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상생하자던 쿠팡, 로켓그로스 셀러에 일방적 거래 중단

유선희 기자 2024. 4. 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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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25일부터 셀러 수십명 상품 등록·입고 중단
“쿠팡 ‘갑질’…직매입 로켓 입점 거부에 보복”
쿠팡 배송 차량 모습. 연합뉴스

쿠팡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온 ‘로켓그로스’에 입점한 셀러(판매자)들에게 최근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상품 입고·등록 중단을 통보해 ‘갑질’ 논란이 일고 있다. 셀러들은 “쿠팡이 ‘소규모 셀러와의 상생’을 내세우며 수수료가 더 비싼 로켓그로스 입점을 유도해놓고 이제 와서 일방적인 계약 해지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쿠팡 로켓그로스 페이지. 쿠팡 누리집 갈무리

9일 로켓그로스 셀러들의 말을 종합하면, 쿠팡은 지난달 25일부터 최근까지 일부 셀러들에게 “시장 상황, 고객 경험, 물류센터의 효율적 운영 등의 사정을 고려해 부득이 일부 상품에 대해 상품 등록 및 입고가 제한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안내메일을 보냈다. 이에 이 메일을 받은 수십명의 셀러들은 정상적인 판매가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다.

로켓그로스는 쿠팡이 지난해 3월 출시한 풀필먼트 서비스로, 셀러가 물류창고에 제품을 입고하기만 하면 제품의 보관·포장·교환·반품·고객 응대까지 해주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수수료 외에 보관비, 입·출고비, 포장비, 배송비 등의 명목으로 셀러가 쿠팡 쪽에 이용료를 지급한다.

쿠팡이 로켓그로스 입점 셀러들에 대해 무더기 상품 등록·입고를 중지시키며 보낸 메일. 제보자 제공

쿠팡은 로켓그로스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셀러(소상공인)와의 상생’을 강조해왔으며, 일반 오픈마켓과 기존 제트배송 셀러들에게 보관비 할인 프로모션 등을 제공하며 공격적인 사업 확대를 해왔다.

로켓그로스로 생활잡화를 판매해온 셀러 ㄱ씨는 한겨레에 “3월 말께 메일 한 통으로 상품 등록·입고가 중단된 이후 수차례에 걸쳐 쿠팡 쪽에 중단 사유와 재개 방법 등을 문의했으나 뚜렷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광고와 마케팅과 리뷰 관리에 돈·시간·노력을 쏟아부으며 일군 사업을 하루아침에 망하게 하는 게 쿠팡이 말하는 상생이냐”고 주장했다.

셀러들은 이번 상품 등록·입고 중단에 대해 쿠팡이 제안했던 ‘로켓 납품’을 거절한 데 대한 보복성이 아니냐고 의심한다. 실제 중단 통보를 받은 셀러 중 상당수가 월 매출이 수억원 가까이 되는 ‘파워 셀러’인 데다가 그간 쿠팡 쪽이 지속해서 요청해 온 로켓 직매입 납품을 거절한 경험이 있다.

로켓그로스 상품 등록·입고가 중단된 셀러들이 상품을 판매하려고 하면 뜨는 메시지. 제보자 제공

셀러 ㄴ씨는 “이번에 상품 등록·입고 중단 조처를 당한 셀러 중 상당수가 자신의 카테고리에서 상위 랭커들이고, 그중 상당수가 쿠팡 쪽 로켓 비엠(BM·브랜드 매니저)으로부터 수차례 납품 제의를 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안다”며 “잘 나가는 로켓그로스 셀러들의 상품을 직매입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셀러 길들이기에 나선 것으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피해를 본 셀러 중 일부는 ‘피해자 단체 카카오톡 방’을 만들고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취재가 시작되자 쿠팡 쪽은 일부 셀러들에 대해 상품 등록·입고 중단 조치를 풀어주기도 했다. 지난 5일 2주 만에 갑자기 중단 조처가 해제됐다는 셀러 ㄷ씨는 “쿠팡이 갑자기 정상 등록·입고가 가능하다는 두 줄짜리 메일을 보내왔다. 중단의 이유도, 재개의 이유도 전혀 밝히지 않았다. 메일에는 ‘앞으로도 로켓그로스 운영 제반 사정에 따라 운영상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셀러 입장에서는 불안해서 정상적인 판매를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셀러 ㄹ씨는 “로켓 납품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사태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취재가 시작된 뒤 쿠팡 로켓그로스 쪽이 갑자기 서비스 중단을 풀면서 안내한 내용. 제보자 제공

쿠팡 쪽은 “로켓그로스의 편의성으로 인해 이를 이용하려는 판매자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관련 약관에 따라 일부 상품 등록 및 판매가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판매자는 로켓그로스 이외에 로켓배송과 마켓플레이스 등 다른 서비스를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쿠팡 쪽의 대응 방식과 해명이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공간·인력이 부족하다면, 기존 셀러들의 상품 등록·입고를 막을 게 아니라 신규 셀러들의 진입을 중단하는 게 좀 더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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