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하려면 수억원"… 전남 '애물단지' 주유소 4곳 10년 이상 방치

전남 나주에서 광주를 연결하는 옛 국도 1호선에 자리한 주유소 4곳이 10년 넘게 방치되고 있다. 폐업에 따른 비용이 수억원에 달해 업주들은 용도변경도 하지 못한 채 영업중단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7일 뉴스1에 따르면 국도 1호선 전남 나주 남평교 사거리-포충사 입구 교차로 약 7㎞ 구간에는 지난 2012년부터 순차적으로 영업중단을 신고한 주유소 4곳이 10여년 넘게 방치돼 있다.

관리가 되지 않아 폐건설장비를 비롯해 각종 쓰레기가 쌓여 있다. 주유기가 놓여 있던 부근에는 '진입금지'라는 띠가 둘러져 있지만 성인 종아리 정도의 높이로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

주유소 4곳이 줄지어 문을 닫은 이유는 경영난 때문이다. 지난 2012년 국도 1호선 남평 우회(광주 남구 양과동-나주시 산포면 매성리) 9.93㎞ 구간이 개통하면서 차량 통행이 많이 감소했다. 차량이 줄자 주유소들은 경영난에 빠졌고 영업 중단에 이르렀다.

경영난에 빠진 주유소를 다른 용도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했지만 토지 정화 비용 문제로 폐업하지 못했다. 이후 10년 넘게 영업중단 상태만 이어지고 있다. 10년 전 영업중단 신고 후 펌프카 회사에 사무실을 임대해준 주유소 업주 A씨는 "우회도로가 생긴 후 차량통행이 급감하면서 주유소 경영도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주유소를 폐업하기 위해서는 토양환경보전법 및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폐업 신고 시 토양오염 조사를 받고 시설물 철거 및 정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통상 300㎡ 규모 주유소 1곳 철거 비용은 7000만원이지만 여기에 5000만원에서 최대 3억원의 토양 정화 비용을 추가로 들여야 한다. A씨는 "폐업하고 싶어도 억 단위의 돈이 들어가서 궁여지책으로 사무실을 임대해준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주유기가 완전히 폐쇄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지만 관리인은 따로 없어 화재, 폭발 등의 안전사고 우려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소방 관계자는 "휴업 중인 업장은 업주가 신고만 하면 다시 영업을 할 수 있어 집기를 처리하기 어렵다"며 "모든 전원을 꺼 사용을 막는 방식으로 화재 예방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유소 업주들은 휴업한 주유소가 제대로 폐업할 수 있게 정부 차원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석유판매사업자들은 공제조합을 통해 전업과 폐업 자금을 일부 지원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사업을 할 공제조합 설립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나병관 한국주유소협회 전남지회장은 "돈이 안 돼서 장사를 접으려는데 억 단위의 돈이 필요하다는 게 불합리하다"며 "시설을 묻은 지 10~15년 이상 된 주유소는 환경 오염과 관련해서도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출구전략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차화진 기자 hj.cha9@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