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국회의원 선거가 쏘아올린 유일한 희망 ‘국민 눈높이’

윤태일 2024. 4. 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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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태일 AI&DDP 대표

정치와 정치인으로부터 감명을 받아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다만 근자에 기억나는 일이 있다.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다. 2006년부터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에 잠시 몸담기도 하며 미국에 살고 있었다. 이때는 미국의 큰 전환기였다. 9·11 테러와 이라크전쟁, 그리고 금융위기로 미국이 뒤숭숭했다.

그런데 달리는 차량과 거주하고 있던 캘리포니아 동네 집마다 성조기가 펄럭이고 있는 것이었다. 아는 미국인 교수에게 질문해 보니 “미국은 많은 나라들처럼 전쟁을 통해 독립한 나라다. 전쟁이 나면, 여야를 떠나 뭉친다. 국민들은 집과 차량에 성조기를 건다. 군인들을 최고로 대우하고 감사하며 지원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국가’와 ‘국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였다. 광화문 태극기 부대에 대한 논란을 볼 때마다 이때 생각이 나 씁쓸해진다.

신선한 충격을 받은 또 하나는 오바마의 연설이었다. 그는 미국 최초의 유색인종 대통령이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미국에서도 문화적 충격이었다. 그의 메시지는 ‘We can

change’였다. 미국의 혼란상을 정확히 꿰뚫는 그의 메시지와 정책들은 외국인인 내 가슴 속까지 와 닿았다. ‘그래 지도자는 시대를 통찰하는 메시지로 국민의 가슴을 흔들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느낌을 한국에도 공유해 보고자 그에 관한 책, ‘약속에서 권력으로’(From

Promise to Power’)라는 책을 번역해서 한국에 출판했다.

정치가(政治家)는 정치인, 정치꾼과 다르다고 한다. 정치가들은 말과 업적으로 기억된다. 그들의 말들은 브랜드가 되어 후세들에게 메시지를 준다. 한국에도 위대한 정치가들과 메시지가 있다. 보수의 아이콘 박정희 대통령의 ‘중단없는 전진’이나 ‘자조, 자립, 협동’의 메시지는 오늘의 한강의 기적으로 이어졌다. 진보의 아이콘인 김대중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용서와 화해’는 민주화운동의 교리와 같았다. 김영삼 대통령의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노무현 대통령의 ‘바보 노무현’도 우리에게 감동을 주었다.

지금은 코로나 이후 ‘뉴 노멀(New

Norma)의 위기의 시대다. 지금 대한민국과 세계는 코로나 사태의 후유증과 싸우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신냉전, 과학기술의 발전과 안보무기화, 물가폭등, 양극화, 극우, 극좌의 출현 등은 많은 국가에 공통적인 구조적 위기다. 시대정신에 맞는 ‘리더십’이 절실한 때다. 그런데 그런 리더들이 안 보인다.

그럼, 이번 총선에 우리가 여야 정치인들에게 들었던 메시지에는 어떤 게 있었나. 각종 ‘심판’의 구호 외에 뚜렷이 기억나는 게 없다. 강원도에 대해서만 보아도 강원도가 갖고 있는 막대한 관광자원을 극대화하고 남·북, 러시아, 일본을 잇는 국제적 관광 산업네트워크 구축, 인구 유입과 경제도약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뚜렷한 비전을 접할 수 없었다.

총선판은 ‘범죄자 심판’ ‘수사’ ‘재판’ ‘탄핵’ 등 모두 과거에 대한 ‘심판’ 주장이 총선의 이슈라면 이슈였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주요 후보 중 다수가 법조계나 검경 출신이어서 그럴까. ‘국가’의 미래와 위기극복의 비전, 뚜렷한 지도자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혼탁한 선거에서 단 하나 희망을 발견한다면 ‘국민 눈높이’가 아닐까 한다. ‘국민눈높이’가 공천을 취소시키기도 했고 여론의 물결을 만들기도 했다. ‘AI-빅데이터’는 온라인에 나타난 각종 뉴스, 댓글, 동호회 등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측정하는 과학기술이다. 이 기술로 ‘국민 눈높이’를 계량화할 수 있다. 이를 정치감시와 모니터링에 적용한다면 국민이 정치를 이끌어갈 수 있는 ‘민심 빅데이터’가 될 수 있다. AI-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하여 언론이 정치감시 활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

■ 약력=△YTN 기획조정실장 △TV코리아 대표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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