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정서로 어른까지 사로잡아… K-아동문학의 힘
해외선 ‘영 어덜트’ 문학으로 호평
일각 “韓 교육열이 경쟁력의 뿌리”
이수지 등 세계적 문학상 잇단 수상
세계에서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이 공감대를 넓히고 있는 건 이야기가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작가의 작품은 보편성을 무기로 다양한 세대와 나라를 포괄하고 있으며 2차 창작물로도 자주 만들어진다. 하와이 이민 1세대가 등장하는 장편소설 ‘알로하, 나의 엄마들’(2020년·창비)은 2022년 뮤지컬로 제작됐다. 일제강점기를 다룬 장편소설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2016년·사계절)는 2021년 웹툰으로 만들어졌다.
일각에선 이금이 이수지 등 한국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교육열 높은 한국 시장에서 살아남은 질 좋은 콘텐츠란 점에서 경쟁력이 높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아이들에게 읽기 좋은 책을 고르려는 학부모의 선구안이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과 영미 아동·청소년문학이 100년 동안 쌓은 수준을 최근 수년 사이 빠르게 따라잡아 이젠 해외 서점 아동문학 상위권을 한국 작품이 차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지은 비룡소 편집주간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외 작품들을 수입하기 바빴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책의 내용, 그림 수준 등 어느 것도 뒤처지지 않게 한국 아동·청소년문학이 발전한 덕”이라고 했다.
해외에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작품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내용이 깊고, 다루는 주제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 읽는 ‘영 어덜트(Young Adult)’ 문학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심향분 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 한국지부(KBBY) 위원장은 “이금이 작가의 작품은 한국의 역사적 상처라는 특수성부터 성장의 아픔 등 여러 국가 독자가 공감하는 보편성까지 다양한 면을 지니고 있다. 이 시대의 어린이·청소년과 함께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작가”라고 했다.
한국 문학의 인기가 전체적으로 올라간 덕도 있다. 한국문학번역원에 따르면 해외 출판사가 자발적으로 우리 문학을 출간하겠다고 번역 지원을 요청한 건수는 2014년 13건에서 지난해 281건으로 10년 만에 21배 늘었다. 정보라 단편소설집 ‘저주토끼’(2017년·래빗홀), 천명관 장편소설 ‘고래’(2004년·문학동네)가 각각 2022, 2023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를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받는다.
이런 높은 평가는 한국 작가들의 수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수지 작가는 2022년 한국 작가 최초로 안데르센상 그림 부문을 수상했다. 그림책 ‘구름빵’(2004년·한솔교육)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는 2020년 세계적인 아동문학상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았다. 올해 볼로냐 라가치상에서 김지안의 ‘달리다 보면’(웅진주니어), 서현의 ‘호랭떡집’(사계절), 최연주의 ‘모 이야기’(엣눈북스)가 우수상 격인 특별언급 부문을 수상했다.
전문가들은 대중성과 문학성을 함께 지닌 아동·청소년문학이 한국 문학을 이끌 수 있다고 평가한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는 “아동·청소년문학은 유아들이 즐겨 보는 그림책과 어른들이 읽는 성인 문학을 잇는 가교”라며 “번역 사업 지원 등 정부가 나서 아동·청소년문학을 키운다면 세계적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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