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돌 때마다 설렘 가득… 전통·현대 어우러진 K컬처 1번지 걷다 [심층기획]
길모퉁이 돌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에 설렘 가득
인사동에 몰려있던 화랑
1970년대부터 ‘새 둥지’
한옥마을과 갤러리 공존
규모보다 독특한 콘셉트
촘촘한 자체기획 차별화
신인작가 발굴에도 힘써
아기자기한 맛집·카페…
다양한 문화시설에 활기
외국인 ‘핫플’로 떠올라
봄이다.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4번 출구 앞에 즐비한 한복대여점은 이른 아침부터 외국인 관광객들로 법석이다. 왕과 왕비, 세자, 공주와 옹주, 호위무사 등 화려한 한복 차림으로 환복한 무리들이 물결을 이루며 경복궁과 고궁박물관, 민속박물관 등을 휩쓸고 다니다 기념사진을 찍는다. 이 가운데 일부는 덕수궁과 남대문시장 코스를 따르지 않고 방향을 거슬러 북촌과 서촌으로 진입한다. 한국 미술의 심장부, 아트벨트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이다.
북촌과 서촌을 두고 하는 말이다. 건물이 낮아 파란 하늘과 인왕산 바위가 훤히 보이고, 골목길이 많아 걷기에 좋다. 한옥마을과 세련된 현대 갤러리의 병행을 문화적으로 되살린 ‘길거리 부흥’의 성공 지역이다.
◆인사동에서 북촌과 서촌으로
북촌에 처음 갤러리가 들어선 것은 1975년이다. 인사동에 있던 현대화랑이 사간동에 새 터를 잡았다.
현대화랑은 이전 후에도 박수근, 이중섭 등을 널리 알리며 한국 미술 시장을 이끌었다. 1995년에는 현대화랑 가까이 갤러리현대 신관을 지어 올렸다.
국제갤러리는 1987년 인사동을 떠나 소격동으로 옮겨왔다. ‘국제’라는 이름답게 해외 거장들의 작품전을 열어 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꾀했다. 1996년에는 학고재와 금호갤러리가 삼청동으로 이전했다. 금호갤러리는 갤러리현대 옆으로 들어오면서 금호미술관으로 명칭과 역할을 바꾸었다. 이화익갤러리는 2005년 송현동으로 전입했고, 이듬해 아라리오갤러리가 삼청동에 서울점을 열었다.
북촌과 서촌은 미술 인구의 증가, 미술 시장의 성장, 문화 영유권의 확대와 더불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마침내 거대 클러스터를 구축했다.
서촌의 갤러리들은 1972년 처음 진입한 진화랑을 빼면 대다수 2000년대 이후 문을 열었다. 아트사이드갤러리가 2010년 통의동으로 옮겼고, 표갤러리는 2019년 체부동으로 이전했다. 대림미술관, 박노수미술관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에 기반을 둔 리안갤러리가 여기에 진출해 탄탄한 주류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비영리, 장애예술인협력, 경력단절여성예술인지원 등 타깃을 명확히 세운 갤러리들이 북촌과 서촌에 등장하고 있다. 인사동이나 청담동 갤러리가 대관사업 위주로 쇠락한 반면 ‘촘촘한 자체 기획 프로그램’을 내세워 차별화한다. 그래서 특별전, 기획전, 초대전의 비율이 높다.
보안여관은 1936년 목조건물로 지어져 2004년까지 실제 여관으로 쓰였던 곳이다. 문학동인지 ‘시인부락’이 만들어진, 한국 근대문학의 발상지다. 지금은 문화 생산자들과 예술을 향유하는 사람들이 대안공간으로 활용한다. 구관과 4층짜리 신관 벽돌건물에 ‘아트스페이스 보안’ ‘보안책방’ ‘카페 33마켓’ 등을 운영하고 있다.
헬렌앤제이갤러리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에 있는 스캇앤제이갤러리의 자매 갤러리다. 정희자 대표가 2022년 문을 열었다. 한국 작가를 미국 등 해외에 진출시키는 게 목표다. 국제 아트페어에 출전하거나 해외 작가와의 교류전 등이 용이하다. 자신만의 색채와 형태를 표출하는 신인을 찾기 위해 올해는 공모전을 잇달아 열 예정이다.
초이앤초이갤러리는 최진희, 최선희 쌍둥이 자매가 공동대표다. 런던, 파리, 베를린, 제네바 등에서 활동하며 유럽 뉴페이스 작가를 한국에 알리거나 한국 작가를 유럽에 소개한다. 2017년 청담동에 열었다가 다음 해 삼청동으로 옮겼다. 오스트리아 작가 베르트람 하제나우어 개인전을 열고 있다.
아트사이드갤러리는 3층 전시장을 한 달간 작업실로 개방해 작가 최진욱이 바라본 서촌의 모습을 내걸었다. 관람자는 캔버스 속 풍경을 마주함과 동시에 작가의 눈길과 자신의 시선이 어떻게 다른지 감상할 수 있다. 작품 현장에 깊숙이 개입한 채 자칫 지나칠 수 있던 풍경에서 최진욱이 선보이는 ‘감성적 리얼리즘’을 공감하게 된다.
2013년 인사동에서 출발한 아트스페이스3는 2018년 통의동으로 들어왔다. 3은 예술가와 관람객, 갤러리 간의 조화를 뜻한다. 기록되지 못했거나 주목받지 못한 작품을 조명하고 인정받는 게 미션. 안무가 김태엽의 퍼포먼스 ‘Body Vocabulary:’(보디 보캐뷰러리:)를 진행했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호중이 형! 합의금 건네고 처벌받았으면 끝났을 일… 형이 일 더 키웠다"
- 부모 도박 빚 갚으려고 배우 딸이 누드화보…주말극 ‘미녀와 순정남’ 막장 소재 논란
- 광주서 나체로 자전거 타던 유학생, 숨진 채 발견
- 팬 돈까지 뜯어 17억 사기…30대 유명 가수, 결국 징역형
- 구혜선, 이혼 후 재산 탕진→주차장 노숙…“주거지 없다”
- 생방 도중 “이재명 대통령이”…곧바로 수습하며 한 말
- 유영재, 입장 삭제 ‘줄행랑’…“처형에 몹쓸짓, 부부끼리도 안 될 수준”
- 반지하서 샤워하던 여성, 창문 보고 화들짝…“3번이나 훔쳐봤다”
- "발가락 휜 여자, 매력 떨어져“ 40대男…서장훈 “누굴 깔 만한 외모는 아냐” 지적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