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임정숙-강지은 없고 연봉 깜깜...PBA 스토브리그, '매너리즘 리스크'

권수연 기자 2024. 4. 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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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카드, PBA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프로스포츠에는 통상적으로 트레이드 제도와 더불어 자유신분선수(FA)제도가 있다. 

트레이드 제도는 둘 이상의 팀이 합의간에 특정 선수를 교환하는 제도를 이야기한다. 드래프트 제도가 있는 리그에서 일반적으로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FA는 한 팀에 입단한 선수가 정해진 계약기간 이후 타 팀으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제도를 일컫는다. 

4대 프로스포츠, 즉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축구, 프로배구 등은 해당 제도가 매우 크게 활성화되어있다. 

프로야구는 2024년 기준으로 1군 선수일 경우 등록기간이 정규 한 시즌을 넘겨야하는데 145일이 기준이다. 총 8번의 정규시즌을 소화해야 첫 FA자격을 얻을 수 있으며, 이후는 각 4번의 정규시즌을 거쳐야 다회 FA 자격이 생긴다. 

프로배구는 여자부 기준 고졸 출신 선수의 경우 첫 FA자격은 한 팀에서 6년간 뛰면 주어지며, 두 번째부터는 3년이 지날 때마다 얻을 수 있다. 

23-24시즌 팀리그 최종 챔피언에 등극한 하나카드, PBA

때문에 각 구단별 스타 선수들이 FA로 풀리는 시즌, 유니폼을 바꿔입는 재미를 보는 것 또한 스토브리그의 관전 포인트다. 오랜 친정팀을 적으로 만나 혈전을 벌이는 것이 프로리그의 또 다른 묘미라 할 수 있다.

프로당구 PBA는 개인투어에 이어 팀리그를 출범, 현재 대부분의 프로리그에서 선보이는 구단별 매치 시스템을 선보였다. 중견~대기업이 스폰서로 뛰어들어 구단을 꾸리고 정규시즌을 두어 출범한 팀제 당구 시스템은 흔하지 않다.  

PBA는 20-21시즌 팀리그 시스템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 달 종료된 23-24시즌까지 합하면 총 4시즌간 팀리그를 진행해왔다.

첫 시즌 6개 구단(신한금융투자, SK렌터카, 블루원리조트, 웰컴저축은행, TS샴푸, 크라운해태)으로 시작한 PBA팀리그는 현재 9개 구단(SK렌터카, 블루원리조트, 웰컴저축은행, 크라운해태, 휴온스, 에스와이, 하이원리조트, 하나카드, NH농협카드)으로 운영하고 있다. 24-25시즌을 기점으로는 10개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이원리조트 이미래ⓒ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하나카드 김가영ⓒ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이 기간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는 사례가 있지만 많지는 않다. 구단의 해체 및 방출로 인해 타 팀으로 이적하거나, 전 시즌 1부 투어에서 탈락해 기존 팀에서 방출되고 다시 올라와 새 팀을 찾은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해체한 신한금융투자에서 방출된 김가영, 김보미, 마민껌(베트남) 등의 하나카드, NH농협카드 이적이 있고, 또 TS샴푸 푸라닭이 해체하며 나온 이미래의 하이원리조트 이적 등이 있다. 

1부투어에서 탈락한 선수들은 대개 조용히 승강제로 향한다. 리그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의 선수는 1부에서 좀처럼 내려오는 경우가 없다. 여성 선수는 1부투어가 없는 대신 한 시즌 성적을 내지 못하면 방출되는데, 별개로 외모 등 화제성을 보유했다고 판단되면 팀에서 자리를 유지하기도 한다.

에스와이 산체스, PBA

또 PBA 개인투어는 대륙별 시드라는 제도가 있다. 외인 선수들이 상위 60위권에 들지 못해도 1부투어 잔류를 보장해준다. 대표적으로 23-24시즌 이적했지만 60위 밖으로 튕겨나간 다니엘 산체스(스페인, 에스와이)가 있다. 

결국 팀리그는 몇 시즌이 지나도 남는 선수가,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똑같은 팀에 남아서 이전 시즌과 대동소이한 플레이를 펼친다. 이 때문에 최대어들을 보유한 팀이 매 시즌 연승을 달리거나 하는 일도 발생한다.

풀이 좁고 1부투어 진입이 어렵고 여성선수가 적은 PBA 특성상 스토브리그 흥행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비시즌에 접어들면 관련 기사나 이슈가 뚝 끊긴다. 선수 풀도 턱없이 부족하고 이적 시장이라는 개념이 아직은 생소한 바닥이다. 팀이 추가 영입이나 팀 변동을 원하지 않으면 선수는 옮길 수 없다. 

연봉 역시 현역 최고 탑급이 아니라면 협상 테이블을 대놓고 펴기 어렵다. 또 팀이 일단 지목하면 선수는 거부권이 없다. 스폰서인 각 구단이 주최, 주관하는 PBA에서 구단 활동을 버리고 개인투어만 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드래프트에서 보호선수로 묶이면 움직일 수도 없다. 심지어 이 보호선수 규정은 제한이 없어 전원을 다 묶는 것도 가능하다. 프로선수는 몸값에 따라 움직이고 이 자체가 흥행거리이나 아직 판이 조그만 프로당구는 한계가 있다. 

특히, 팀리그를 위해 국내에 반강제로 장기 거주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경우 어느정도 규정이 개정될 필요성은 있다. 

승리 후 기뻐하는 웰컴저축은행, PBA

그리고 소위 이 '고인물' 시스템은 리그에 대한 팬들의 흥미를 점차 떨어지게 만든다.

한번 대거로 팀을 정돈한 휴온스가 팬들의 반짝 주목을 받은 이유는 이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부진한 선수를 정리하고 23-24시즌 초 최성원, 세미 사이그너(튀르키예), 장가연 등 이름값 있는 선수들이 영입되며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기존 팀에 변화가 생긴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야기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물론 별개로 이번에도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22-23시즌은 딱 한 차례, 시즌 중 선수들의 유니폼이 바뀐 사례가 있다.

SK렌터카 강지은ⓒMHN스포츠 박태성 기자
크라운해태 임정숙, PBA

프로당구 최초이자 아직까지 후례가 없는 임정숙(크라운해태)과 강지은(SK렌터카)의 트레이드다. 이전도 그렇고 이후로도 팀 간 선수 트레이드는 더 이상 없었다.  

PBA는 타 스포츠와 달리 선수들의 연봉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 일례로 '배구황제' 김연경(흥국생명)의 23-24시즌 연봉은 7억7,500만원이고 올 시즌 국내로 돌아온 야구선수 류현진(한화)은 25억원을 받는다.

그런데 2회 연속 PBA 대상을 받은 조재호(NH농협카드)가 팀에서 얼마를 받는지, 어떤 옵션이 있는지 팬들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매 개인투어마다 어떤 선수가 상금을 받는지, 얼마나 쌓았는지는 볼 수 있다. 개인투어는 스폰서에 관계없이 상금 규모가 남자 1억원, 여자 2~3천만원으로 고정되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팀리그는 경기 성적과 선수 이동 외에는 사실상 추측이 난무하는 '깜깜이' 리그다. 어느 팀 막내급 선수의 경우 3천만원에 근접한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구단 사정, 선수 사이즈에 따라 전부 다르다. 

PBA는 벌써 출범 6시즌 차를 향해 달려간다. 매해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한숨을 돌리고 있는 현재, 매너리즘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작은 선수풀로 인해 당장 FA나 트레이드 제도의 시행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도 내에서 조금씩 규정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PBA투어는 오는 5월 중 24-25시즌 드래프트 행사로 다가올 시즌을 대비한다. 

 

사진= PBA, MHN스포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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