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8명 "본사 가기 싫어"… LH 직원 처우 나빠졌다

신유진 기자 2024. 4. 9. 07: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리포트-공공기관 지방이전 명과 암⑤] LH 진주 이전 '10년'… 지역 인재 선발도 무용지물
[편집자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에 따라 수도권에 위치한 153개 공공기관이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목표로 했던 지역 경제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수도권에 집중된 경제력 및 인구 분배 효과가 미흡한 것을 증명하는 지표들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 심화하는 양상이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의 그림자를 들여다봤다.

국토교통부 산하 최대 공공기관 LH가 진주혁신도시로 이전 10년을 맞은 가운데 진주 경제는 LH 의존도가 크고 불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되고 있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①지방으로 간 공공기관… "지역 경제 살아났나요?"
②나주 이전 10년 '한전'… "만년 과장으로 남겠습니다"
③부산 생활 19년차 '거래소'… 처참한 금융중심지
④'부산行' 산업은행, 젊은 직원 줄퇴사에 10년간 7조 손실 추정
⑤10명 중 8명 "본사 가기 싫어"… LH 직원 처우 나빠졌다
HUG, 부산 정주 만족도 높지만 잦은 출장에 피로도 높아
⑦고시원에 상사와 동거 중… '신의 직장' 공공기관 직원


#1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A씨는 본사가 소재한 경남 진주에서 근무하는 날보다 서울에 있는 날이 더 많다. 진주와 서울을 오가는 데 이용하는 교통비는 고속철도(KTX)와 택시비 등만 한 달에 100만원 이상 된다. 이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쓰는 직원들도 있을 것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2 또 다른 LH 직원 B씨는 수도권 현장에 근무하며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키운다. 사내 부부인 배우자는 진주 본사에서 일하고 거주한다. 한 달에 한 번도 만나기 어려운 주말 가족이자 독박 육아를 하는 그는 이렇게 회사 생활을 버티는 게 맞는 건지 하루에도 수십 번 고민을 한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이렇듯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질을 하락시키고
가족 집단을 붕괴 위험에 노출시켰다. 여야를 막론 정책의 본질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혁신도시'라는 허울 아래 고통받는 이들을 외면한 정책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것인가란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국토교통부 산하 최대 공공기관 LH는 진주혁신도시로 이전 10년을 맞았다. 정부의 혁신도시 정책에 따라 2015년 4월 경기 분당신도시에서 진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옮겼다.

국토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이 발표한 이전 대상 기관의 이전 현황에 따르면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기관은 총 11개, 인원은 4241명으로 조사됐다. 이 중 LH 소속 직원 수가 1660명으로 가장 많았다. LH 직원 수는 8000여명으로 10개 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보다 많지만 이를 감안하면 이전 직원 수가 상대적으로는 많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LH에 따르면 2015년 5월1일부터 2017년 4월30일까지 본사 지방 이전에 따른 이주 직원 지원대책으로 월 20만원씩 지급됐다. 이는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주한 직원들이 평균 50만원을 지원받은 것과 비교해 절반도 안되는 금액이다.


LH, 진주 경제 의존도 커… 7년간 지방세 '1947억원'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들의 지방세 납부 규모. /그래픽=김은옥 기자
LH는 진주 이전 후 지역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H는 2021년 진주혁신도시 물초울공원에 4300㎡ 규모의 물놀이장을 조성했다. 복합문화도서관 설립에 총사업비 495억원의 300억원을 지원하며 정주 여건 개선에도 힘썼다.

다만 이는 바꿔 말하면 진주 경제의 LH 의존도가 크고 불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 사례가 2021년 LH 직원들의 수도권 3기 신도시 투기 사태다. 정부는 LH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지만 지역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LH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진주시에 납부한 지방세는 1947억원으로, 같은 기간 LH를 제외한 진주 이전 10개 기관의 지방세(2155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납부했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704억원, 279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했다.


지역 인재 채용률 33.2%… "꼴찌에서 두 번째"


LH는 진주로 이전한 초기에만 해도 지역 밀착형 사업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무엇보다 지역 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옥 관리와 경비, 협력직 등에 지역민 200여명을 채용했다. 이전 전후인 2012~2014년 LH는 경남에 연평균 56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연평균 7000여명을 채용했다.
다만 지역 인재 채용률은 기대보다 낮았다. 2022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 강민국(국민의힘·경남 진주을)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8~2023년 LH의 채용 인원 1731명 가운데 지역 인재는 277명이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역 인재 채용률은 ▲2018년 18% ▲2019년 21% ▲2020년 24% ▲2021년 27% ▲2022년 30%를 달성해야 하지만 실제 ▲2018년 15.9% ▲2019년 17.3% ▲2020년 13.6% ▲2021년 0% ▲2022년 17.2%로 조사됐다.
LH 지역 인재 채용률. /그래픽=김은옥 기자
LH는 공공기관별로 지역 인재 선발 기준이 다른 문제로 이 같은 통계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LH 관계자는 "채용 인원 중 목표제 미적용 인원이 있다"며 "지역 전문사원 등에 대해 목표제를 적용하지 않아서 전체 채용 규모와 비교하면 비율이 낮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방침에 따라 설정된 목표 비율을 최선을 다해 이행해왔다"며 "향후 신규 채용 등에도 법적 기준을 준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LH에 따르면 신규 공채 채용이 없는 2021년 외 목표제 미적용 대상을 제외한 의무채용 비율은 ▲2019년 22% ▲2020년 24% ▲ 2021년 0% ▲2022년 35% ▲2023년 32%다.

지난해 12개 혁신도시 가운데 경남의 지역 인재 채용률은 33.2%로 최하위에서 두 번째였다. 최근에는 의무채용 혜택이 지역거점 국립대 졸업생에 쏠림 현상도 지나치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공공기관 지역 인재 의무채용제 시행 6년, 지역거점국립대학으로 쏠림현상 발생'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제기했다. 2018~2023년 LH 대졸 지역 인재 입사 사원 중에 경상국립대 졸업자는 190명(67%)이었다.

지난해 LH 직원 10명 중 7명은 진주 본사에 근무를 기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8년 이후 입사자 가운데 본사 근무를 기피하는 비율은 80%에 달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수도권과 거리가 너무 먼 문제는 직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Copyright © 머니S & money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