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1000명 급식, 조리사는 단 ‘2명’...“극한직업에 골병 든다”
10명중 3명꼴 폐질환까지
업무강도 대비 임금 낮아
인천 일부선 급식중단 위기
학교 급식 조리원은 고된 노동에 산업재해 위험이 따르는 직종이다. 지원자가 줄어들면서 부산에서는 지난해 체력 검정을 폐지했다. 수백, 수천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려면 체력이 검증돼야 하지만 이것저것 따질 형편이 못됐다. 덕분에 지난해 하반기에는 가까스로 필요 인원을 채용할 수 있었다. 체력 검정을 폐지하기 전인 같은해 상반기에는 목표치의 절반밖에 채용하지 못했다.
8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달 1일 기준 서울에 있는 학교의 조리원 결원이 총 292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필요한 인원 3957명 중 7.4%가 부족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새학기를 맞아 지난 10월 말 정기·수시채용을 통해 인력을 충원했지만 끝내 191명을 구하지 못했는데, 몇 달 사이 100명 정도가 더 그만뒀다.
강남·서초 지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정원이 492명인데 지난달 1일 기준 전체의 약 25%(119명)가 부족하다. 강동·송파 지역도 15%(81명)의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동작·관악 지역이나 성북·광진 지역은 결원이 각 4명으로 구인난이 덜하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조리실무사 분들중 강남.서초에 거주하는 분들이 별로 없다.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업무특성상 멀리서 출퇴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서초에서 일한다고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니어서 이 지역에 배치되면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교 급식실이 구인난을 겪는 이유는 월급은 적은데 노동 강도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은 학생 약 150명을 기준으로 조리원을 채용하고 있다. 학생 149명까지는 조리원 1인, 299명까지는 조리원 2인을 배정하는 식이다. 평균적으로 조리원 1명이 맡는 학생 수가 약 130명인데 서울 공공기관 식당에서 조리원 1명당 배식수가 60명대라는 것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그마저도 지방자치단체마다 급식실 배치 기준이 달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등은 기준 통일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윤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서울지부 급식분과장은 “일반 식당에서 일하는 것과 급여 차이가 있다보니 새로 일하려는 사람은 없고, 기존 조리원들은 아파도 쉬지도 못한다. 코로나19 때는 수액을 맞으며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학교조리실무사는 ‘교육부 및 교육청 공통 급여체계 적용 직종’ 2유형에 속한다. 올해 기본급은 198만6000원으로 200만원이 안 된다.
음식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유해물질에 노출돼 폐암에 걸릴 가능성 높은 점도 구인난의 원인 중 하나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 급식 종사자 폐암 건강검진 중간 결과’에 따르면 학교 급식 노동자들의 폐암 검진 결과 10명 중 3명꼴로 폐질환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급식 로봇을 도입하고, 지하·반지하에 위치한 급식실에 환기 시설을 설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목표치를 달성한 곳은 단 4개 교육청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는 사이 학교 급식 종사자는 폐암 이외에도 모든 산업재해 유형에서 최근 3년간 재해가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경쟁력 있는 민간 업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 위탁급식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학교급식법은 학교에 조리실이 없거나, 3식 학교 등 위탁이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고는 민간위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원혜영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 이사는 “민간 급식업체는 개별 학교보다 인력풀이 훨씬 풍부해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다”며 “조리용 로봇 도입, 조리법 체계화 등에 있어서도 민간이 더 우수하고 효율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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