고 쫓기는 두 사람의 질긴 인연과 대결을 대하드라마의 호흡으로 그려낸다.

주식 투기꾼의 성공과 몰락을 그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를 떠올리게 하는 화려하고 요란한 이야기 구조에 검은 아우라를 드리우는 건 두 배우의 기운이다. 선한 눈매에 탐욕과 잔인함을 숨긴 양조위와 불로초를 먹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무간도’ 때와 크게 변하지 않은 모습의 유덕화가 부딪히는 순간 화면은 긴장감으로 팽팽해진다.

처음 체포된 뒤 경찰을 매수하기 위해 청위엔이 류치위안에게 귓속말을 할 때 두 배우의 서늘한 눈빛과 몇 년 뒤 수사 자료를 앞에 두고 두 배우가 자신만만한 웃음을 띠면서 벌이는 기싸움, 청이 류치위안의 가족을 위협하자 류가 달려들어 벌이는 몸싸움 등 두 배우의 대결이 펼쳐질 때마다 그럭저럭 돌아가던 이야기에 찰기가 입혀진다. 600억원에 육박하는 홍콩 영화 사상 최고의 제작비로 80년대 고도 성장 시기의 화려함을 재현했고, 지난해 말 홍콩에서 개봉한 뒤 5주간 주말 흥행 1위를 기록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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