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900㎞·최고 320㎞/h·수송객 10억명… 철도부활 이끈 ‘속도혁명’[10문10답]

박성훈 기자 2024. 4. 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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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문10답 - 고속철도
비행기·선박보다 높은 안전성
69개역 연결 총사업비 41조
인천발 등 3개 新노선 공사중
최고시속 ‘320㎞’ KTX-청룡
100%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
동력분산식으로 해외수출 모색
대전~충북 CTX 민자유치 추진
대구경북신공항철도 예타 신청
370㎞/h급 EMU-370 개발 중

수원=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조해동·황혜진·이근홍 기자

“지금은 속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대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본사에서 열린 KTX 개통 20주년 기념식에서 현시대를 이같이 규정하며 ‘속도 혁명’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는 초고속 교통망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국토교통부는 KTX가 전국을 ‘일일 생활권’에서 ‘반나절 생활권’으로 단축하면서 1년에 약 2조6000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켰다고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에서 가장 빠른 차세대 고속열차 ‘KTX-청룡(CHEONG-RYONG)’을 최근 공개했다. KTX-청룡의 최고 시속은 320㎞로 2010년 도입된 KTX-산천(최고 시속 300㎞)보다 빠르다. 지난달 30일에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노선 수서~동탄 구간이 개통됐다. 광역버스로 80분 넘게 걸리던 수서~동탄 구간이 20분 거리로 단축되면서 고된 통근길이 무려 1시간 이상 줄어들었다. 속도혁명의 시대, 더욱 빨라진 고속철도와 GTX로 대표되는 광역급행철도가 가져올 변화상을 짚어본다.

1. 고속철도란 무엇인가

철도의 건설 및 철도시설 유지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속철도를 열차가 주요 구간을 시속 200㎞ 이상으로 주행하는 철도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1950년대 초반까지는 최고 시속이 100㎞ 이상이면 고속철도라 불렀다. 당시 기술력으로는 철도 최고 시속이 160㎞를 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최고 시속이 300㎞를 훌쩍 넘는 열차를 얼마든지 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고속철도 정의도 달라졌다. 고속철도는 현존 교통수단 중에서 비행기 다음으로 빠르고 수송량은 선박 다음으로 많다. 운행 시간의 정확성이나 안전성 면에서는 비행기와 선박을 능가하고 전기로 가동되기 때문에 배기가스에 의한 대기오염도 없다. 고속철도의 등장은 사양길로 접어든 철도가 다시 경쟁력 있는 운송수단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2. 국내 KTX 도입 이후 발전 과정은

우리나라 고속철도는 2004년 경부고속철도 1단계 사업 개통 후 지속해서 발전해왔다. 올해 고속철도 개통 20주년을 맞아 분석한 결과, 전국 69개 고속철도역 누계 이용객은 10억 명을 돌파했다. 경부고속철도 1단계인 서울~대구 구간 개통부터, 2021년 신규 건설된 부발~충주 준고속선까지 우리나라 고속철도 길이는 약 900㎞에 달한다. 2004년 약 2000만 명이 고속철도역을 통해 고속철도를 이용했다면, 2022년에는 약 9500만 명이 69개 고속철도역을 통해 전국으로 이동해 ‘반나절 생활권’을 형성했다. 국토연구원 실증 분석 결과, 고속철도 개통으로 국민이 누리는 접근성 개선의 잠재적 순효과는 0.7시간(약 2조 원)으로 추정됐으며, 이는 장기간에 걸쳐 정차도시의 인구 및 사업체 수 증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속철도역 정차도시 사례 연구를 통해 고속철도역 위치에 따른 지역 내 영향을 살펴본 결과, 지가 및 토지이용 변화와 상권 및 유동인구 변화 등 지역 활력 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 1일 공개한 KTX-청룡. 국토교통부 제공

3. 신형 KTX-청룡, 과거와 다른 점은

정부는 지난 1일 고속철도 개통 20주년을 맞아 코레일에서 ‘KTX 개통 2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고, 우리 기술로 탄생한 신형 고속열차 KTX-청룡을 공개했다. KTX-청룡은 100%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했으며, 동력 분산식 고속열차(EMU-320)다. 동력 분산식은 동력 장치가 전체 객차에 분산돼 있어서 동력 장치가 있는 기관차와 동력 장치가 없는 객차로 구성된 동력 집중식보다 기술적으로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는 “KTX-청룡 개발로 우리나라는 대부분 동력 분산식인 세계 고속철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KTX-청룡은 전체 길이가 비슷한 기존 KTX-산천 및 산천II보다 차폭이 넓어지고, 동력 분산식 차량이기 때문에 객실 공간이 확대됐다. 국토부는 “동력 장치가 객차에 분산된 동력 분산식은 기관차가 없어 동일한 길이의 동력 집중식 열차보다 객실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KTX-청룡은 좌석 수가 산천보다 136석(35.8%), 산천II보다 105석(25.6%) 많다. 좌석 간 좌우, 앞뒤 공간과 좌석 통로가 넓어져 객실 내 탁 트인 승차감도 제공한다. 또 좌석마다 개별 창문이 있고, 220V 콘센트, 무선충전기, USB 포트가 설치돼 이용자 편의가 향상됐다.

4. KTX 향후 노선 확충 계획은

국토부와 코레일이 지난해 공개한 ‘2022 철도통계연보(I) 지역 간 철도편’에 따르면, 현재 시공 중인 전국 고속철도는 모두 3개다. △호남고속철도 2단계(고막원~목포) 44.1㎞(총사업비 미정) △인천발 KTX 직결(어천역~경부고속선) 6.2㎞(총사업비 4451억 원) △수원발 KTX 직결(서정리역~평택지제역) 9.5㎞(총사업비 3088억 원) 등이다.

현재 시공 중인 고속철도 공사가 완공되면 현재 895.6㎞인 전국 고속철도 길이는 955.4㎞로 늘어나게 된다. 지금까지 전국에 개통 완료된 고속철도 총사업비는 41조302억 원이었는데, 이들 3개 노선의 사업비를 더하면 향후 전국 고속철도 총사업비는 41조7841억 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현재 시공 중인 전국 고속철도가 완공되면 2022년 기준 약 9500만 명이었던 고속철도 연간 이용객도 1억 명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 송재우 기자

5. KTX와 SRT 간 사업은 어떻게 다르나

KTX와 SRT는 명칭부터 다르다. KTX는 ‘Korea Train eXpress’의 준말로, 코레일이 운영한다. 반면 SRT는 ‘Super Rapid Train’의 줄임말로, 주식회사 에스알(SR)이 운영한다. KTX는 2004년 4월 1일 개통됐고, SRT는 2016년 12월 9일 처음 운행되기 시작했다. 노선 측면에서는 SRT가 수서, 동탄, 평택지제역을 제외한 나머지 역에서는 KTX와 동일한 철로를 이용한다.

SRT는 KTX보다 가격이 10% 정도 저렴하다. 이는 2013년 만들어진 철도산업 발전 방안에 따라 10% 저렴한 운영 조건이 부여됐기 때문이다. SRT는 서울을 출발지 또는 목적지로 이용할 때 KTX보다 약 10분 정도 빠르게 도착한다. SRT는 수서, 동탄, 평택지제역을 경유하는데, 이는 SR 전용 노선으로 KTX와 최대 속도 차이가 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좌석과 편의 시설 측면에서 SRT는 좌석이 30㎜ 정도 더 넓고, 모든 좌석이 순방향으로 배치돼 있다. 또 충전 시설과 수유실 등 다양한 편의 시설도 제공된다. 반면 KTX는 전국적으로 노선이 더 많고, 서비스 제공 경험이 풍부해 안정적인 운행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KTX는 SRT보다 예약 등이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6. GTX란

GTX는 ‘Great Train Express’의 약자로,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를 말한다. 지하 40m 이하에 터널을 건설해 노선을 직선화하면서 표정속도(정차시간을 감안한 평균속도)는 시속 100㎞, 최고 시속 200㎞로 운행한다. 이는 기존 전철보다 3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수도권의 심각한 교통난을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고안된 GTX는 2007년 경기도가 당시 국토해양부에 제안하면서 처음으로 등장했다. 그러다 2009년 4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한 김문수 당시 경기지사가 GTX 계획을 발표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9월 국토부의 타당성 조사가 이뤄졌고, 2011년 4월 전국 주요 거점을 고속 KTX망으로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15년)에 포함됐다.

7. GTX-A 개통 이후 이용 현황

GTX-A(수서~동탄) 이용객 수는 하루 평균 1만506명 수준이다. 일별로 △3월 30일 1만8949명 △3월 31일 1만3025명 △4월 1일 8028명 △4월 2일 7969명 △4월 3일 7191명 △4월 4일 7891명 △4월 5일 9069명 △4월 6일 1만3233명 △4월 7일 9207명으로 집계됐다. 당장은 정부 예측에는 못 미치는 모습이다. 국토부는 평일 이용객 수를 2만여 명으로, 주말 이용객 수는 평일의 78% 수준으로 각각 전망한 바 있다. 이처럼 개통 초기 이용 현황이 당초 예측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이용객이 새로운 교통수단에 익숙해져 수요가 높아지는 ‘램프업(ramp-up) 시기’가 충분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국토부의 분석이다. 국토부는 향후 구성역이 6월에 개통되고 1호선 서울역이나 2호선 삼성역 등 주요 거점과 파주 운정으로 이어지는 미개통 구간이 모두 연결된 이후에는 이용객이 더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토부는 연내에 파주 운정∼서울역 구간을, 2028년에는 A노선 전 구간을 개통할 계획이다.

8. GTX-B·C·D·E·F노선 및 비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추진

GTX-B노선(인천대입구∼마석)의 경우 지난달 7일 용산∼상봉역 구간 착공에 들어갔고 2030년 전 구간 개통을 목표로 공사가 추진된다. GTX-C노선은 경기 양주시 덕정역을 시작으로 청량리역과 삼성역 등을 지나 수원역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86.46㎞의 노선으로 2028년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GTX-D·E·F노선은 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전체 노선을 함께 반영하고, 구간별(1·2단계) 개통을 추진한다. 비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경우 민간 투자 유치를 통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선도사업으로 대전~세종~충북 광역철도를 민간이 투자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광역급행철도(가칭 CTX)로 개선할 예정이다. 정부는 “CTX로 대전청사~세종청사~충북도청~청주공항 등 주요 거점을 빠르게 연결하고 충남을 거쳐 수도권(경부선 공용) 연결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달 민자 적격성 의뢰를 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구경북신공항철도의 경우 올해 2월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했고 민간 투자 유치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부산·울산·경남, 호남권 등 지방 도시에서 추진 가능한 신규 노선은 지방자치단체·민간의 건의를 받아 5차 국가철도망 계획에 반영하는 것을 검토하기로 했다.

9. 고속철도 신기술 개발 동향

국내에서는 미래 고속철도 시대를 준비하는 시속 370㎞급 고속철도차량(EMU-370)에 대한 연구·개발(R&D)이 한창이다. 2004년 개통한 경부고속철도 KTX의 내구연한이 도래하는 2034년 시속 370㎞급 고속열차 초도편성을 위해 국토부가 발주하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주관, 현대로템이 공동연구기관으로 참여하는 정부 R&D 사업이다. 신규 고속철도 도입은 과학 기술적·사회 경제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선 시속 370㎞ 이상급 고속철도차량 관련 기술 확보 시 아직 해외에서도 제정·고시되지 않은 시속 350㎞ 이상 고속철도의 국제 기준 및 표준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시속 370㎞급 고속차량이 도입되면 서울~부산 1시간 50분대, 서울~광주 1시간 10분대 달성으로 실질적인 전국 단일 도시권 구축이 가능해진다. 현대로템은 2022~2025년까지 4년에 걸쳐 고속철도차량 개념설계 및 핵심 성능 설계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에는 주행저항과 실내소음 저감 등 설계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1단계 과업을 완료했다.

10. 해외 고속철도 개발 및 도입 현황

현재 세계 고속철도 시장을 주도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의 고속열차 ‘CRH380’은 이용객 수·노선 길이·최고 속도 세 분야에서 모두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2년 말 노선 길이는 4만㎞를 돌파했고, 최고 속도는 시속 350㎞다. 고속철도를 가장 먼저 개발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1964년 세계 최초로 ‘신칸센’을 선보였다. 현재까지 총 3105㎞로 연장됐으며 최고 속도는 시속 285㎞다. 스페인 AVE, 한국의 KTX, 미국 등으로 수출된 프랑스 고속철도 테제베(TGV)는 1981년 첫선을 보였다. 현재 프랑스 주요 도시뿐 아니라 인접 국가로까지 노선이 확대됐다. 최고 속도는 시속 250~300㎞다. 1991년 고속열차 ‘ICE’를 선보인 독일에선 현재 3세대 ICE(ICE3) 차량이 운행되고 있다. 최고 속도는 시속 330㎞로 2002년 쾰른~프랑크푸르트 고속선 개통과 함께 본격 투입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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