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서 전쟁영웅으로"…'레클리스', 75년 만에 '고향' 제주로

강승남 기자 2024. 4. 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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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태어난 제주마 후손…6·25 당시 '네바다 전투' 승리 일등공신
마사회 제주, 오는 10월 렛츠런파크 제주서 동상 제막식 개최
'한국전쟁 영웅'인 '레클리스'(Reckless)의 동상이 고향 제주에도 세워진다. 경기도 연천군 고랑포구 역사공원에 세워진 레클리스 동상.(연천국 시설관리공단 홈페이지 화면 캡쳐)/뉴스1

(제주=뉴스1) 강승남 기자 = '한국전쟁 영웅'인 '레클리스'(Reckless)의 동상이 고향 제주에도 세워진다.

힌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는 제주마축제 행사기간인 오는 10월 렛츠런파크 제주(제주경마공원)에서 '전쟁영웅 레클리스 전신 동상 제막식'을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마사회 제주본부는 이달 중 제작업체를 선정, 9월까지 동상 제작을 완료할 계획이다.

제주도와 마사회 제주본부 등에 따르면 '레클리스'는 1949년 7월 제주에서 태어난 암말이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열린 경주에서 여러차례 우승한 것으로 알려진 레클리스의 모마는 제주마와 더러브렛의 혼혈마다.

제주에서 태아난 레클리스는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경주마 입문을 준비했다. 당시 이름은 여명(黎明), 우리말로 '아침해'다.

그런데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미 해병대에 입대했다.

당시 김학문이라는 소년 마주는 지뢰사고로 한 다리를 잃은 여동생의 의족 마련을 위해 정든 말을 250달러에 미군에 팔았다.

미군은 산악지역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물자 공급에 어려움을 겪었는데, 차량 대신 군마를 써보기로 했던 것이다.

두 달 정도 훈련을 받은 '아침해'는 '플레임'이라는 새 이름을 얻고 미 해병대의 일원이 됐다.

전장에서 물자 수송 임무에 투입된 '아침해'의 활약은 모두의 상상을 넘었다.

차량이 갈 수 없는 험한 길을 달리며 많게는 12발의 포탄을 실어 날랐고, 다른 말들과 달리 영리해서 한 두번 동행하면 혼자 보내도 길을 찾아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청각이 발달해 큰 소리에 겁을 먹는 다른 말들과는 달리 '아침해'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게 산길을 오를 때는 물자를 실어 날랐고, 내려올 때는 부상당한 병사들을 데리고 복귀했다.

물자를 나르는 군마는 조준사격의 목표가 됐기 때문에 보급병들은 '아침해'에게 임무를 맡기며 '마지막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아침해'는 기적처럼 살아서 돌아왔다.

특히 1953년 3월 연천지역에서 중공군과 치룬 대규모 전투인 일명 '네바다 전투'에서는 닷새 동안 쉼 없이 물자를 옮기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미 해병대는 '아침해'에게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뜻의 '레클리스'라는 이름을 붙혔다.

이후 '레클리스'는 진급을 거듭해 1954년에는 병장으로 진급했고 휴전 후 1954년 전우들과 함께 미국으로 송환됐다. 성대하게 치러진 환영식에서도 '레클리스'는 단연 돋보였고, 무공훈장 등 5개의 훈장을 받았다.

1959년 8월 하사로 진급한 '레클리스'는 이듬해인 1960년 은퇴했고, 퇴직금으로 평생 동안의 먹이를 보장 받았다.

'레클리스'는 은퇴 후에도 동료 전우들의 가정을 찾는 등 퇴역군인의 활동을 이어갔고, 1968년 5월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미 해병대는 '레클리스'를 최고의 예우로 장례를 치렀고, 당시 미국 언론들도 소식을 크게 다뤘다.

특히 레클리스는 1997년 미국의 '라이프'지는 100대 영웅에 포함됐다. 100대 영웅에는 조지 워싱턴과 아브라함 링컨, 마틴 루터 킹과 마더 테레사 등 위인들이 선정됐는데, 여기에 사람이 아닌 군마로 '레클리스'가 선정돼 화제가 됐다.

레클리스를 향한 추모는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2013년에는 버지니아주 국립 해병대 박물관에 '레클리스' 동상이 세워졌고, 2016년 팬들턴 해병기지에도 동상에 제막됐다.

또 '레클리스' 사망 50년인 지난 2018년에는 켄터키 경마공원에서도 동상이 세워졌다.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 연천군에 '레클리스 공원'이 조성됐다.

한국마사회 역시 '아침해'를 기억하기 위해 '레클리스 1953'이라는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부대에서 활약한 레클리스의 업적을 기리는 상징물 조성해 제주마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며 "제주도와 협업해 렛츠런파크, 제주 내 방목지, 제주목장, 김만일기념관 등 말 관련 콘텐츠를 연계한 관광프로그램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ks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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