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곳곳에 의문의 ‘활꽃게’ 상자…“먹었다 탈날까봐” 안타까운 사연

익명의 시민이 광주 서부소방서 염주센터에 기부한 꽃게. [광주 서부소방서 제공]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광주 관공서 곳곳에 익명의 꽃게 상자가 배달된 사연이 알려졌다. 꽃게 상자가 도착한 곳은 경찰서와 소방서 등 총 280여곳에 달한다.

9일 광주 서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119 안전센터와 인근 지구대 30곳에 2㎏짜리 생물 꽃게 상자가 각각 배달됐다.

꽃게를 보낸 건 익명의 시민이다. 꽃게 상자와 함께 온 A4용지 1장짜리 편지 한 통에는 마음을 담아 꽃게를 선물한 사연이 적혀있었다.

‘광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작은 사업체’라고 소개한 익명의 기부자는 “항상 저희를 위해 고생하시는 소방관님과 경찰관님께 작지만 마음을 담아 (활)암꽃게를 준비했다”고 적었다. 이어 “맛있게 드시고 더욱더 힘내시라고 문 앞에 두고 간다”며 추신으로 “농수산물이기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에도 걸리지 않으니 편하게 드셔 달라”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활꽃게를 전달받은 공무원들은 해당 선물을 받을 수 없었다. 공무원은 원칙상 위문품 성격의 물건을 받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경찰은 8일 오후 기부자와 연락이 닿아 지구대 등으로부터 꽃게를 수거해 모두 반환하기로 했다. 소방은 이날까지 119 안전센터로 배달된 꽃게 상자의 개수를 정확하게 파악한 뒤 광주시 기부심사위원회 논의를 통해 꽃게 반환 등 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