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강석기의 과학풍경]

한겨레 2024. 4. 9.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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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서울의 한 수목원을 찾았다가 커피나무 묘목을 하나 샀다.

예를 들어 작은 탄화수소 분자인 이소프렌은 공기 중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강력한 온실가스인 오존을 만든다.

또 식물이 이산화탄소보다 수십배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직접 내보낸다는 발견도 보고됐다.

다른 변수는 놔두고 숲만 최대로 늘리면 식물 생체량 증가로 인한 냉각 효과가 23% 상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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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구상나무림. 허호준 기자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겨울 서울의 한 수목원을 찾았다가 커피나무 묘목을 하나 샀다. 반들반들한 짙은 녹색 잎이 인상적이었다. 거실에 두고 두달이 지나도 별 변화가 없더니 지난달 큰 화분으로 분갈이한 뒤 ‘우후죽순’처럼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다.

식물이 자라는 건 빛 에너지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흙 속의 물을 변화시킨 당을 재료로 해 여러 생체물질을 만든 결과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체결로 2100년 기온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2℃ 상승에 그치게 한다는 목표를 설정한 뒤 많은 나라가 숲 조성에 뛰어든 건 이런 광합성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실제 식물 목질부 건조 질량의 절반이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얻은 탄소다. 숲 조성은 단순하면서도 효율적인 탄소포집저장(CCS) 기술인 셈이다.

그러나 식물과 주변 환경 사이의 물질 및 에너지 교환에 대한 엄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식물의 지구온난화 억제 효과에 의문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나뭇잎의 녹색은 맨땅에 비해 어두워 햇빛 반사도가 낮아 공기를 데우는 효과가 있다. 한편 식물은 성장 과정에서 다양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을 공기 중으로 내놓는데, 여기서 비롯한 온실가스 효과도 꽤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예를 들어 작은 탄화수소 분자인 이소프렌은 공기 중 질소산화물과 반응해 강력한 온실가스인 오존을 만든다. 또 식물이 이산화탄소보다 수십배 강한 온실가스인 메탄을 직접 내보낸다는 발견도 보고됐다.

숲 조성(왼쪽)과 바이오에너지 작물 재배(오른쪽)는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하는(CCS)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만 햇빛 반사도(albedo) 변화, 휘발성유기화합물(BVOC) 생성 등으로 CCS의 냉각 효과가 꽤 상쇄되는 것으로 밝혀져 정량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사이언스 제공

지난 2월 학술지 ‘사이언스’에는 숲을 최대한 늘렸을 때(2015년 대비 육지 면적의 5.8%인 7억5000만헥타르 증가)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탄소포집저장 효과를 예측한 논문이 실렸다. 먼저 ‘온난화 시나리오’로, 지금처럼 저감 노력을 계속 게을리해 2100년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4℃나 오르는 경우로 숲도 2015년 대비 2억9000만헥타르 준다. 다른 변수는 놔두고 숲만 최대로 늘리면 식물 생체량 증가로 인한 냉각 효과가 23% 상쇄된다. 그 결과 숲을 최대로 늘려도 이산화탄소 증가량의 14%만을 회수할 수 있을 뿐이다. 나무만 심어서는 지구를 구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반면 여러 저감 노력으로 상승 폭을 2℃로 묶은 ‘지속가능 시나리오’에서는 숲이 3억헥타르 늘어난다. 여기에 숲을 추가로 4억5000만헥타르 늘려 최대로 할 때 식물 생체량 증가로 인한 냉각 효과가 14% 상쇄되는 데 그친다. 숲을 늘려 탄소포집저장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재생에너지 확대 등 다른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말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는 산불 등의 요인은 고려하지 않아 두 시나리오 모두 실제 숲 탄소포집저장 효과 상쇄 폭은 더 클 것이다.

지난 2월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는 2023년 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2개월 동안 기온이 산업혁명 이전 대비 1.52℃ 높아 파리기후협약 최선의 목표인 1.5℃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식이면 온난화 시나리오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 숲 조성을 포함해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한다는 절박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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