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인센티브가 독이 될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 4.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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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해리 트루먼 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참모진들은 매일 격무에 시달렸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열리는 회의는 밤 8시나 9시까지 계속되기 일쑤였고, 토요일 오전에 다시 열기로 하고 간신히 종료되곤 했다. 하지만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었고, 백악관은 그야말로 활기가 넘쳤다. 그러던 어느 날 대통령은 주말까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참모들에게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그 후로는 더 이상 토요일 회의는 열리지 않았다. 하버드대 교수를 지낸 저명한 경제학자 새뮤얼 보울스가 쓴 '도덕경제학(The moral economy)'에 나온 에피소드다. 인센티브가 없었을 때는 힘들어도 웃으면서 열심히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돈으로 보상을 해주니 의욕도 떨어지고 동기부여가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보울스 교수는 이에 대해 "인센티브라는 틀이 생기면 자신을 인센티브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 존재로 규정하고, 더 이상 자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게 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잘하면 상을 주고, 못하면 벌을 주는 인센티브에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인센티브가 반드시 인간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끄는 건 아니다. 국가, 회사나 학교를 비롯한 모든 조직에서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가 존재하지만, 의도와는 달리 '크라우딩 아웃(crowding-out)'이라는 역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벌금이나 상이 없이는 올바른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인센티브의 전제가 사람들의 의욕을 꺾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다. 결국 국가를 위해서 일한다는 자긍심이 돈으로 환산되는 순간, 돈 몇 푼에 더 이상 주말을 반납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물질적 인센티브가 사람들의 내적 동기를 파괴시킬 수도 있다. '인센티브의 역설'이다. '헌혈을 독려하기 위해 현금 보상을 했더니 헌혈이 줄어들었다.', '투표율을 높이고 유권자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우편투표를 도입했더니 반대로 투표율이 떨어졌다.' 등 인센티브가 부작용을 초래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엔카르타(Encarta)라는 백과사전 프로젝트를 1985년 기획해서 1993년 완성했다. 세계적인 석학과 전문가들을 모아 엄청나게 높은 보수를 제공하며,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을 심도 있게 다룬 백과사전을 만든 것이다. 엔카르타는 MS윈도우에 무료로 제공되면서 수백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디지털 백과사전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그러나 2001년 지미 웨일스와 래리 생어에 의해 만들어진 위키피디아(Wikipidia)에 의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됐다. 일반 대중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지는 위키피디아는 어느 누구도 돈을 받지 않았고 전문가가 투입되지도 않았다. 리더도 없고 조직도 없는 상태에서 추진된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거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엔카르타는 2009년 폐쇄되었고, 위키피디아는 여전히 세계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구성원들에 대한 동기부여는 리더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단골 래퍼토리다. 그런데 대부분 심각한 고민 없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보상과 처벌', '인센티브'라는 외적 동기에만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러한 동기부여 방식은 한계를 보이고 있다. 물질적 보상 없이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위키피디아가 막대한 자본을 들인 엔카르타를 압도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하는 일이 의미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 보람에 힘든 줄을 모른다. 어떤 일을 통해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으면 에너지가 넘친다. 자신의 작은 지식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존감이 어떠한 물질적 인센티브보다 훨씬 더 큰 동기부여가 되기 때문에 아무런 대가 없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계속해서 정보를 제공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센티브는 성과 지향적인 편법과 단기적인 시야를 갖게 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영국이 인도를 통치할 때 델리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맹독성 코브라 때문에 인명피해가 늘어나자, 코브라를 잡아오는 사람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정책을 시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코브라를 잡으면서 피해자는 점차 줄어들었다. 그래서 이 정책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잡아오는 코브라 숫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늘어났다. 조사를 해 보니, 코브라가 돈벌이가 되니까, 자연상태의 코브라를 포획해 오는 것이 아니라, 코브라를 사육해서 쉽게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코브라 농장까지 만든 것이다. 인센티브가 원래 취지와 다르게 사람들이 악용하자, 정책을 폐기했다. 그러자, 코브라를 사육하던 사람들은 더 이상 코브라를 키울 이유가 없어지게 되었고, 키우던 코브라가 방사되면서 코브라가 급속도로 늘어나게 됐다.

비슷한 사례는 베트남 하노이에서도 일어났었다. 프랑스가 베트남을 통치하고 있을 때, 하노이 시내에 들끓고 있는 쥐를 없애기 위해, 쥐를 잡아서 꼬리를 가져오면 보상을 하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이 쥐 꼬리를 잘라서 가져왔다. 그 후로 이상하게도 하노이 시내에는 꼬리가 없는 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쥐의 숫자가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꼬리만 자르고 다시 시궁창에 풀어놨던 것이다. 좋은 취지로 인센티브를 도입했지만 돈만 쓰고 코브라와 쥐의 숫자만 늘린 결과만 초래했다. 여기서 유래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나 정책이 역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코브라 효과'라 한다. 성과 지표를 보상과 연계하는 순간, 의도와는 달리 전혀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전통적인 성과 보상 프로그램의 핵심은 인센티브다. 성과 혹은 능력에 비례해 보상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측정 가능한' 평가 지표와 보상체계를 만들어 시행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제도와 시스템이 회사의 생산성 향상에 직결되고 바람직한 조직문화에 도움이 될까. 조직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까.

요즘 많은 회사들이 인센티브 제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센티브를 '주면 주는 대로, 안 주면 안 주는 대로' 불만이 가득하다. 호의로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구성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가 생산성을 저하시키기도 한다. 이쯤 되면 인센티브에 대해 냉정하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과거에는 반복적 작업, 규칙 기반의 업무가 대부분이라 인센티브와 같은 외적 동기에 초점을 맞춘 조직 운영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성, 창의성, 혁신성이 기업의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당근과 채찍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 자체에서 오는 흥미, 호기심, 보람 등을 느끼게 하는 내적 동기를 자극하는 것이 더 강력한 성과를 이끌어낸다.

칭찬을 해야만 춤추는 고래는 더 이상 의미 없다. 칭찬이 없어도 스스로 춤을 즐기는 인재가 필요한 세상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사람들도 변하고 있다. 조직도 변해야 한다.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진정한 이해가 절실한 세상이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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