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휩쓴 자리에 또 소나무‥산불 피해 줄이려면

차현진 2024. 4. 9.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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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

◀ 앵커 ▶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산불 위험도 커지고 있습니다.

2년 전 경북 울진에서, 지난해엔 강릉에서 대형 산불이 나 큰 피해가 있었죠.

당시 소나무 숲이 불을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는데요.

피해지역을 복구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소나무가 심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현장 취재한 기후환경팀 차현진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차 기자, 피해가 컸던 울진, 현재는 어떤 모습입니까?

◀ 기자 ▶

네, 2년 전 이맘때죠.

대형 산불 소식에 저도 취재 차 울진으로 향했었는데요.

마을 전체가 뿌연 연기로 뒤덮였었고, 시뻘건 화염이 곳곳을 집어삼기던 걸 직접 목격했었습니다.

이번에 다시 가면서 얼마나 복구됐을까 싶었는데, 여전히 울진은 그날의 상흔을 갖고 있었습니다.

울창했던 소나무 숲은 온데간데없고, 벌건 토사와 잘려나간 나무들의 밑동들만 넓게 펼쳐져 있었던 건데요.

축구장 2만 2천 개 면적의 산림을 태운 사상 최악의 울진 산불은 곳곳에 빽빽했던 소나무 숲이 피해를 키운 주범으로 지목됐었습니다.

소나무엔 기름을 머금고 있는 송진이 나는 탓에 일반 나무들보다 훨씬 더 잘 타는 성질을 갖고 있는데요.

산림청이 실제로 활엽수인 참나무와 비교해서 실험을 해봤는데, 소나무가 훨씬 세게 그리고 오래 타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현장을 가봤더니 불이 휩쓴 그 자리에 또다시 소나무가 심어지고 있었습니다.

◀ 앵커 ▶

산불로 피해가 컸던 지역에 정유물질이 함유된 소나무가 다시 심어지고 있다...

이유가 있을 거 같은데요.

◀ 기자 ▶

일단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우리나라 산림 구조를 알아야 하는데요.

국내 산림 가운데 3분의 2는 주인이 있는 사유림이고 나머지 3분의 1만 국가가 관리하는 국유림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불이 난 숲이라 해도, 산 주인의 의사가 중요합니다.

정부가 임의로 나무를 심을 수는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왜 이 지역 산주들은 소나무를 원하느냐, 바로 송이버섯 때문입니다.

송이는 소나무와 공생 관계를 지녀, 소나무 숲에서만 채취되는데요.

이 지역은 곳곳에 소나무 군락지가 형성될 만큼 송이버섯 주산지로서 이름을 떨쳐왔습니다.

당장은 채취가 어렵겠지만, 후에 다시 자랄 걸 기대하고 소나무를 심는다는 게 이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였습니다.

다만 산주들의 바람과는 달리 송이가 인공 조림지에서 다시 자랄지는 불투명합니다.

소나무 숲이 형성되는 데만 최소 3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뿐더러 설령 소나무숲이 만들어졌다 해도, 토양과 기후 조건이 맞아야만 생산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소나무 조림을 원치 않는 지역도 있었는데요.

대표적으로 지난해 대형 산불로 1명의 사망자와 500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했던 강릉에선 관광산업이 주 수입원이기 때문에 오히려 소나무 대신 불에 강한 나무 심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 앵커 ▶

경제적 이유도 있었던 거군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어떤 대책을 내놔야 할까요?

◀ 기자 ▶

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숲 가운데 사유림이 과반을 넘다 보니, 정부가 통일된 산림정책을 펼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강조되는 게 산불에 강한 나무로 이뤄진 숲, 즉 '내화수림'의 역할입니다.

산 중턱과 국가 중요시설 주변에 느티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심어, 소나무 숲 등에서 번져오는 산불을 막는 일종의 '산불 방어막'을 두자는 겁니다.

지금 보시면 언덕 위에 심어져 있던 소나무들은 모두 불에 타 잘려나갔는데요.

활엽수종 가운데 이 굴참나무만 불에 견뎌 이렇게 우뚝 서 있습니다.

한편으로 국유림은 자연 복원을 통해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하자는 의견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산림청은 소나무숲이었던 강원 고성의 산불 피해지 일부를 별다른 복구작업 없이 추적 관찰해오고 있는데요.

20여 년이 지나니 산불에 강한 활엽수들이 자연적으로 자라났습니다.

이에 더해 숲에서 생활하는 여러 동물도 인공 조림지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포착됐습니다.

다만 정부는 자연 복원하더라도, 필요한 경우 일부는 인공 조림해야 한다는 입장인데요.

산사태 위험성 등이 높은 곳엔 응급복구가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가속화되는 기후변화 속 산불의 횟수와 규모가 최근 커지고 있는데요.

보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산림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 앵커 ▶

네, 기후 환경팀의 차현진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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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현진 기자(cha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4/nwtoday/article/6587584_365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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